굴하지 않는다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온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엄습하는 밤 속에서
나는 어떤 신들에게든
내 굴하지 않는 영혼을 주심에 감사한다.

생활의 그악스러운 손아귀 속에서도
난 신음하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우연의 몽둥이에 맞아
머리에서 피가 줄줄 나도 숙이지는 않는다.

천국문이 아무리 좁아도,
저승명부가 형벌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나는 운명의 지배자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
어렸을 때 결핵으로 한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시인은 어른이 되어서도 온갖 병마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정말이지 온 세상이 까매지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분연히 일어나 운명의 횡포에 맞서 싸웁니다. 걸핏하면 야비하게 뒤통수를 내려치는 ‘우연의 몽둥이’에 죽도록 맞아도 고개 숙이지 않습니다. 고개 숙인다는 것은 곧 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의지와 투지가 비장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이런 믿음이라면 무얼 못하겠습니까.
운명도 길을 내 주고 피해갈 것 같습니다.

-장영희 <축복>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고든 리빙스턴과 장영희님의 책이랍니다.
마음에 파란이 일때
마냥 기대고 싶은 그늘이 필요할 때
저는 항상 이 책들에게 숨었던 것 같아요.
고든 리빙스턴 뿐만아니라
장영희님 뿐만아니라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도
모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겪은 이들입니다.
자식을 모두 잃었고
암으로 평생을 고통 가운데 지내야했고
장애를 안고 살았고
수많은 불행앞에서 굴하지 않았죠.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글은 아름답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삶의 지혜가 초밀도로 농축되어 있죠.
극한의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만
열리는 생의 가치가
그들의 책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운명의 지배자처럼
영혼의 선장처럼

굴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것,

우리는 그래야합니다.
그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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