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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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이 얼마나 많은가. 읽어보면 다 옳은 내용이고 공감하겠지만 그 책에만 있는 내용은 아니어서 실망하는 책.

전작 <그림자 여행>을  꽤 괜찮은 책이었다고 기억하면서도 저자의 이 책 소식을 처음 보았을 때만해도 굳이 구입해서 읽을 생각까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분의 리뷰를 통해 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맛보게 된 후 바로 구입, 바로 읽어버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이 아니라 다른 걸 좋아하는 경우에도 대개 그렇겠지만 이러이러해서 좋아한다고 이유를 앞세우지 않는다. 일단 좋아하는게 먼저. 내가 왜 책 읽기를 좋아할까 같은 문제는 누가 혹시 물어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게 책을 읽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머리를 한방 맞은 것 같은 이유는 내가 읽어온 그 많은 책들이 그 후에 나에게서 어떻게 빠져나가 버렸나 하는 걸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나?여기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올린 책만 해도 이 책이 833권째인데, 적지 않은 권수의 책들을  그 책을 읽는 일주일이면 일주일 동안의 재미, 감동 말고 나는 그 책들을 어떻게 소화시켜 이후 내 삶을 다지고 일으켜세우는데 이용하였는가 이제서야 진지하게 자신에게 묻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책을 어떻게 읽어온 것일까?'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넣어 읽어'치웠다'는 만족감? 어디가서 그 책 나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의 권수가 늘어가는 뿌듯함? 가끔 어느 한 구절을 인용할 수 있는 자산? 그거였나? 가슴에 보이지 않는 손을 얹었다.

물론, 그동안 읽어온 책들은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무의식의 어느 한 켠에라도 내 삶에 반영되어 있을 거라는, 그 정도의 얼버무림 말고, 이 책의 저자처럼 그렇게 적극적이고 확실하게 책을 내편으로 만들고 내 양식으로 만들고 내 몸의 일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지, 공부의 재료로 삼을 수 있었는지, 제대로 공부하였는지.

읽으면서 참으로 여러 군데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였지만 그보다 더 나를 일깨운 것은 그 물음이었다.

 

 

 

 

 

 

 

 

 

 

 

그녀가 물론 책을 읽을 때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읽어야겠다는 각오로 읽은 것은 아니다. 그녀에겐 그저 습관이 되어 있을 뿐이고 그녀의 책 읽는 스타일일 뿐이다.

313쪽에 나와있기를 그녀는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의 온기를 담은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가진 미덕 중 또 하나는 결코 어려운 말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페이지 어느 구절을 읽어도 혹시 그녀의 의견에 공감 못할 대목은 있을 수 있을 망정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없다.

그동안 공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단지 문제풀이의 기술이었음을 자각했다는 대학 1년때가 출발이었을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 속에 묻혀버린 진짜 자기 모습을 찾고자 함이 시작이었을까. 최근에 이르러서 누구나 다 고개 끄덕일 직업이나 타이틀에 대한 아쉬움이 또한 공부의 동기를 더했을까. 살아서 해탈에 이르지 않은 이상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삶의 고민을 만들고 해결하고 때론 오랫동안 지니고 산다. 그건 좋고 나쁜 것을 떠나 그냥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것 자체가 살아가는 과정이고 해결하려는 몸부림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니까.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니까. 공부는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특권이자 권리인 것이다.

책 한권 읽기 바쁘게 다음 책으로 손을 뻗는 대신 어줍잖더라도 이렇게 리뷰를 올리는 행위, 이것 역시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말을 이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찾는다.

무엇이든 언어로 바꾸어 놓았을 때 그것은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되었다.

그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 <존재의 순간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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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4-29 20:15   좋아요 1 | URL
이 책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책이었어요. 말씀하신대로 금방 읽어지는 책이기도 하고요.
낮엔 기온이 꽤 높은데 밤이 되면 쌀쌀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