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배달부가 오기 전의 푸른 새벽에
그녀는 생명의 창문을 닫았다.
삼십 년의 커튼을 내리며
흔들리던 하늘에는 무엇이 쓰여 있었을까.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허공을,
죽음에 이른 고독을 지금 내가 보고 있다.
천 번의 빗질에도 가라앉지 않던 예민한 머리카락을
이른 아침의 순결한 바람이 애무했던가.
2005년에 재현된 실비아를 보며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했다.
아버지가 귀가하기 전에 우리는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종이처럼 빳빳한 이부자리를 준비하던
당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가 닮았다.
영화가 끝나고, 열려진 창.
바람에 날니는 책장, 남겨진 유고를
그녀인 듯 만지던 남자의 건강한 손.
생활의 승리를 목격하고 나는 일어났다.
배반당하더라도
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 최 영 미 ---
(밑줄 그은 부분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