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으로 꽃을 구경하고

귀로는 새소리를 듣는다

겨울엔 다 어디서 지냈을까

물까치와 참새

바쁘게 날아다니고

바쁘게 지저귄다

한 나무에

물까치가 앉아있을땐 물까치끼리

참새가 앉아있을땐 참새들끼리

함께 앉아있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2.

 

윤정희가 주연한 오래전 영화 <시>가 보고 싶어 검색했는데

그 영화는 안올라와있고 시로 시작하는 다른 영화가 나온다.

<시인의 사랑>

제목이 맘에 안드네 하면서 어쩌다가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다 보았다.

제주도 배경의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제주도는 사람이 사는 곳 제주이지 관광지 제주가 아니다.

처음 듣는 이름의 감독이 각본도 썼다.

현택기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시인 (양익준 역)은 비슷한 이름의 실제 시인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 어느 누구도 배우같은 사람이 없었다.

원래 영화 속 그 사람인듯, 원래 거기 사는 사람인듯.

 

 

시인이 뭐하는 사람이냐는 어린 학생의 질문에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3.

 

 

 

 

 

 

 

 

 

 

 

 

 

 

 

 

 

 

 

 

볼테르의 캉디드를 읽어야한다.

혹시 동네 도서관에 가면 있을까?

올해 새로 문을 연 도서관이라 아직 책이 많지는 않던데.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 책이 있었다.

두 정거장쯤 되는 거리. 슬슬 걸어서 도서관에 갔다.

책이 있는 것을 알고 왔으니 서가에서 뽑아오면 되었고

대출도 기계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대출증 한번 올려놓고, 대출할 책 올려놓으면 끝.

 

갔던 길 다시 걸어서 집으로 왔다.

원하는 책을 찾고 가서 빌려오기까지

나는 한마디도 말을 할 필요가 없고

한 사람도 얼굴 볼 필요가 없었다.

 

편하긴 한데

꼭 좋지만은 않다.

 

 

 

 

 

 

새의 하루는 바쁘고

나의 하루는 조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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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기계가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시대. 편한 것만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시대를 살다 보면 인간의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1번을 시로 읽었어요. 느낌이 좋습니다.

hnine 2019-04-13 14:35   좋아요 1 | URL
저도 말이 별로 없는 편이면서도 막상 하루 종일 말할 필요 없는 날들을 살다보니 적적하기도 하고 저녁때까지 식구들이 들어오지 않은 날엔 어딘가 전화라도 걸어서 말이 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사람보다 오히려 새나 꽃과 눈을 맞추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좀 쓸쓸한 날이었어요.
영화 <시인의 사랑>에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라는 시가 인용되어 나오는데요. 거기 이런 구절이 있어요.
‘내가 하는 말을
나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혼자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