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한 것 두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시간과 죽음이다. 시간은 잘 못 느껴서 그렇지 계속 그 흐름 속에 살고 있지만 죽음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종교, 철학, 문학에서 다루는 큰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한 개인의 저서이지만 의료 현장에서 평생을 바쳐온 의사가 저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게 하였다. 정작 죽음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불안의 정도가 심해진 것은 저자의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보면서였고 아내의 권유로 관련 서적, 연구 결과, 체험 기록 등의 자료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를 학생들과 환자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할 정도로 어느 정도 생사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져가고 본인 스스로도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가며 이 책의 원고를 쓰고 있던 중 안타깝게도 저자 본인이 암 판정을 받게 되었다. 올해 2018년 초의 일이다. 이제 죽음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된 것이니 그동안 다져온 생사관이 단순히 머리 속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일 생활 속에서 실천으로 옮겨야할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두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예정보다 일찍 올해 8월에 서울대학교 의대에서 정년 퇴직을 했다. 그렇게 마무리하여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 두달 전인 8월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이다.

그가 어떻게 죽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파헤쳐 보았는지, 어떤 근거들을 가지고 말 할 수 있는지, 과학적 의학적 근거, 현장에서 지켜본 증거, 체험 기록 근거 등 다양한 근거 제시 뿐 만이 아니다. 존엄사가 인정되는 몇 나라에서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반대 의견들이 있었고, 어떻게 수렴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죽음은 하나의 단절,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과정중 통과해가는 일종의 문으로 봐야되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옮겨감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존엄한 죽음은 준비된 죽음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생각이 명료할 때 자신의 죽음을 자신의 머리와 마음으로 준비해두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말하는지도 조목조목 적어놓았다. 예를 들어 저자 자신은 연구실 비품이나 자료를 학교의 의학역사문화원에 기증하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장기기증서약서와 유언장,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기도삽관이나 연명의료를 하지 말라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였고, 자신의 장례식에 쓸 음악을 USB에 담아 두었으며, 삼베 수의 대신 무명옷을 입히고 화장하여 바다에 뿌려 달라는 사전장례의향서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들을 가족들과 공유하면서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것은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존엄사의 정의, 존엄사가 인정되는 국가에서도 개인의 의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허용 기준이 있는지, 안락사와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디서, 어떻게 작성할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 다 해결되었다.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 준비된 죽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충분한 근거와 함께 제시해놓았다.

죽음은 준비할때 존엄한 것. 준비는 언제 시작하는가. 바로 오늘이다. 더 충실한 삶을 위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정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www.lst.go.kr)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10-1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10-15 23:31   좋아요 1 | URL
Memento Mori 라는 말은 곧 삶을 충실하게 하라는 뜻도 될것 같아요. 의사라는 직업상 많은 죽음을 옆에서 봐왔을텐데도 막상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보고서 불안,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죽음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그렇게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쓸 무렵 자신도 죽음에 대한 선고를 받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리뷰에 제가 자세히 쓰진 않았지만 죽음이 끝이 아닌 것 같다는 근거를 많이 들어놓았어요. 저자는 그것도 준비된 죽음이어야 한다는 또하나의 근거로 제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