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비평` 창시자 피에르 바야르 방한

 쿨하게 사과하라 

어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탓는데, 갑자기 택시 한대가 끼어 들었다. 순간 운전기사 아저씨 꼭지가 돌아 차문을 열고 고함을 치신다. "여기서 끼어들면 어쩌자는 거야! 저게 실성을했나?" 그러자 그 택시 운전기사도 절대 지지 않고 뭐라고 큰소리를 친다. 

물론 거친 말을 쓴 거야 이쪽 아저씨가 좀 심하긴 하지만, 저쪽 아저씨 미안하다고 사과는 않고 되려 큰소리치는 게 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얼마 전, 이책의 저자가 나와서 강연하는 걸 잠깐 본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참 사과하는 게 인색하단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면, 사과하면 자신이 더 손해를 본다는 무의식적 강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마 나도 그런가? 잠시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같다. 이를어째...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안한 적이 있다면 비밀 댓글로라도 말씀해 주시라. 그럼 사과드리리다. 

암튼 그 저자는, 사과해야 할 때 사과했더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과연 그렇겠다 싶다. 특히 모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점잖은 의사체면에 책임지기 싫어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오히려 법정까지 끌려가서 손해 보기 보다, 사과할 때 사과했더니 손실이 훨씬 적었다는 연구보고를 한다. 결국 사람의 목숨 보다 또는 돈 보다 중요한 건 쿨하게 사과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저 책이 읽고 싶어졌고, 동시에 어째서 저런 책까지 나와야 할까?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 

어제, 피에르 바야르 좌담회에 다녀왔다.  

그런데 프랑스 남자들 은근 잘 생겼다. 오래 전, 르 클레지오를 봤을 때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피에르 바야르도 못지않게 지성미가 느껴진다(난 그전까지 프랑스 사람은 알랑 들롱만 잘 생긴 줄 알았다)  . 이 좌담회엔 피에르 바야르 말고도 방민호 교수 등 몇 사람이 참여했는데, 김연수 작가도 나왔다. 사실 난 피에르 바야르 보다 김연수 작가가 좀 더 궁금했다. 실제 어떤 인상일지, 무슨 말을 할지. 그런데 무엇보다도 김연수 작가 목소리가 참 보기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굵직한 목소리다.  

좌담회 역시 생각보다 훨씬 지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특이한 건, 방청객들에게 성냥곽보다 조금 큰 통역기(?)를 나눠줬는데, 그걸 오른쪽 귀에 끼고 들으면, 바야르 교수의 불어를 동시 통역으로 들을 수가 있다. 그건 좀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니까 방청객도 뭐라도 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잡음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 옆의 여자는 그런 게 필요없는지 나눠주는 통역기를 그냥 들고만 있던데, 약간 부러웠다. 

별로 기억나는 건 없는데, 이를테면 바야르 교수는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책에 대해서 말할 때 꼭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말을 해야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책 프롤로그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 다 읽을 수도 없고, 설혹 다 읽는다 읽고 얘기한다고 해도 대화하는데 더 꼬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슬쩍 아는 척만해도 대화는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김연수 작가도, 작가생활 초기 때 애써 열심히 글을 썼더니 오히려 그 작품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에따 모르겠다, 그냥 내 식대로 쓰자 했더니 오히려 알아 봐주는 사람이 많더라고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책에 대해서 채무의식 내지는 어떤 묘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하다. 나만 보더라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할 것 같고, 그만큼 어쩌다 취향도 안 맞고 못 읽어 줄 책을 만나면 자괴감도 같고, 언젠간 읽겠지 하고 못 읽어 준 책에 대해서 죄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또 안 읽기로 한 책에 대해서 묘한 해방감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나는 그 유명하다던 미미 여사의 <모방범> 마지막 3권을 읽으려다 결국 포기했다. 이책 가지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누군가 이책 가지고 대화에 낄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필히 읽고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뭐, 추리소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하고 슬쩍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엔 워낙 매니아층이 넓고, 이책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책도 많아져 그렇게 흘려버리고 말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의 바야르 교수는 어제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그책이 좋아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아도 서로 말하는 바가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꼭 귀머거리새들이 말하는 것 같다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동상이몽쯤 되려나? 아무튼 그 표현이 재밌었다. 귀머거리새들의 대화라! 

아무튼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면서도 책에 매이는 이 묘한 채무의식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나도 조만간 이책을 읽어 볼까 한다. 마침 어제 바야르의 번역본을 두권에 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사고, 또 한번 채무의식을 치렀는데, 참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읽어야 할 책은 이미 내 방에 가득히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다. 이책 읽으면 진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책 절대로 다 믿을 건 못되는 것도 같다. 바야르 교수는 이책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텍스트를 섭렵했겠는가? 물론 그냥 설렁설렁 보고 자유롭게 썼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의 설렁설렁과 나 같은 사람의 설렁설렁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좋은 건, 이런 책은 일종의 에세이류로 분류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지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에세이는 대환영이고, 이제 좀 이런 류의 에세이가 나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린 너무 에세이를 감성쪽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또 모르지. 그런 에세이가 알고 보면 꽤 있을런지. 이것도 알고보면, 알아보지도 않고, 읽어보지 않고 아는 척하며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럴 땐 그냥 나도 귀머거리새려니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피에르 바야르 교수에 대해선 어설픈 나의 말 보단 차라리 기사가 날 것 같아, 먼대글 형식으로 여기에 묶는다.      

 

               



 
 
빵가게재습격 2011-04-28 21:42   댓글달기 | URL
강연회를 많이 다니시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혹시 책을...알라딘에서 구입하셨나요? 쿨럭^^;)

Stella.K 2011-04-29 11:16   URL
아니, 빵가게님이 저의 서재에 들러주시고!
황감합니다.ㅋ
사실 좀 더 꼼꼼하게 잘 써야했던 건데 그냥 저의 주관적인
느낌만 주절거렸네요.
지금 다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랄까, 상당히 흥미진진한 시간이었거든요.
아마도 지적인 빵가게님이 들으셨어도 좋아할만한 시간이었을 텐데...ㅋ
책은 현장에서 샀습니다.
알라딘에서도 싸게 팔지만 이렇게까지 싸지는 않을 거예요.
만원에 두권이었으니, 땡 잡은 거죠.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