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지금은 아직 2018년이니 내년이 되면 메스컴에서 일깨우긴 할 것이다. 더불어 2020년은 유관순 열사가 순국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모처에서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뮤지컬을 만든다고 해서 대본 참여를 해 줬다. 길이는 40분 내외.그러니 이야기가 산을 타다가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즉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이다. 기승으로 갔다 바로 결론으로 떨어지는 구조랄까?

 

암튼 텍스트가 있긴 하지만 텍스트대로만도 할 수도 없다. 새삼 초등학교 때 배우고 잊어버렸던 유관순 열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게 되서 나름 좋았는데 그래도 대본에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만은 남기고 싶었다. 유언은 이렇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질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그런데 이걸 결국 넣지 못했다. 아이들 정서에 안 좋을거란다. 작가의 똥고집일까? 난 웬지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걸 가지고 얘들이 두려워 하겠느냐고 우기고 싶었다. 직접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으며 지나가는 건데. 결국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서 빼기로 했다.   

 

그래도 뭔가 찜찜해서 최근 홍콩에 살다 영구 귀국한 아는 지인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자문을 구해 보았다. 그는 홍콩에 살 때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해 봤다니까. 그 역시 빼는 게 좋을 거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또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해서 뺐는데 마지막 엔딩을 유관순이 채찍을 맞고 죽는 것으로 마무리 하자는 것이다. 아니 그 대사로 처리하는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도 뺀 마당에 채찍 맞다 죽는 것을 보여 주자고...? 게다가 그렇게 해서 마무리 할 것 같으면 기껏 만들어 놓은 노래 한 곡이 죽는다. 어쩌자는 건지.

 

그것도 내가 묻지 않았다면 그대로 진행시켜 볼 참이었던 모양이다. 순간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르른다, 이 바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의 영역을 터치하지 않고, 오로지 존중과 신뢰, 교감 뭐 이런 것만으로 작업을 할 수 없는 걸까?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야 그 존재감을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 꼰대감은 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더구나 제8의 예술인 뮤지컬을 하면서 과연 그게 용납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꼰대가 아무데서나 꼰대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정작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때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것이다. 다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고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처음 일하는 타임에서 그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나중에 무엇을 보여줄지 그 또한 의문이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은 그냥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젠 웬만한 건 유연함으로 넘어갈 줄도 아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일일이 대응하고, 날카롭게 손톱을 세워봤자 나만 힘들어질 것이다. 나야 지켜야 할 것이 목숨 밖에 없으니 손해 볼 것도 그리 많은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덕분에 유관순 열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했던 요즘이었다. 18살 채 피워보지 못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 무슨 용기가 있어 겁도 없이 그 어린 나이에 독립 운동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녀가 삼일운동을 하고, 순국을 했지만 조국의 광복은 그렇게 빨리 오지 않았다. 

 

또 어찌보면 그렇게 죽는 편이 더 나았을까? 좀 더 오래 살았다면 그녀도 위안부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그렇다면 위안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유관순만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란 어이없는 논리의 비약까지 해야한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인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버림 받아도 되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계집 아이가 무슨 독립운동이냐고 혼이 나지는 않았을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무엇보다 유관순은 어린이 위인 전기에서나 다룰뿐 변변한 평전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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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1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찍이 등장하는 결말은 충격이 크지 않을까요.
소품과 맞는 사람의 표정이라는 시각적 효과라는 게 있으니까요.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그 떄 나이가 십대라는 것을 생각하게됩니다.
유관순 열사가 아닌 그 시기 학생이었던 유관순이라는 사람의 생애도 있으니까요.

stella..K님, 오늘도 바람이 차갑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8-10-19 14:08   좋아요 1 | URL
유관순 열사는 좀 안타까운 측면이 많죠.
변변한 평전도 없으니.
하긴 생각해 보면 18년 짧은 인생을 살았고
여자는 조명 받기 어려운 시절이니
그녀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더구나 독립운동의 문을 열었을 뿐이니.
안중근이나 윤봉길 같은 사람은 뭔가의 족적이
있겠지만 한국의 잔다르크라고도 하는데 아쉬워요.ㅠ

희선 2018-10-19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보다 보여주는 게 더 기억에 많이 남을 텐데... 예전과 지금 십대는 많이 다르죠 옛날에 더 어른 같았던 것 같아요 시대가 시대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지금 나라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나라을 빼앗긴 채였다면 우리말과 글도 없어졌겠지요 사라지는 말도 많다고 합니다 그 말을 쓰는 사람이 적어서... 이건 좀 다른 이야기군요


희선

stella.K 2018-10-19 14: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라없는 설움을 우린 겪어보지 못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난민들이 속출하는데
그들이 살기위해 넘의 나라에 입국한다지만
나라없는 사람들이라고 자국인들이 얼마나 업신 여기겠습니까?
그런 걸 보면 못 사는 나라라도 나라가 없는 것 보단 있는 게 훨씬
나은 건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임금을 비롯해 머리들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를 버리고 몽진하는 임금이 있지않나, 국정을 농단하는
대통령이 있지 않나? 그 사이에서 국민들만 희생재물이 돼 온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ㅠ

transient-guest 2018-10-19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런 일은 모순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ㅎㅎ 대사는 끔찍해서 빼는데 채찍을 맞고 죽은 장면은 keep하다니요...무슨 Passion of the Christ도 아니고..
유관순 열사는 꽤 끔찍한 고문 끝에 돌아가신 걸로 알기 때문에 사실 만세운동 그리고 잡혀가서 심문 받으면서 열변을 토하는 걸로 수정하는 편이 아이들에겐 더 나았을 것 같아요...

stella.K 2018-10-19 13:56   좋아요 0 | URL
아, 그럴 걸 그랬나 봐요.
삼일운동 하다가 잡혀가서 고문 받고 죽는 걸로
해 달라고 해서 해줬더니만 엉뚱하게 고문 장면을 넣자니
말이나 됩니까?
그것도 나한테 직접 말 못하고 연출가하고만 그런 얘기를
했더군요. 그분이 최종 결정권자라고 하는데
작가를 아직도 따까리 정도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도 엄연한 제작진이고 작가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일단 연출한텐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과연 마지막까지 지켜질지 의문입니다.
그분 자신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걸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8-10-1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의 글에서 의견 차이라는 것에 주목했어요.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 다른 건지 나처럼 생각하겠지, 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돼 놀란 적이 많아요. 또 오해와 왜곡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함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드라마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보다 자기 글을 백퍼 완성할 수 있는 소설이나 칼럼이 속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ㅋ

stella.K 2018-10-20 13:5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사실 기껏 썼는데 이렇다 저렇다하면 기분 나쁘죠.
하지만 장단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본을 쓰는 경우 지문이나 대사에 딱딱 떨어지는
맛이 있어요. 막 상상력이 머릿속에서 팡팡 터지는
기분이 좋고.
그런데 소설은 속이 편하긴 하지만 혼자하는 작업이라
좀 늘어지고 재미가 없지요.
소설 쓰겠다고 대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언제나 이 둘을 제 안에서 합체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극작가로서 존중 받고 돈도 많이 벌고하면 좋을 텐데...
아무튼 저로선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 쓰는 동안만큼은
재밌었습니다.
모처에서 이력서까지 달라고 해서 써 줬는데
앞으로 저를 계속 써 줄지 모르겠습니다.ㅋ
 

                                             

                   

그의  'Merry Christmas Mr.Lawrence'는 그렇지 않아도 가끔 라디오에서 들어서 알고 있다.

책이든 영화든 뭐라도 주워 듣고 보는 거랑 그런 것 없이 보는 거랑은 다른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챙겨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알고는 있으니 볼 마음도 나는 것이다.

 

 

특히 예술가의 작업 모습은, 남의 집에 초대 받았을 때 주인장의 책장에 무슨 책이 꽂혀있나 궁금한 것만큼이나 관음증을 자극하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ㅋ

 

그는 암에도 걸렸다. 지금은 다 나았을까? 영화가 지난 2011년 영상이던데 아직 죽었다는 말이 없으니 나았나 보다(사실 완치는 없다고 한다. 그냥 다시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거지). 암에 걸리고 보니 자신의 삶이 얼마가 남았을까를 되돌아 보기도 한다. 그는 하루 8시간씩 작업을 했지만 그것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그는 원전 반대 운동에도 참여하고, 영화 음악도 만들고 여전히 열정적인 삶을 산다. 특히 그의 소리에 대한 집착은 가히 편집광에 가까운 것 같다.

 

알고봤더니 그가 최근 우리 영화 <남한산성> OST에도 참여했단다. 그러고 보니 그 영화가 급땡긴다. 언젠가 이 영화 보다가 말았다. 졸면서 봐서 그런지 생각 보다 별론 것 같아 그만 둔 것. 그런데 이렇게 사카모토님이 음악을 맡았다니 달리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젊은 시절도 간간히 보여지는데 나름 미남이긴하지만 약간 오타쿠적인 느낌도 있다. 굉장한 학구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문득 우리나라의 가수 김수철이 생각이 났다. 그도 그런 느낌이 강한데 한때 영화에도 출연하고 음악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뭐하며 사나 모르겠다. 가끔 활동 모습도 보면 좋을텐데.

 

이 작품은 제목 끝에 코다가 붙어 있는데, 올해 에이싱크가 완성됐나 보다. 코다는 뭐고, 에이싱크는 뭔지 모르겠다만 그건 또 언제 개봉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회되면 그것도 찾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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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0-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보면 가끔 무대 세트 배경에 있는 책장이 화면에 나와요. 아주 잠깐 나오지만, 저는 그 책장에 무슨 책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요. 가장 많이 눈에 띈 책이 민음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었어요. ^^

stella.K 2018-10-17 15:4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지. 그 순간이 관음증 폭발되는 순간이지.
아무래도 두 출판사가 출판사로선 쌍벽을 이루니까.
난 요즘 <최고의 이혼>이란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도 민음산가 문학동네 책이 보이더만.
기왕이면 이름없어도 예쁘게 책 잘 뽑아내는 책이면 좋을 텐데
그것도 스폰하는 거라더라. 그러니 당연 두 출판사 중 하니지.
 

제가 요즘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날은 우체국에 볼 일이 있어 돈도 송금할겸 갔는데,

우체국에서 볼 일은 보면서 송금은 안하고 그냥 나와 그 길로 마트를

가기 위해 길을 건너고 나서야 송금을 안한 걸 알았습니다.

그거야 뭐 마트에서 물건 사고 다시 우체국으로 가 송금은 했습니다만 

웬만해서 그런 실수 안하는데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어제 깜박신이 또 강림하더군요.

주중에 교회 가는 일이 별로 없는데, 어제는 특별히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이 설교를 하신다길래

혹시 못 가는 일이 생기면 인터넷 방송이라도 보리라 했죠.

근데 웬걸, 이것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잠자리에 들어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뭐 그것까지도 좋다고 쳐요.

아무하고도 약속한 것이 아니니 피해 준 것도 없죠.

아, 근데 오늘은 정말 깜박신이 아주 사악하게 역사했습니다.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었는데

연락해 주신 분이 시간 늦지 말라고 엊그제부터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 아침에도 또 문자를 주셨건만, 대답은 꿀떡 같이하고

약속 시간에 무려 40분이나 늦게 도착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전 11시까지 신설동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집에서 10시 좀 못 되서 출발해야 하는데

무슨 근자감인지 그 약속을 받은 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저는 아무런 의심없이

10시 40분쯤 출발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그것도 내깐엔 시간에 늦으면 그것도 실례가 될테니 약속 시간 보다

좀 일찍 도착해야지 마음 먹은 게 그꼴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 시간에 출발해 11시에 거길 도착하겠습니까?

자가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택시를 타도 도저히 그 시간엔 도착할 수 없는데.

더 웃긴 건, 아침 먹은 거 설거지하고, 여유있게 감을 깨물어 먹다

시간 계산을 잘못한 걸 그제야 깨달은 거죠.

순간 제 얼굴이 감됐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 놀라 노랗다 못해 주황색. 안 봐도 비디옵니다.

 

물론 뭐 오늘 만나야할 분들이 제가 올 때까지 넋놓고 기다려야할 상황은

아니고, 연락 주신 분께 양해를 구하고 도착하자 그때야 꾸물꾸물 회의실에 모이더군요.

제가 간 곳이 무슨 학교였거든요.

그 상황이 그나마 저를 위로하더군요.

 

한 10년전쯤 이렇게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그땐 하도 놀라 얼굴이 거의 똥색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뭐 양호한 것이긴 합니다만,

제가 앞서 두 번의 실수를 했던 끝이라 예사롭게 느껴지진 않더군요.

요즘 들어 잠이 좀 줄었는데 사람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하던데

그런 걸까요? 암튼 제가 진짜 갱년긴가 봅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정신 나간 기억을 다시 돌아 오게할 수 있을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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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자주 그런 일이 생기는데.^^;
메모를 하면 메모를 두고 가는 걸로 시작입니다.
그래서 시간약속에는 늦지 않으려고 무척 주의하는 편인데, 그래도 때로는 늦을 때도 있어요.
오늘은 많이 놀라셨겠어요.;;
stella.K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8-10-13 15:51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니까요. 메모라는 게 정말 소용이 있을까?
저도 좀 회의적이었거든요.
메모를 전혀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낫긴하지만
메모 자체를 잊어버리면 그렇게 된다니까요.ㅠ

2018-10-13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0-13 16:0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생각되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가끔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쳐도 한 주에
그런 일을 세 번이나 겪고나니 제가 저 같지가 않더군요.
점점 더 심해질까 봐 걱정입니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지겠죠? 메모라도 해야할 것 같고,
이제부턴 나 자신을 매순간 의심해 하는 거구나 싶습니다.
이러면서 나이들어 가는 거겠죠.ㅠ

카알벨루치 2018-10-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stella.K 2018-10-13 15:57   좋아요 1 | URL
웃을 일이 아닙니다.ㅠㅠㅠㅠ
하긴 제가 이런 글을 쓴 것도 위로 받고 싶어서겠지만. 흐흑~

노란가방 2018-10-1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에 영화예매 시간을 착각해서 한 시간 늦게 들어갔더랬지요..ㅋ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요

stella.K 2018-10-13 16:0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노랑가방님은 약과싶니다.
저는 내일 예약할 건 오늘 걸로 예약해서
당일 날 극장 매표소에서 얼마나 당황했는데요?
환불도 못 받고, 새로 표를 끊느라 돈은 돈대로 쓰고.
그때 사색이 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ㅠ

moonnight 2018-10-1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 그런 일이 일상이라^^; 제 경우는 알콜성 치매같기도 하고ㅠㅠ;;
stella.K님은 평소 워낙 단정하시니 충격이 크신가봐요. 푹 쉬시면 나아지시지 않을까요. 토닥토닥.

stella.K 2018-10-13 16: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냥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려니
해야하는데 이게 좀 안 되더라구요.
좀 익숙해지면 괜찮겠죠?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세상틈에 2018-10-1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일 몇 번 겪고 나선 제 머리 보다 플래너를 맹신하며 사는 중입니다.ㅎ 저도 불안해서 주위에 여럿 물어 보니 자기들도 다들 그렇다고;;; 그래도 수면 부족은 지양하셔야 해요. 노화에 의한 자연스런(?) 증상이지만 그걸 가속화 시킬 수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stella.K 2018-10-16 13:27   좋아요 1 | URL
ㅎㅎㅎ 노화에 의한 자연스런...ㅎㅎㅎㅎ
갈수록 잠의 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잠을 못 자는 때가 있으면
한꺼번에 몰아쳐 오는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줄어들었어요.ㅠㅠ

글쎄 말입니다. 워낙에 메모가 습관화 돼있지 않아
잊어버려요. 클났습니다.ㅠ

세상틈에 2018-10-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에 잘 때 오디오북 타이머 맞춰서 켜놓으면 잠 잘 오더라구요.ㅎ

stella.K 2018-10-16 13:50   좋아요 0 | URL
오, 오디오북! 그것도 방법이겠네요.
생각해 보겠슴다.^^

페크(pek0501) 2018-10-19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폰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마트에 가서도 메모를 확인하며 삽니다.
그런데 문제는 메모하지 않고 생각만 한 것은 잊는다는 것이죠. 메모하는 자의 단점이지요.

stella.K 2018-10-20 14:17   좋아요 0 | URL
ㅎㅎ 결국 메모만이 살 길이네요.^^
 

                                          

                      

의외로(?) 몰입도가 좋다.

새삼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조선족을 포함한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능력있는 워킹맘도 그렇고.

물론 이들이 충분한 사회의 보호를 받는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한매는 조선족이지만 불법체류자고,

지선은 능력있는 여자지만 이혼과 함께 아이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에 있고,

사회적으로도 위태위태하다.

이런 소위 사회에서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난 여자들은 역시

사회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아기 유괴 영화는 그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영화는 그것을

통해 바로 이점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매가 불법체류자로서 병든 자신의 아기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입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병원에서 쫓겨났을 때 그 배후엔 그 병원 소아과 의사이자

지선의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 병든 자신의 아기를 입원시키기 위해

한매의 아기를 강제로 퇴원시킨 것이다.

문득 이 부분을 봤을 때 얼마 전 읽은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에세이가 생각이 났다.

헌법에 이런 비슷한 조항이 있지 않을까?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항 말이다.

하다못해 모자보건법이니 인권 조례로라도 함부로 보호자의 동의없이

강제퇴원을 못하는 조항 같은 거 말이다. 그게 아무리 벌법이민자라도.

그럴 때 뭔가 위탁 병원으로 후송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극적 효과를 위해 그런 걸 배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그 역할을 한매 역의 공효진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잘 소화해 냈다.

또한 여자를 일컫어 그렇게 표현한 건(물론 결코 유쾌한 건 아니지만)

그말 뜻이 가부장의 그림자가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여자 스스로는 한을 품지 않는다. 

다 여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태곳적 가부장 때문이지.

 

지선 역의 엄지원과 공효진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둘 다 팽팽하지만 개인적으론 공효진을 조금 더 좋아하는 관계로

조금 더 우월한 연기력을 펼쳤다고 하면 차별이라고 하려나?ㅎ

영화가 나름 오랫동안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포스터에서 공효진 왜 저렇게 점이 많은지 모르겠다. 완전 점순이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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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스텔라님과 저는 왜 친구가 아닌거죠?
저는 친구등록이 돼 있어서 스텔라님 글이 북플에 뜨는데, 스텔라님은 제가 글 쓰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댓글을 다시나요.....

stella.K 2018-10-11 16:45   좋아요 0 | URL
앗, 미안합니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면
누가 최근에 글을 올렸는지, 알잖아요.
좋아요 5개 이상은 메인에 뜨고.
그래서 아는 거죠.ㅎ
그도 그렇지만 타이밍을 놓쳤어요.
지금쯤 친구등록을 하고 싶기는 한데
하면 스요님이 친구등록을 안했단 말야?
분노의 포도 알갱이를 마구마구 저한테 분사할까 봐
수시로 들어가서 뭐 새로운 글 올라온 것 없나
확인하곤 했죠.
제가 이래뵈도 스요님한테 관심이 많습니다.ㅎㅎ

syo 2018-10-11 16: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요지는, 저랑 밀땅하신 거네요 지금? 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18-10-11 17: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정답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세상틈에 2018-10-1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공효진이 나왔었군요. 팬인데 왜 몰랐으까.ㅎ 헌법의 취지에 맞게만 법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한번 볼까봐요.^^

stella.K 2018-10-12 18:18   좋아요 0 | URL
공효진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후회 안하실 걸요?
저 두 사람도 좋았지만 조연으로 나왔던 김선영이란 배우도
전 좋더군요. 확실히 조연 역할을 톡톡히 잘해요.^^

idahofish 2018-10-1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찍으면서 일부러 얼굴에 점을 많이 찍는 메이크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효진이... 고생스런 삶을 산 게 보이도록. (제 얼굴은 더한데요 ㅠㅠ)
여러 가지로 후벼파며 고발하는 영화였던 게 기억나요... 세세한 부분에서 구체적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엄지원이 홍보행사에서 몰래 하이힐 벗고 서 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자연스러웠는데(구두 신고 오래 있음 진짜 발 아프잖아요), 남자 스텝들이 그 장면을 이해를 못하고, 너무 과한 설정이라고 했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세세한 디테일이 정말 여자들은 다 알고 남자들은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stella.K 2018-10-12 18:16   좋아요 0 | URL
그랬을 겁니다. 솔직히 영화에선 별로 못 느꼈거든요.
저도 얼굴 잡티가 말도 못해요.ㅠㅋㅋ

저도 여자 출연자들 가끔 구두를 벗고 뭘하는 것 보면
자연스럽고 좋던데. 남자들이 그러는군요.ㅠ

페크(pek0501) 2018-10-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예약해 놓은 게 있어요. 내일 무용 공연을 보러 갑니다. 발레.
저보다 다리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지켜보고 올 거예요. 홍보 사진을 보니 공중에 몸이 뜨던데 기대됩니다.

stella.K 2018-10-12 18:13   좋아요 0 | URL
와우, 부럽습니다.
발레를 배우시더니 완전 꽂히셨나 봅니다.
저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째즈 발레 공연을 본적이 있었는데
정말 멋있더군요. 잠시도 쉬지않고 몸을 움직여주는데
사람의 몸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놀랍더군요.
암튼 좋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노란가방 2018-10-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지원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었던 영화였죠

stella.K 2018-10-13 16: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평균은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선 선방했더군요. 좋았습니다.^^
 

                                          

                     

감독: 이준익

출연: 박정민, 김고운 외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그 영화가 어떤 스토린가, 누가 나오는가, 재미는 있는가 뭐 이런 걸 중점으로 볼 것이다. 그러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가 못하는가를 따지고 또 그러다 감독이 누구냐를 따지게 되고 그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드냐 못 만드냐를 품평하게 된다. 그건 확실히 관객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것조차 품평할 줄 모른다면 그게 어디 관객이랴?

 

 

이 영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것만으로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김고은이야 더 이상 말이 필요없고, 박정민 역시 그렇다. 난 박정민이 영화에서 그렇게 랩을 잘하는 줄 몰랐다. 물론 원래 랩을 잘 했는지, 이 영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인지 아니면 립씽크인지 잘 모르겠다. 배우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립씽크를 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난 이 두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영화는 결국 감독을 위한 예술이다. 나는 이준익이란 감독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처음 그의 영화를 대한다면 감독을 모르니까 당연 누가 나오는가를 보고 선택을 했고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이준기 주연의 <왕의 남자>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그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준기 배우를 잘 알았던 건 아니고, 그냥 영화에서 연기를 인상 깊게해서 이런 배우도 있었네 했을 뿐이다. 어쨌든 그후 난 기회있을 때마다 감독의 영화를 즐겨봤고 그 정점을 찍은 영화는 <동주>였던 것 같다. 너무 좋아 거의 연거푸 세 번을 봤다. 그건 아마도 윤동주라는 이름이 주는 메리트가 더해졌을 것이다.

 

물론 그가 내놓는 영화마다 성공했던 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다 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는 모르긴 해도 요즘 보기 드문 로맨티스트인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영화를 보면 그리 돈을 들인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그의 영화에 별점 3개 반 내지는 네 개는 줄 수 있다. 누구는 째째하게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원래 영화 평점이 좀 짠 편이다. 그러니 그만한 별점이라면 꽤 높은 점수다.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해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비슷한 또는 정해진 플롯을 누가 얼만큼 잘 요리하느냐가 결국 관건인데 그렇게 얘기하자면 감독은 스토리를 참 잘 다룬다. 아마 모르긴 해도 문학에, 특히 소설과 시에 정통해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김고은을 아예 소설가로 내세웠다. 난 또 이상하게도 영화든, 드라마든 심지어 소설에 작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묘하게도 닭살이 돋는다. 동주처럼 아예 작가의 삶을 다루면 모를까. 좀 싸 보이고,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땜빵식이란 느낌이 든다랄까?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책에 나오는 구절과 장면을 엮어 놓는 것을 보면 그게 꼭 싫은 건 아니지만 좀 아마추어적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감독이 요즘 다시 회춘을 하는 건 아닌가? 

그렇더라도 난 여전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박정민의 랩을 유심히 봤다. 내가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많고, 또 요즘 갑자기 뮤지컬 작업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겨서 더 유심히 보게 된다. 반주는 단조로우면서도 나긋나긋하고, 그러면서도 고독함이 느껴진다. 가사는 자유로우면서도 다소 거칠고 반항적이고, 역시 고독하다. 처음 오페라가 그랬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가곡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갖는 정형성을 탈피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에 곡을 입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오페라는 거의 동선이 없고 뻣뻣하게 서서 노래만 불렀다. 조금 더 현대적이면서 연기적 요소와 포퍼먼스를 가미한 새로운 뭔가가 필요해 뮤지컬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그러다 음악적 요소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 더 강하면서도 저항적인 랩이란 장르를 탄생시킨 건 아닌지? 아무튼 가사를 보면 아무나 자유롭게 써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교과를 랩으로 만들어 부르는 걸 봤는데 꽤 잘하더라. 어쨌든 감독은 영화에서 랩을 사용할 생각을 했던 것을 보면 분명 이제까지 안 해 본걸 시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감독으로선 새로운 도전이었고 감독의 청년 정신을 나름 잘 표현한 장치로도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영화에선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또한 외디푸스컴플랙스에도 꽤 충실해 보인다. 여기, 가정을 돌보지도 않고 바깥으로만 돌며 아내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고 그것을 지켜만 보며 증오의 감정을 키운 아들이 있다. 게다가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사춘기까지 보낸 그는 고향에 대한 기억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고향을 떠났는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함께 자란 여자 친구가 아버지가 편찮다며 고향으로 호출한다. 

 

고향이 지겨워 떠났을텐데 12년만에 돌아 온 고향은 자꾸 그의 안 좋은 기억을 건드린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고향을 떠나건 과연 그곳에 관한 기억이 그렇게 안 좋은 기억만 있을까? 그렇지마는 않다고 감독은 말하는 것 같다. 또한 영화는 그 과거에 묻어두고 도망친 자신의 풀지못한 인생을 마주하라고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하긴 심리학에서는 현실에 불만이 있는 건 과거에 풀지못한 여러 가지 욕구불만과 인간관계 등이 꼬여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그것과 화해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뭐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시간이 흘러 다시 떠올리면 그다지 나쁘지 않고 긍정할 수 있는 부분도 꽤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의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예전에 드라마나 영화는 그 증오의 마음을 삯히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거나 애꿎은 거울을 깨거나 그런 것으로 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증오할망정 폭력을 쓰는 건 패륜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 영화에선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쓴다. 물론 그게 나중에 아버지와 화해를 하는데 구실을 하기도 하지만, 감독은 여기까지 표현하게 만들었구나 기존의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조금 다른 방식을 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는 어떤 개연성 보다는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즐기라고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해피엔딩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엔딩은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그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있는데 혹시 이 영화를 별로 재미없게 봤더라도 그 엔딩에선 만족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감독은 관객을 위한 감독이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자기 세계를 고집하기 보단 관객과의 공감, 소통 적어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난 이런 감독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부디 좀 더 오래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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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8-10-1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믿고 보는 감독이랄까...포스터 보고 뭐야? 이러다가 감독 이름 보고 한번 봐야지...결과는 꽤 만족입니다.

stella.K 2018-10-10 15:2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어요.^^
그렇죠? 이준익의 영화를 보는 건 결코 작지않은 기쁨입니다.
그나저나 날씨는 쓸쓸해져 가니
<동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