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살다 - 이생진 구순 특별 서문집
이생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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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유독 시를 홀대했다. 사춘기 때 문학소녀가 아닌 사람이 없고, 문학소년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그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춘기가 영원하지 않듯 시도 사춘기가 떠날 때 같이 떠나보냈던 것 같다.

 

게다가 알만한 소설가들도 그 시작은 시였다가 소설로 전향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역시 시는 인생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인가 보다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이 그런 시구도 읊지 않았던가, 시 한 편이 300원이라고. 하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엔 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다시 생기는 것도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시인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최근 내가 시인에 관한 책을 읽은 것만 해도 몇 권은 된다. 이 책도 어떤 면에선 시인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구순이 넘었는데 평생 시를 써 왔고 그때마다 썼던 서문을 모은 책이다. 얼마나 열심히 시를 썼으면 서문만을 모아 책을 냈을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의 저 시에 대한 하찮다는 생각이 부끄러웠다.

 

시인은 시집만 38, 산문과 편저가 5, 공저를 5권 냈다. 그는 최근에도 시집을 냈다. 시인도 이렇게 자신이 써온 서문만으로 책을 내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인이라 그럴까? 아니면 살아 온 연륜 때문일까? 서문들인데도 아폴리즘 같으면서도 상당히 서정적이다. 글이 너무 좋아선지 아니면 시인의 구순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것인지 어느 순간 계속 밑줄을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누구는 워낙에 많은 서문을 써 온 터라 한 권의 자서전을 보는 것 같다고도 했던 것 같은데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 보단 왠지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는가에 대해 여기저기에 조금씩 흘려 놓은 것도 같다.

 

시인은 먼저 첫 시집 <산토끼> 서문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은 사람이지 시는 아니라고 했다. 사람 때문에 시를 희생할 수는 있어도 시 때문에 사람을 희생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없고 시만 있는 고독은 시와 함께 그 고독도 싫고, 그 고독도 시도 사람이 있는 고독이고 사람이 있는 시여야만 한다며 철학을 밝힌다. 과연 그렇다 싶다. 그 글이 아무리 명문이라 한들 사람 보다 앞서지 않는다. 읽어 줄 사람 있고 글이 있는 거지 글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글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 볼 때 저자의 말은 새겨 둘만 하다.

 

<자기>라는 일곱 번째 시집 후기에선 이렇게 썼다. 살수록 허해지는 시간에 나의 시를 쓰며 남의 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읽는 일은 시에게서 버림받지 않으려는 일이다. 시에게서 버림받는 일 그 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겠니. 나에게서 시를 빼앗는 일 그 보다 더 큰 재앙이 어디 있겠니.

시야, 너는 참 고맙다. 너는 하늘이 만들어준 내 인생의 날개다. 너는 내 어머니가 만들어준 영원한 양식(37p)이라고 했다. 부지런히 쓰기 위해선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 것은 시도 예외는 아니다.

 

문득 이 구절을 읽는데 마음이 싸해지더라. 나는 내가 시를 버린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시가 나를 버린 거다. 지금이라도 끊임없이 찬미해 주고 사랑해 주면 시도 나를 사랑해 줄까? 하지만 그것이 어디 시만이랴.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것에 대하여 내 인생의 날개며, 영원한 양식이라며 찬사를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인생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

 

시인은 사랑꾼이다.

시인은 평생을 두고 사랑에 열중하며, 시에 있어서 사랑은 너무나도 크고 아름답고 했다(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시인의 사랑서문에서). 그러면서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 후기에선, 시인은 편한 길만 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길도 다녀 봐야 시에 탄력이 생긴다고 했다. 시는 재사(才思)의 기술로서가 아니라 숙명적으로 떠돌며 얻어지는 마음의 도록(圖錄)이라고 했다.

 

또한 시인은 자연과 하나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사람이지만

악착같이 시를 써서

곤충이 될 거다

풀밭에서 찌르르 우는

곤충이 될 거다

                                         -‘곤충기에서

...... 나를 확대하다 보면 어디서나 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이 세상엔 내가 없다는 경지까지 축소해보자. 그때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곤충은 정말 희귀한 생존인 것이다(<개미와 베짱이>후기 61p).

 

유서를 쓰듯 쓴 시. 며칠을 살자고 울다가 떠난 매미처럼 벗어놓은 껍질이 이 시집이다. 그 껍질을 들고 매미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도 이 시집에 포함된 한 편의 시(하늘에 있는 섬 서문)라고 했다. 시란 이렇게 하찮은 것에 마음을 두고, 끊임없이 무위자연해지지 않으면 써 질 수 없다.

 

그렇다면 시인의 마음은 어때야 할까?

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나오는 젊은 비즈니스맨도 알고 보면 불청객이고 외딴섬 풀밭에 앉아 땀을 씻는 불청객이다. ......집에서 쫓겨난 사람처럼 낯설다. 그런 낮으로 호박꽃을 본다. “호박꽃도 꽃이냐얼마나 섭섭한 말인가. 그래도 오늘 아침 호박꽃은 명랑하다. 외로운 데서 얻은 아름다움. 나는 그것으로 시를 썼다. 시집<섬마다 그리움이> 후기에 나오는 말이다.

... 남들은 모른다. 시심을 먹고사는 시인의 마음을 모른다. 조금은 가난하게 조금은 외롭게 조금은 춥게 살아야 시심이 생기는 시인의 마음을 모른다(‘거문도후기)고 했다. 이 외로움이 아니면 하찮아 그냥 지나쳐 버릴 것도 다시보고 새롭게 보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시심에 다가설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시를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시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인가?

서른여섯 번째 시집 <섬 사람들>에서, 정월 초하루 00, 보신각종이 울리는 순간 어린 학생처럼 일기장을 꺼내 무엇인가 쓰고 싶다. 앞으로 365, 이 많은 시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를 쓰겠다는 다짐. ...... 시 때문에 내가 살아나는 것이다. 시는 생존의 기록, 나를 만나게 하는 기록, 그것이 시를 쓰는 재미라고 썼다. 그러면서 고맙다고 했다. 삶의 질곡까지 기쁨으로 맞아들이는 시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시인은 평생 시와 함께 살아보고 이런 말을 남긴다.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

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그리고 보니 이제 철이 드나보다

이런 결말에 결론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거기엔 조건이 있다

첫째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90이 되어도 제 밥그릇은 제 손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과

셋째 밥 먹듯이 시를 써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제정신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

......

그 사람이 시를 쓰며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리라 믿지만 그렇게 살라는 강요는 아니다 시인은 언제나 부족한 자리에서 만족해왔으니까(‘무연고서문에서)

나는 애초에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는가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겠구나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외로움과 고독을 발견했고 그것을 천명으로 받아들이며 시를 썼겠구나 싶다. 그리고 저 문장을 만났을 때 뭔가 쓸쓸하지만 꽉 차 있고, 꽉 차 있지만 쓸쓸했다. 과연 뭔가에 뜻을 품은 사람은 저래야겠구나 싶다.

 

스물다섯이 되면 어떻게 사나 싶은 때가 있었다. 그때가 되면 내가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이 자신은 빨리 늙고 싶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는 나 보다 3살 위였을 뿐이다. 생각해 봤더니 그때 내가 정말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나이든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스물다섯 그 나이 보다 훨씬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러니 한 건, 젊었을 때는 중년을 감히 가늠하지 못했다.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이든 나를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덧 중년이 되고 보니 노년이 멀지 않다는 생각을 든다. 이 책은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노년의 삶을 보는 것도 같다. 노년은 인생의 저주가 아니다. 노년을 감사하게 살면 그건 오히려 선물이다. 시를 사랑해야지, 시인처럼 살아야지 싶다. 고독을 응시하며 순간순간 치밀어 오를지도 모르는 노욕을 지그시 누르며 시인처럼 늙어야지 한다 

 

덧붙이자면, 시인이 처음 시집을 내기 시작한 건 1955년부터다. 그렇게 많은 책을 냈어도 우리가 시인의 책을 접할 수 있는 건 반도 채되지 않는다. 이 기회에 절판된 책들이 다시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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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12-1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작의 수를 보니 대단한 분이시군요.

˝나이 90이 되니 알 것 같다
살아서 행복하다는 것과
살아서 고맙다는 것을˝ - 저는 몸 건강하고 돈 걱정 없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90까지는 안 됐지만 연로한 친정어머니를 보며 살아서 그런지 아직 몸 쌩쌩한 게 감사히 생각되더라고요. 산책하면서도 느낍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제가 너무 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당~~ㅋ

stella.K 2018-12-15 14:42   좋아요 0 | URL
언니는 늘 긍정 갑이시잖아요.ㅎㅎ
저도 언니와 같은 생각을 해요.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보다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018-12-14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12-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18-12-15 14:48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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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비슷한 메일을 받곤한다. 나만 이럴 것 같지는 않고...

남의 블로그에 올린 글 가져다가 뭐에다 써 먹을까?

돈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좀 수상하긴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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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3 15:1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역시 돈은 쉽게 버는 게 아닙니다.
이런 걸로 피해 사례 있으면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ㅠ

2018-12-13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2-13 18:15   좋아요 0 | URL
저는 종종 받습니다. 포털 사이트 메일로.
별로 잘 정리된 것도 없는데 뭘 노리고 이런 메일을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건 무조건 의심해 봐야합니다.

위의 글 내일 제가 여기 들어오면 지우겠습니다.
괜찮죠?^^

cyrus 2018-12-1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팔라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로만 들었는데, 미끼(?)를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에요.. ㅎㅎㅎ

stella.K 2018-12-13 18:28   좋아요 0 | URL
ㅎㅎ 너도 본적이 없구나.
그럼 이거 뭐 영광이라고 해야되는 건가?
내가 만약 빈털터리면(지금도 뭐 그닥 부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몇 가지 물어보고 괜찮으면 팔 것 같아.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2-1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블로그 팔라고 팔면 저한테 2백 준다 했습니다...ㅋ돈 없어서 허덕일때 그런 제안이...팔 수는 없었습니다 제 자존심이 있어서 흑흑 ...

stella.K 2018-12-13 19: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잘 하셨습니다.
그돈 없어도 하나님이 다 먹이시고 채워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카알님 본 받아 끝까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ㅠ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2-13 20:02   좋아요 1 | URL
블로그 팔지도 마시고 빌려주지도 마세요! 기록은 역사입니다 !!! 흑흑흑 ....

hellas 2018-12-1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메일 너무 많이 받아요:0 그냥 첫문장보고 지워버리는데, 블로그 게시판에도 달리고 메일도 오고 요즘은 카톡으로도 오더라구요. 순전히 기록을 위한 블로그라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대응한 적이 없는데 여기서 저 판에 박힌 문구들 보니 반갑? 네요 ㅋㅋ

stella.K 2018-12-13 20: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반갑습니까?
저도 헬라스님과 동병상련이 된 것 같아 반갑습니다.ㅋㅋ
지금까지는 다 스팸으로 돌렸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은 어떤가
싶어 일케 올려봤습니다. 역시 상종을하면 안 되겠군요.^^

hellas 2018-12-13 20:40   좋아요 1 | URL
카테고리 추가로 만들어서 각종 광고글올리는것 같은데. 간혹 제 블로그 내용에 딱히 관심없을듯한 사람이 이웃신청 같은거 해서 살펴보면 그런 광고들 잔뜩인 블로그들이더라구요. 광고도 하고 이웃맺기도 하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병원 변호사 건강식품등이 많은듯해요.

책읽는나무 2018-12-13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많이 본 문구다~~싶어 읽어보니 음!!!!
저는 제가 저런 문구를 받은게 아니구요~~울아들녀석이!!
중학교때 저런 문구 메일을 받고 정말 돈을 40만원을 받은거에요ㅜ
저도 뒤늦게 이사실을 알고 깜놀!!
문구를 아무리 읽어봐도 좀 수상쩍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했었는데요~방문자수가 많은 블로그에 자신들이 접수받은 광고글을 올려 수익을 챙기는 전문? 뭐 그런 곳인 것같았어요.
다시 돈 돌려주고 아들더러 본인의 블러그 한 번 들어가 보라고 시켰더니 치과,보험광고가 똭!! 심지어 점집 광고마저~~ㅋㅋㅋ
본인도 살짝 충격 받고 블러그 일단 잠정중단 중입니다.
뭐든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걸 열심히 가르치는 계기가 되긴 했습니다만~~돈이 된다면 학생까지 끌어들인다는건 참ㅜㅜ

stella.K 2018-12-14 13:59   좋아요 1 | URL
ㅎㅎ 귀엽습니다. 아드님이 호기심이 많은가 봅니다.ㅋㅋㅋ
돈을 주긴 하는군요.
불법은 아닌가 보죠? 돈이 궁하면 진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긴 저도 광고 붙는 거 질색인지라 역시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좋겠군요.^^

레삭매냐 2018-12-1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블로그에 갔더니 블로그 매도가
1억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

그런 분에게도 입질을 하는지 문득 궁
금해졌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13 22:40   좋아요 0 | URL
1억이면 조금 흔들릴 것 같은데?ㅎㅎ 주진우 기자는 우스갯소리로 기사 안 쓰는 댓가로 50억이야기 하던데 저도 한 50억???ㅋㅋㅋ 춥네요 밤이 ㅎ

stella.K 2018-12-14 13:54   좋아요 1 | URL
와우, 1억! 그거 정말 그냥 입질 같은데요?
저도 밤이 춥다 못해 낮도 춥습니다.ㅠㅋㅋ

페크(pek0501) 2018-12-1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로 네버~~ 넘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stella.K 2018-12-14 20: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어요.ㅋㅋ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2016년 영국)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원작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더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 영화는 더 하지 않는가? 이 영화는 인도에 실존했던 천재적 수학자 라마누잔의 짧은 생애를 극화했다. 그래서 원작이 있나 찾아 봤더니 그의 평전 또는 전기 소설 같은 건 없고 어린이 위인 전기 같은 것이 발견됐을 뿐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 뿐이지 영국에서 제작이 됐고 실제로 라마누잔이 영국에 유학한 적이 있는데다, 감독이 (국적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인도 사람 같다. 그렇다면 백퍼 원작을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어쩌자고 우리나라엔 그의 전기가 없는 것일까?  

 

 

 

 

수학을 한 번도 잘 해 본적도, 그렇다고 좋아해 보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솔직히 이 영화가 나로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긴 수학보단 천재란 수식어가 더 당황스럽다. 한번도 천재가 되본 적이 없으니. 이 영화에 수학을 다루건, 물리학이나 문학을 다루건 무엇이 그리 차이가 있겠는가? 영화는 그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뿐인데. 단지 부러운 것이 있다면 이들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발견하고 그것에 놀라워하고 그러는 것들이 부럽다.

 

더구나 라마누잔이 유학했던 곳은 지성의 요람이라던 트리니티다. 거긴 뉴턴을 비롯한 그야말로 내로라는 지성이 거쳐갔다. 그런 곳의 교수들이고 학생들이니(1920년대의) 그들의 콧대가 얼마나 높을까? 뭐 어느 나라나 인종 차별은 존재하는 법. 영화는 인구만 많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나라의 남자를 처음부터 환대했을 리 없다. 그리고 영화는 웬지 영국을 끝까지 옹호할 참인지 그러한 차별에 대해선 아주 노골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견 이들의 차별이 이해가 간다. 얼마나 콧대가 높으랴? 그만한 지성을 길러낸 대학이고 나라니 말이다. 그게 우리 나라라면 더 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개천에서 용이나지 않는다지만, 미래는 꿈 꾸는 자의 것이란 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인도가 계급주의 사회라지만 어느 계급은 배를 타면 안되는 계급도 있다니 놀랍다. 물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고, 인도도 지금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한 그런 계급주의 사회가 얼마나 사회를 억압하고 발전을 저해 하는지를 영화는 라마누잔을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라마누잔이 자신의 계급이나 신분에 비관했다면 그는 한 발자국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꿈만 바라보고 나가는 자세는 꽤 유용하고 필요한 자세다.

 

영화를 보면서 대학이 부럽긴 했다. 나는 거의 평생을 학교를 좋아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명문대의 뜰을 밟아보지 않은 것에 대해 그닥 부러워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역시 대학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지적 욕구와 함께 뭔가 모를 내 안에 아쉬움을 자극시킨다. 

 

나름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긴 하지만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천재를 만났다. 천재가 남다른 건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갖는 것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제목이 그런가 보다 싶다. 천재는 되지 않아도 좋다. 이 경이로움만 가질 수만 있어도 세상 살아가는데 훨씬 용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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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 정재은

출연: 나카야마 미호, 김재욱 외

 

나비잠이 뭔가했더니 아기가 팔을 활짝 펴고 자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이 단어는 실제로 국어사전에 나온 말이다. 혹시 이 영화도 원작이 있나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같은 이름의 책은 몇 권 발견이 되지만 원작으로 보이는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소설가이면서 대학 강사인 료코(나카야마 미호 분)와 일본 문학을 좋아해 일본에 유학해 공부하는 그녀의 제자인 찬해(김재욱 분)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찬해가 료코의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주면서 가까워지고 료코가 팔이 아파 구술로 소설을 불러주고 찬해는 그것을 타이핑 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둘은 가까워 진다. 물론 이때만해도 둘은 스승과 제자,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일뿐 그리 깊은 사이는 아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가까워진 건 알츠하이머를 앓게된 료코가 불안한 심리를 보일 때 그런 그녀를 찬해가 달래 주면서부터다.

 

어느 날 찬해 옆에서 어린 아이처럼 곤하게 자는 료코가 양손을 베게 위에 벌리면서 자자 찬해가 그것을 한국말로는 '나비잠'이라고 또박 또박 가르쳐 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얼마 후면 잊혀지고 헤어질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일본 특유의 영화적 감성으로 스크린에 담았다. 모르고 보면 이게 일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영화 <러브 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고, 배경도 일본이며 조연으로 나오는 사람도 일본 배우들이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손>에서 퇴마 신부 역을 맡은 김재욱만이 한국 배우다. 그나마 그가 맡은 역할도 일본 유학생 역이다. 

 

하지만 이 영화 감독은 우리나라 사람이다. 일본, 한국 합작 영화로 나오는데 보통은 감독이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상황에 맞게 연출했을텐데 제작을 일본에서 했던 걸까? 모든 것을 일본에 맞췄다. 

 

 

 

영화가 어찌보면 불행하고 안타깝고, 칙칙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예정된 그때가 오더라도 사랑하는 이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지도 보인다. 그러나 역시 그것에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간의 오해가 있긴 했지만)각자의 길을 간다.  

 

꽤 지적인 인상을 풍기면서 푸르고 밝은 이미지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일본의 집이 그렇듯 료코의 집 맨위층 다락이면서 그녀의 서재다. 거기에 적지 않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데 어느 날 찬해에게 책을 색깔별로 맞혀 달라고 부탁한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병과도 관련이 있는 부탁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색깔별로 책장이 정리하니 그도 꽤 볼만하다. 그리고 그녀의 집은 나중에 동네에 기증되어 동네 도서관이 되는데 그도 꽤 괜찮겠다 싶다. 도서관이 꼭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요즘 동네 책방이 뜨고 있는데 동네 도서관 역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책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좋아할만한 영화다. 

 

사람이 무엇이든 자기 전문분야가 있으면 나이들어서도 꽤 있어 보인다. 그것이 문학이나 의학이면 더 그래 보인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간혹, 병든 사람을 돌보다 연인관계가 되는 영화가 있다. 얼핏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던 우리나라 제목으론 '사랑을 위하여'란 영화가 생각난다. 나카야마 미호는 20년 전의 풋풋함은 없지만 그 나름대로 곱게 나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면 또 나름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한 번 더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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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07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카야마 미호 하면 러브레터가 같이 생각나요.
이와이 슈운지 감독하고요.
다른 영화도 그동안 많았겠지만, 그만큼 많이 본 건 아닌가봐요.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무척 차가운데, 일요일까지 계속 추울거라고 합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18-12-07 18:47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러브레터 밖에는...
그래도 배우가 참 괜찮게 나이들었어요.
물론 그만큼 가꿨을 것이고,
예전처럼 풋풋한 건 아니지만 중년의 중후함이라는 게 있잖아요.

정말 춥더군요.
내일 저녁에 약속도 있는데 클났습니다.
점점 추으면 나가기가 싫더군요. 더구나 밤엔.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cyrus 2018-12-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있어요. 뇌도 나이 먹어서 늙어갈수록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해요. ^^

stella.K 2018-12-08 13:41   좋아요 0 | URL
그런가? 난 전문가가 안 되봐서...ㅋㅋ
그래서 교수들도 나중에 치매 걸리고 그러는가...?ㅎ

cyrus 2018-12-09 16:17   좋아요 1 | URL
책을 많이 읽으면 두뇌 발달 능력이 둔화되는 속도가 떨어져서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던데, 글쎄요.. ㅎㅎㅎ 저처럼 책을 너무 좋아하면 덜 움직이게 되고, 운동을 안 하게 돼요. 이런 사람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어요.. ^^;;

stella.K 2018-12-09 16:30   좋아요 0 | URL
ㅎㅎ 넌 아직 젊으니까 지금부터 잘 관리하라구.
그러다 훅간다. 순식간이야.ㅠ

푸른기침 2018-12-0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채플린의 시티라이트가 뜬금포로 떠오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몇 편 안되는 건전한 영화죠~^^
왕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네요. 감기 조심요

stella.K 2018-12-09 14:37   좋아요 0 | URL
엇, 왜 시티라이트가 떠오를까요? 의왼데요?ㅎ
가끔 푸른기침님 댓글과 포스팅을 볼 수 있어서 반갑네요.
가끔 이렇게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좋아요도 눌러주시면 더 좋겠구요.ㅋㅋ

날씨 정말 춥네요. 푸른기침님도 건강 조심하시길요.^^

페크(pek0501) 2018-12-0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 멋져 보여요. 그런 사람은 다른 분야에 대해 좀 모르는 게 있어도 좋게 보이더라고요. 한쪽으로만 파서 그렇구나, 하고.ㅋ

stella.K 2018-12-09 14:36   좋아요 1 | URL
그렇죠? 한 한 달전쯤이었나?
K 본부 <인간극장>에 아흔 넘은 할머니가
현역 의사로 활동하시는 걸 다룬 적이 있어요.
아직도 정정하시더군요.
어찌나 부럽던지. 문득 이 영화와 겹쳐서 그렇게 써 봤습니다.^^

카스피 2018-12-0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저런 옥탁방혹은 다락방이 있는 서재를 갖고 싶은것이 꿈인데 언제 만들지 참 깜깜합니다요ㅜ.ㅜ

stella.K 2018-12-09 14:38   좋아요 0 | URL
저는 서재는 고사하고 큼지막한 책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왠지 가능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ㅠ

2018-12-09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9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12-10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은 있는데 많이 춥네요.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조심하세요.^^

stella.K 2018-12-10 15:12   좋아요 0 | URL
넵. 후애님도요.^^
 

 이 책이 발매되기 전 티저북을 읽었다. 가끔 출판사에선 홍보용으로 티저북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으로 안다. 그것이 그 책의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을 사 보기 전에 맛보기용으로는 꽤 괜찮은 방법 같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든다. 얼핏 보면 미국이나 영국스럽긴 하다만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작가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먼나라 이웃나라로선 그게 그것 아닌가?ㅋ

 

단편 모음집이고 표제작이 그러한지라 받은 티저북도 동일한 제목의 작품인 줄 알았더니 수록된 작품중 '자식들은 안 보내'이다.

 

 

나는 이 작품을 두 번 읽었다. 잘쓴 작품이긴 한데 단편이라고 만만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보는 것 같다.(노벨 문학상 작품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앨리스 먼로는 문체가 좋다기 보단 묘사가 좋은 작가는 아닐까 싶다. 

 

문체가 좋았다면 기억하고 싶고, 밑줄치고 싶은 문장이 있었을텐데 딱히 그런 건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해를 돕고자 친 문장이 간혹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 작가가 대가스럽긴 하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풍경 묘사나 상황,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꽉찬 느낌이고, 한 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내용도 흔히 겪을 수 있는 결혼한 사람들의 부조리한 면들을 그럴싸하게 다뤘다. 송곳같이 날카롭고 비판적으로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작가의 노련한 글 솜씨는 이렇다할 갈등이나 사건없이 어느새 주인공 폴린을 이혼녀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이혼녀라는 것도 상대적 개념 아닌가? 돌싱 또는 독신녀라고 표현해야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폴린은 결혼 생활을 하다 다른 사람과 눈이 맞아 잠시 동거를 했지만 맨끝에 보면 그와도 헤어진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혼한 전 남편은 폴린에게 얘들이 아니라 자식들은 안 보낸다고 단호히 말한다. 즉 아이들은 전 아내 폴린에게 보내지 않겠다는 거다. 폴린은 이것에 대해 판자로 세게 얻어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이혼했다는 것을 가장 뼈져리게 느끼는 게 바로 이 지점은 아닐까 싶다.

 

그런 것으로 볼 때 작가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서양 사람들이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이거야 말로 조금은 놀라운 표현은 아닌가 싶다. 이혼한 사람이라면 자녀 양육을 누가 맡던지간에 자식을 맡지 않은 전 배우자에게 일정 기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건 당연한 거고, 그것에 쿨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이 하도 잦은 사회라 이혼하고도 전 배우자와 친구처럼 잘 지낸다는 말도 들었는데 역시 사람 마음은 동서양이 똑같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냥 친구처럼 잘 지내려고 할 뿐 한때 같이 산 세월을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오히려 쿨한 쪽은 폴린의 두 아이다. 옛날 같으면 자신들을 포기한 엄마에 대해 분노를 가질 법도 한데 엄마는 그저 엄마의 인생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있지 않는가? 물론 거기엔 어떠한 비난도 없지만 대신 사랑이나 끈끈한 유대 관계는 없다. 그게 아쉬운 요소긴 한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떠한 선택에 결과고 감수해야할 부분이지. 

 

이혼한 가정의 쿨한 풍경은 바로 이런 것일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받아 들일 건 받아들이고, 봉합할 건 봉합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래도 작가가 보수적이건, 서양 사회가 의외로 보수적인데가 있건 간에 이왕 보수적인 관점에서 소설을 썼다면 그래도 이혼만큼은 하지 않는 것으로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진 않다. 이혼해서 홀로 남겨진 삶도 별로 행복해 보이진 않으니까. 물론 행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위해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결혼 생활을 하다 잠시 외도할 수 있는 건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책임이 남자쪽에 있던, 여자쪽에 있던 말이다. 왜 남자는 외도를 해도 되고, 여자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거기에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차이 때문에 여자가 외도를 하면 아예 이혼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작가의 글은 섬세하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땐 다소 지루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다시 읽게되면 정말 많은 것들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제고 작가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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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5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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