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내가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은
결국 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 영원한 화자

 

1. 왜 남들이 다 읽는 건 읽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까 5년 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나는 ‘달려라 아비’가 나왔다는 신문광고를 못 본척했다. 누군가가 추천할 때도 귀 막고, 인터넷 서점의 서평들도 읽는 둥 마는 둥 넘겼다. 그러다 이제야 책을 읽는다.

 

2. 뒷북인 건 아는데, 어쩌겠나. 내 성격이 이 모양인 것을. 난 참 평범하게 생겼는데, 이상하게 남들 하는 건 왜 따라하고 싶지 않을까. 아마도 유행에 휩쓸리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내 취향을 갉아 먹히는 느낌이랄까. 

 

3. 소설은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여운을 남긴다. 딱 그만한 나이의 감성과 고민이 묻어난다. 책을 멀리 치우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가까이 두자니 어정쩡하다. 하지만 첫 소설집치곤 괜찮다. 하긴 젊은 애가 애늙은이처럼 무거운 척 하는 것도 거북한 일이다.

 

4. ‘영원한 화자’는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를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소설 곳곳에서 반복되는 ‘나는 ~ 이다.’라는 문체. 쉬워 보이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문장이다. 적어도 나는 작가의 초기작에 이런 고민 하나는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애란 양은 참 개구쟁이 고양이 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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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칼비노 선집 2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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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양이 대학살-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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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불안의 개념
쇠렌 키에르케고르 지음 / 한길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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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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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ica watches 2010-03-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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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때의 치기라고 생각했다. 프랭키의 책을 몇 장 넘기면서 나는 내 취향과 먼 책이라고 일찍부터 결론내 버렸다. 젊어서 한번쯤 저질러 보고픈 불장난같다는 느낌. 그다지 애절하지도, 마음이 실리지도 않았다. 머릿속에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줄치고 싶은 멋진 문구가 숨어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에서 놔지지가 않는다.

기본적으로 그는 긴장을 끌어내는 법을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조적인 상황이나, 이미지가 그 도구로 사용된다. 거기에 뻔한 상황을 다시 한번 뒤집어 주는 센스도 빼놓지 않았다.

‘대마농가의 신부’에서는 어딘가 촌스러운 도쿄여자와 의외로 도시스러운 농촌 부자가 나오고, ‘둥근 파꽃’에서는 현재 지고지순한 아내가 한때는 성적 쾌락을 즐기던 이였다는 과거가 등장한다.

‘사형’에는 사형수와 그의 죄를 변호하는 변호사가 나오는데, 특히 판결이 나는 마지막 장면, 사형수에게 사형이 결정되고, 사람들이 박수치는 그 상황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상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오사비시성’은 이문열의 ‘익명의 섬’과 설정이 비슷한데, 죽으려고 섬을 찾은 남자가 쾌락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얘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 속의 소녀 나키고에게 ‘가족의 탄생’에서 나왔던 이 대사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저씨, 헤픈게 나쁜거야?’

‘Little baby nothing’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젊은 세 남자와 쓰레기장에 쓰러진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는 닮고 싶은, 동경에 대한 세 남자의 견해를 그야말로 어린 남자애들스럽게 그리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대사는 ‘신 같은거, 제단에만 있는 게 아니라 쓰레기장에도 있다고요, 때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이 단편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그게 치기든 뭐든 쓰고자 하는 게 정해지면, 그 다음은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 낯선 상황들이 생소하고 불편하고 억지 같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랭키의 어투가 자신감 있어서 좋다. 다음에도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읽을지는 미지수지만, 프랭키가 앞으로도 프랭키답게 씩씩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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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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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초신경이 아닌 뿌리를 쥐고 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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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내이름은 빨강을 읽고 머리 띵한 경험을 했던 게 작년이었나. 오르한 파묵의 다음 작품으로 하얀성을 골랐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그냥 오르한 파묵의 작품은 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을 골랐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후 지금 내 감정은 개운치가 않다. 아마도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이유인 듯 하다. 이 책의 질문은 한 가지다. 나는 나인가? 이 짧은 질문 하나가 읽는 이를 혼란에 빠뜨린다. 다시 말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이러다보니 책을 다 읽어도 뭔가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나’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호자’를 만나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종국에 가서는 내가 너인지, 너가 나인지 모르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내가 나인지 생각할 마음자세가 없던 나로서는 이 책이 그다지 재밌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해 이렇게까지 탄탄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참고로 본질 탐구, 철학적 깊이 등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하얀성은 말초신경을 건드린다기보다 뿌리를 쥐고 흔드는 책이다. 독서로 ‘휴식’을 원하는 이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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