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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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부모와 자녀, 부부와 친구. 관계는 우리 삶에서 큰 역할을 한다. 기쁘기도 하지만, 버겁거나 우울함을 주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거리를 두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스테리 소설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아마 반전에 있지 않을까. 작가가 심어놓은 트릭에 속았다가 어느 순간 사실을 깨닫고 무릎을 친다. 아시자와 요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뻔한 이야기 같지만, 반전과 스토리 구성이 뛰어난 매력적인 작품이다.




 


소설의 주요 인물은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사에와 혼전 임신 후 전업주부로 살아가며 아이를 키우는 나쓰코다. 두 여성은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사에의 남편 다이시가 실종되어 시체로 발견되며 문제가 생기는데, 서로의 관계가 변해간다. 그리고 대처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의지하고 받기만 한 사랑에 익숙한 사람과 자기의 삶을 버리고서라도 해결하려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사에는 남편 다이시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알면서도 아는 척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는 찾아오지 않는다. 다이시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쓰코는 사에가 하지 못한 일을 처리해버린다. 사에와 나쓰코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는데 사람은 자기가 본 것보다 부풀려 말하는 면이 있는 거 같다. 상대가 불행하기를 바라는 마음 한편으로 은근히 기뻐하는 게 인간의 심리인 건가.

 


이 아이의 앞길에 행복만 있기를.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15~16페이지)

 


부모가 된다는 건 점점 어른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나밖에 몰랐다면, 이후의 삶은 아이 위주로 살게 된다. 사랑을 받는 일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행동이 이렇게 다른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미스테리 소설이란 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니 악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소설을 읽으며 ,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가 있었다. 뭔가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을 맞추려다 보면 깨닫는 게 있다. 작가가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던 관계가 드러나면서 작품은 새로운 양상을 띤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나쓰코가 사에를 위해 지켜주고 싶었던 진정한 행복. 사에가 누리고 싶었던 행복의 이유가 서로 달랐던 점이 문제일 것이다. 진실은 아주 나중에서야 깨닫는 법. 집착과 희생, 행복과 불행의 단계를 넘어 그들에게 남아있는 건 쓰디쓴 깨달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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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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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에게 남은 시간이 4년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제초제와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곤충들이 사라지며 꿀벌의 개체수가 줄고 있다. 과채류의 수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꿀벌이 절반가량 소멸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도 있다. 꿀벌이 우리의 미래다. 30년 후, 지구의 미래를 예견하고 과거의 역사와 함께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퇴행 최면요법을 통해 30년 후의 미래를 다녀온 후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제3차 세계전쟁을 막는 방법으로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꿀벌의 예언을 쓴 저자를 찾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과거의 문을 열어 꿀벌의 예언이 쓰인 전생의 삶으로 가자 그곳은 십자군 전쟁이 한창인 곳이었다.





 

미래를 다룬 영화나 소설은 황폐해진 지구를 나타낸다.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인구와 함께 공기는 숨쉬기 힘들 정도다. 꿀벌이 사라진 미래는 식량난에 휩싸이고 제3차 세계전쟁이 발발한다. 지구의 미래를 꿀벌에서 찾는다. 현재의 르네는 전생에게 미래의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꿀벌의 예언을 집필하고자 한다.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부터 성전 기사단의 탄생 과정과 책을 지키고자 하는 무리와 책을 차지하기 위한 무리로 갈라진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1, 73페이지)

 

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과거 속에 있어.

내 미래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과거 속에 있어. 비단 내 문제들뿐만이 아니야……. (1, 156페이지)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전생을 찾아 여행하며 르네 톨레다노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고민이기도 한데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과거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과거의 깊은 통찰이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주제에 집중하여 인류의 미래를 위해 꿀벌의 예언의 행방을 찾는다. 과거의 인연이 현재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불교적인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을 통해 꿀벌의 생태계와 과학적 시선도 기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는 추세로 농약 사용의 일반화를 꼽았다. 더불어 1980년대부터 중국에서 유입된 꿀벌응애의 확산과 등검은말벌의 침투로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심각한 위기다. 전체 식물종의 80퍼센트가 꿀벌이 있어야 번식할 수 있으며 꿀벌의 실종은 환경재난을 불러 올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소설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다. 과거에 실재했던 이야기인지 작가의 설정인지 헷갈릴 정도로 치밀한 내용이다. 인류의 미래를 꿀벌로 보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비가 계속 내린다. 장마가 아닌 우기라고 한다. 4계절이 거의 뚜렷했던 우리나라라고 이제 우길 수 없게 됐다. 집중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하차도가 막혀 물이나 흙에 갇힌 사람들이 많다. 지구의 종말이 머지않은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북극의 얼음은 녹고 있으며 집중 호우나 산불, 가뭄이 비일비재하다.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과 과도한 자원 남용이 불러온 영향인 것 같다. 지구의 지하수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 또한 지구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구를 잘 보존하는 게 어떤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었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함께 우리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맞는지를 묻는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농약 사용하지 않기, 숲을 가꾸기,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기. 후대에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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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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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테마로 한 소설집으로 창비교육에서 펴냈다. 청소년과 2030 독자들에게 미디어를 통한 새로운 시선과 공감을 선사하는 소설로 김애란 작가를 포함해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테마소설의 특징이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작가들의 다양한 세계와 사고를 알 수 있었으며 우리 또한 마음의 문을 열고 다양한 시각을 기를 수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에서는 잊혀져 가는 언어에 대하여 파고든다. 나는 누구일까를 묻는데, 말의 언어, 표현의 언어가 사라진 세계의 탐험이다. 구소현의 시트론 호러는 책을 좋아하는 유령이 주인공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물건을 움직이거나 사람의 몸을 스치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살아있을 때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유령 공선은 너무 심심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만 책 읽는 누군가를 따라다녀야 했다. 유령이 책을 읽는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인간이 책장을 넘기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기에 부지런한 독서가를 좋아한다. 존재하고 있지만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며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유령의 마음이 애틋하다. 삶도 죽음도 누군가와 연결해야만 나아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오선영의 후원명세서는 아동 복지 재단의 직원이 바라보는 후원자와 후원 아동의 이야기다. 복지 재단의 후원자가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 때문에 일어난 내용이다. 후원 아동에게 갖고 싶은 물건을 말하면 선물을 사서 보내주겠다고 했다가 자기도 신어보지 못한 30만 원 상당의 한정판 나이키 신발을 말하자 불쾌했으며 복지 재단의 무례하고 어이없는 답변에 화가 났다는 내용이었다. 결연 관리팀인 윤미도 아픈 엄마와 함께 사는 보호아동이었다. TV에 나오면 후원금이 많아 출연하게 되었을 때, 좋아하던 책으로 데미안을 말했으나 피디에 의해 키다리 아저씨로 변경되어 학교에서 쥬디로 불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갖고 싶은 것을 절대 말하지 말 것을 교육받았으나 빨간 운동화를 사서 신은 고등학생을 보며 어릴 적 욕망과 결핍의 순간을 떠올렸다.

 


서이제의 위시리스트는 인간의 소비 욕망을 드러낸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려 하지만 쉽지 않다. 갖고 싶은 물건이 왜 이리 많은 것이냐.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가 쌓여간다. 소비 심리의 상관관계를 말하는 소설이었다 김혜지의 지아튜브는 유튜브 채널의 폐해를 말하는 내용이다. 돈을 버는 매개로 아이를 이용하는 부모와 놀아주지 않는다며 슬퍼하는 아이가 안쓰럽다. 엄마 아빠가 다시 지아를 사랑하게 글을 내려달라고 말하는 아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런 아이가 없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중고 거래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이트로 원목 식탁을 무료나눔하며 일어난 이야기가 임현석의 무료나눔 대화법이다.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사람과 심플한 대화만을 원할 뿐이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연배가 편하고 젊은 사람들과는 불편했다. 소통의 문제가 있어 보이는 그는 원목 식탁을 판매하면서 비로소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메신저로 게임 사용법을 물어보며 관계의 변화가 생긴다.

 


김보영의 고요한 시대와 전혜진의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은 근미래의 우리를 상상할 수 있다. 자기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마인드넷으로 대통령 선거 유세를 바라보며 경험하는 이야기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좌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인간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묻는 소설이다. 책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 그 집념에 대하여 말하는 소설은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이 어려운 시대다. 세대 간의 차이 혹은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를 외면한다. 미디어와 공존하는 시대, 사람에게 가닿는 작은 노력이 관계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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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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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에 목이 잘려 죽는 꿈을 꾼 여성이 있다. 함께 사는 과자 친구 마들렌에게 또 꿈을 꾸었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잠이 깬 순간 마들렌이 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팔에 누군가의 체온이 느껴졌다. 다른 나였다.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였다. 나는 출근을 하고, 다른 나는 마들렌을 따라 법원에 가기로 했다. 퇴근 후 마들렌이 눈치채지 못하게 찜질방, 모텔 등을 전전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라고 할 만큼 바쁠 때 또 다른 내가 있다면 할 일을 분산해도 되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실제로 두 명이 존재한다면 난감할 것 같다.

 


우리를 상상의 나라로 안내하는 소설이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듯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며, 소설을 읽는 이유를 깨달았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서울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감염된 자들을 피해 차로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하고 낮에는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순간에 대비해 도끼를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친절을 베풀지도 않는다. 만약, 운전하지 못한다면 감염자를 피해 달아나기도 힘들 것 같다.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바꿔가며 남편이 있는 강원도로 향할 수 있는 거다. 그녀의 새로운 동승자인 남자애는 감염자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감염되지 않았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학생들이 떠올랐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이야기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상상의 세계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나는 남자애와 비슷한 종일까. 아니면 조만간 걸릴 수도 있을까.

 




일곱 편의 소설 모두 주제가 다르며 느낌도 달랐다. 소설의 재미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미있다, 재미있다 중얼거리며 읽었다. 젤로의 변성기는 애니메이션의 시리즈에서 몇십 년째 소년 역할을 하고 있는 오십 대 성우의 이야기다. 아이돌 외모에 팬덤을 가진 여자애와 함께 오디오 녹음하며 젊음과 늙음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그린다. 소년 목소리를 냈던 그녀는 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생각과 다르게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소년이 변성기를 거치는 듯하다.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석류를 먹는 그녀를 상상해보니 어쩐지 안타깝다.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한나와 클레어는 호텔 메이드로 일하는 여성과 미스터리 쇼퍼 활동으로 분기 투숙 바우처를 친구에게 받은 여성이 나온다. 손님과 메이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클레임을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서로의 위치에 따라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형성한다. 때로는 갑의 위치에서, 어느 순간에는 을의 위치로 바꿔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글을 쓰기 전, 남편이 틀어놓은 TV 프로그램에서 남성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 출연자를 보고 정체를 알고 싶어 검색했더니 트랜스젠더라고 나왔다. 김수진의 경우는 트랜트젠더인 김수진이 인공 자궁 이식 수술 실험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김수진이 수술에 성공하고 남자일 때 채취해둔 정자를 이용해 수정, 착상의 과정을 겪는다. 엄마가 되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새로운 가족관계의 변화를 엿본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정된 사고방식으로는 도태될 뿐이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고, 이해해달라고 말하지 말자. 내가 이해하면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다양한 이야기만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말을 숨겼던 것처럼, 타인이 말하는 숨은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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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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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다문화 청소년과 탈북 이주민, 결혼 이주 여성을 돕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 온 저자의 사물과 기억에 얽힌 사람에 대해 말하는 글이다. 소박한 일상에서 우리는 사물을 보고 사람을 떠올리는 삶을 살아간다. 아픈 남편, 딸 둘과 함께 한국과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가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영국 생활하며 느꼈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 이웃들의 따스함 때문에 견딜 수 있는 이야기들은 퍽 다정하다.


 

우리나라의 산모는 미역국을 먹는다. 이 습관은 외국에 가서도 변하지 않는지 아이를 낳을 때 미역국을 끓여 밥을 말아서 병원에 갔다고 한다. 미역국에 불은 밥이 맛이 있을 리 없지만, 찬 미역국을 먹는다는 건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었을 것이다. 이후 마른 미역을 담아 보낸 소포를 떠올리고 엄마의 마음(혹은 돌봄)을 이해한다. 결국 음식은 위로의 한 형태다.




 


저자의 남편 토니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된 팔찌를 손목에 끼고 다닌다. 팔찌에는 저는 파킨슨병 환자입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라는 문구와 연락처가 적혀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떨림 증상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팔찌를 보여주며 느려도 양해해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해 보였다. 남편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는데 팔찌를 보며 생각을 바꾸었다고 했다. 병을 받아들이고, 속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도, 나는 혼자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찾느라 종종 휘청댄다.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한다. 혼자여야 하는 일이 있고, 같이 하면 더 좋은 일이 있다. 그러니 어느 한쪽에 너무 마음을 쏟지 말자. 다 혼자 하겠다고 모질어지지도, 늘 같이 하겠다고 애쓰지도 말고, 그저 순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자. 그리고 지금은 내가 그의 뒤를 따라가지만, 내 뒷모습을 보이게 될 날도 올 거다. 짝이 되어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등을 보이면서 긴 시간 함께 가는 자전거 여행 같다. (39페이지)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를 향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려 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이 다정해 보일 것 같다. 낯선 곳을 가도 덜 무서울 것이며 누군가가 넘어졌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자가 남편과 같이한 일 중에 자전거 타기가 괜찮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긴 시간 함께 해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삶은 기차 여행이다. 대강의 방향을 정했지만, 그렇다고 경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경유할 수 있다. 어쩌면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함께 타고 있는 이들이 많아 안심이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사람으로부터 위안받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 힘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241페이지)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를 변화시켰다.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 때문에 의지가 된다. 저자의 휴대전화 속 이웃들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만들어졌다. 갑자기 전기가 나갔을 때 도움을 청하자 전기를 고쳐줄 수는 없어도 음식이나 간식을 줄 수도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이 있어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외국에서 김치를 나눠 먹는 풍경을 그려본다. 누군가 김치를 얻었다고 두 통이나 주었다. 그 김치를 학교에 가져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고, 저자도 몇 포기 가져와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김치 나눔의 정경이 아름답다. 저자는 말한다. ‘김치는 나눔이고 위로고 그리움이고, 고마움이다.’라고.

 


사물을 보고 떠올리는 건 그리운 기억들이다. 따뜻한 음식을 보며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에 대해 편견에 갇히지 않는다. 소수의 일원으로 시작되었던 삶이 여러 사람과 깊숙이 연대하며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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