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술 - 작가들의 이유 있는 음주
올리비아 랭 지음, 정미나 옮김 / 현암사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술을 마실까. 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작가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술은 작가들의 문학작품에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 아주 간단한 이유는 사람과의 만남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 마신다고 봐야 한다. 건배하고, 기분이 좋아지니 저절로 많이 웃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색했던 사람과 닫혔던 마음도 어느 정도 열린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 이처럼 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만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본인을 포함해 가족들까지 힘든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가족중의 한 사람도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했을 정도였다. 술이라면 질색을 할 만도 한데, 나도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다. 과음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어떨 때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술을 왜 마시는 걸까.

 

이러한 질문을 건넨 작가가 있다. 영국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올리비아 랭은 술을 사랑한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했다. 작가에게 술이 미치는 영향, 알코올 의존증에 있으면서도 훌륭한 작품을 써냈던 작가들을 이야기한다. 작가들의 어린시절, 어떠한 계기로 술을 마시며 알코올에 의지해 제대로 된 일상을 살 수 없었지만, 그러한 마음들을 작품속에 녹여낸 그들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아마 레이먼드 카버의 『풋내기들』 이었던가, 『대성당』이었던가. 그 책을 읽을 때 작품속에서 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꼭 작가의 이야기인것만 같아 검색해 본적이 있었는데, 그가 알코올 의존증이었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글을 읽었다.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치료를 받던 중 쓴 글이었다는 것. 출판사 편집자가 대부분의 글을 과감하게 삭제해 출간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이야기는 『작가와 술』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내가 읽었던 책은 편집자가 과감하게 편집한 책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이 아닌 편집을 거치지 않은 책이었다.

 

레이먼드 카버 뿐만 아니라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또한 술을 사랑한 작가였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의 작가 테네시 윌리암스, 『팔코너』의 존 치버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저자는 이들 작가들이 머물렀던 곳을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작가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말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면 뉴올리언스에서 머물렀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왜 술을 마시게 되었을까. 어떤 작가는 어린 시절을 망가뜨렸던 것으로 부모의 폭음과 자살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 매일 폭음을 하는 부모, 술을 마시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혹은 다른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술을 마신 부모를 피해 숨을 장소가 필요하다. 또한 술로 인해 자살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으로 자식을 버리다시피 방치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에서 혹은 영화나 책 속에서 많이 보아왔다.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끊임없이 부모와 다르게 살겠다고 알코올에서 도망을 쳐보지만 결국엔 알코올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훌륭한 문학 작품을 쓴 문학계의 거장들이지만 그들도 부모 또는 배우자와의 불화, 자살 혹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 상황을 피해보고자 술을 마셨고, 알코올 의존증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존 치버의 경우에는 어머니에 대한 부재와 애착이 알코올 중독을 부르지 않았나 싶다. 알코올을 끊기 위해 시설에도 들어가 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알코올 의존증을 이겨내고 훌륭한 작품을 써냈던 것. 더이상의 불행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바랐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 속에는 작가의 생각들이 투영된다. 그가 글을 쓰는 시기에 술을 마셨다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을 것이고, 자살을 생각했다면 끊임없이 자살을 하려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식이다. 그럼에도 그런 글을 썼던 건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가족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문학계의 거장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작품을 읽었다.

 

알코올에 얽힌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문학계의 거장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시한번 알코올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술을 사랑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아야겠다. 레이먼드 카버의 『풋내기들』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혹은 영화로 보았던 『무기여 잘있거라』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들이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감정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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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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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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