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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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좋다. 그 무엇보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타인의 삶을 보고, 소설 속에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한다. 내가 꿈꾸었지만 실행해보지 못했던 마음속의 꿈.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것들의 대리 경험이랄까. 나는 소설 속에서 유럽을 여행하고, 새로운 남자와 사랑을 하고, 전혀 내가 생각지 못했던 삶을 산다.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꾼 것처럼 빠져 있는게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소설을 읽는 일이 그렇다.

 

소설을 읽는 일 외에 한동안 심리학에 빠져 있었다. 심리학 관련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고, 프로이트 심리학에 더 심취해 있었다. 작가들이 쓴 문학과 심리학에 대한 책도 자주 읽었고, 어릴적 트라우마를 심리학으로 이겨냈다는 작가의 글도 찾아 읽었다. 수많은 문학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심리학을 경험한다. 콤플렉스나 트라우마를 겪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들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되는 것. 문학과 심리학이 이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정여울의 신작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는 마음을 다독이는 글이다. 내 안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었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들과 대입해 볼 수 있다. 트라우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어릴 적 상처때문에 마음 속에 자리잡은 트라우마는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힘들게 한다. 저자는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내면 아이를 다독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제대로 치유할 수 있다.

 

내 안의 괴물과 싸워 이기기 위해, 우리는 '그 무엇과도 용감히 대적할 수 있는 내안의 힘'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이 아직 느끼지 못할 때조차도, 우리 무의식 안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기 안의 현자'가 있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고, 모든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자기 안의 가장 용감하고 지혜로운 멘토가 있다. 바로 그런 자기 안의 멘토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내적 성장의 황금열쇠다. (14페이지)

 

 

 

 

 

 

작가 정여울은 서른 편의 작품을 소개하며 심리학에 연관된 문학 작품을 말한다. 읽었던 작품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읽지 않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을 느끼며 우리는 우리 안의 내면 아이를 들여다 본다. 제목에서처럼 늘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엔 내 안의 내면 아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임을 깨닫는다.

 

나에게 콤플렉스가 있다고 고백하는 순간 상처가 반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추려고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는 줄곧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 타인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의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는가.

 

 

 

나와 닮은 상처를 지닌 타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상처는 흠칫 놀란다. 타인의 상처라는 거울에 비친 내 상처의 투명한 민낯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나와 닮은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 이끌린다. 그것은 매혹와 증오의 양가감정이기도 하다. 내 상처의 데칼코마니 같은 그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고 싶은 충동과 결코 그 상처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충동이 격렬하게 사투를 벌인다. (92페이지)

 

우리 문학 작품 속의 인물에 깊이 이입되는 것도 내 안의 상처를 들여다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안의 상처와 마주하며 눈물을 흘리고 기쁨을 느끼는 것. 우리 안의 내면의 아이와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면면들을 작품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함께 말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싫으면 싫다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배워가야 할 일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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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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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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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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