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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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이자 코미디언이라는 유병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저 스쳐지나가듯 텔레비젼에서 본 게 다다. 뭐랄까. 많이 웃기기 보다는 그의 책 제목처럼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달까. 한마디로 웃픈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라 여겼다. 짙은 쌍커풀, 탈색하듯 염색한 머리칼. 그 외에 그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봤다.

 

그리 두껍지 않은 짧은 책이다. 글도 짧다. 하지만 짧은 글에서 유병재 만의 날선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문장으로 정곡을 찌른다. 어수룩한 모습 뒤에 감춰진 명민한 그의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가 느낀 감정 그대로 표현한 글 들에서 어쩐지 통쾌함이 느껴졌다.

 

잘난 사람들 따라 살 필요 없어. 그렇게 못 산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고, 애당초 너나 내가 여태 살아온 가닥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겠냐? 분수 맞춰 사는 거야. 너무 멋있는 사람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20페이지, 「멘토」중에서)

 

그도 이처럼 술을 마시며 후배에게 일장연설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인이 멘토로 삼았던 인물들에게 들었던 말일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일까. 자기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들속에서 시니컬함을 느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돈을 잃으면

대개 명예와 건강도 잃는다.  (32페이지)

 

부정하고 싶지만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의 글에 딴지를 걸 수 없다. 예전의 명언은 예전의 명언일 뿐. 현재와는 맞지 않다. 글 속에서 세상 살아가는 어려움이 엿보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 이렇게 생각하는게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느끼고 사는 구나, 싶다. 글에는 그 사람이 생각이 드러난다.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바라보는 지, 그 사람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101페이지)

 

그의 말 그대로 블랙코미디다. 웃으면서 말하지만 어쩐지 슬퍼 보이는 감정들. 세상을 사라보는 그의 생각들이 담겨 있어서 그럴까. 방송 작가로 일했던 탓인지, 그의 글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까고 있지만 그의 진정성이 엿보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생각들이 이렇게 다르다. 우리는 여태 그의 피상적인 것만 바라보았나 보다. 내면의 것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하루하루는 바쁘고, 타인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라고는 없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권에 책에서 다른 사람을 알게 된다. 무관심했던 사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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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꼭 묘비처럼 나왔어요 ㅋㅋㅋ 정말 블랙코미디다

Breeze 2017-11-16 17:53   좋아요 0 | URL
ㅠ.ㅠ 묘비처럼 나오게 하려는게 아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