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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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림책을 만났다. 한 편의 시에 그림을 입혔다. 시를 읽기 시작하면 금세 끝나버릴 감정들이 그림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붙들었다.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책이 된 형식이다. 어쩌면 어린아이들이 볼 그림책인것만 같다. 그런데 동시가 아니고 함민복의 시다. 어른 아이 할 것이 없이 누구나 읽어도 무방하다.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흔들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림이 가진 아름다움 중의 하나가 여백이다. 그 전에는 무조건 글자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백의 미야 말로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함민복, 한성옥의 시그림책을 읽으며 빈 공간에 들어찬 마음들을 느꼈다. 금세 사라지고 말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한 줄의 시에, 몇 줄의 시에, 그 마음들을 담았다.

 

처음엔 유아들이 보는 그림책처럼 글자가 없는 것에 당황했다. 활자에 너무도 익숙해진 습관이었다. 아이들처럼 그림을 보며 감정들을, 시에서 다 드러내지 못했던 것들을 느껴야 함에도 글자를 찾고 있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이었다.

 

 

 

그림에서 흔들리는 나무에 대해 생각했다. 흔들리는 나무, 흔들리는 감정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의 흔들림이 아주 얇은 시그림책에서 느꼈다. 때로 우리는 이처럼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을. 뭔가로 꼭꼭 채워야 한다고만 생각했으니.

 

삶의 모든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아주 짧은 시에서. 얇은 시그림책에서.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튀우는 일이었구나

 

 

 

 

마음을 비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삶인 것을. 삶의 모든 순간에 우리는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파하는 수도 있다. 그저 오늘을 끝나기만을 바라는 때도 있다.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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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17-10-30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꼭 사야겠어요 너무 좋네요

Breeze 2017-10-31 17:54   좋아요 0 | URL
한편의 시가 그림책 한권에 오롯이 담겼어요. 어른아이 다 좋아할만한책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