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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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역사 속 인물을 제대로 다루기 보다는 팩션을 가미해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 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역사속 인물을 재조명 하기에는 좋지만, 제대로 이해 못하고 팩션 속 인물로 새겨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재조명되는 역사의 인물에게 생명감을 부여하는게 사실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사서에 나타난 몇가지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건 어쩌면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 

 

사임당이 살았던 시기가 중종이 재위하던 시기로 나온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중종이 왕이 되기전까지의 팩션으로 된 이야기를 읽으며, 중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산군을 폐위 시키고 신하들에 의해 왕이 되었던 중종이 자신도 그처럼 될까 우려해 우유부단한 정치를 펼쳐왔다는 건 이해할 만도 하다.

 

조광조와 함께 개혁정치를 펼쳤으나 이러한 사림파의 정치를 반대한 훈구파의 세력을 겁낸게 또한 중종이었다. 이는 임금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또한 대리청정을 한 세자와 함께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이겸을 질투하고 그를 경계했던 것 또한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았다.  

 

 

 

동명의 드라마 원작에서도 나타난 것과 같이 작가는 사임당을 현모양처로만 그리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남편 역할을 했을 뿐더러 다정한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또한 자신 때문에 유민들이 핍박받았다고 생각해 그들과 함께 운평사 고려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 또한 사임당과 유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함께 종이를 만들고 이윤이 생기면 함께 나눠갖는 것을 강조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 또한 죽지 않아서 자모회에서 곤란에 처한 한 부인의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화기를 숨기고 살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역할 탓인지 조선시대의 중종과 현대의 민정학 교수 역할을 했던 최종환이 밉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 사임당, 어머니로서의 사임당, 화가로서의 사임당, 종이를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사임당이 현대의 지윤과 겹쳐 보였다. 천재 화가로서 오로지 사임당 만을 향한 마음을 품고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이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가 가진 열정과 재능이 지금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한 열정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오죽헌에 다녀왔었는데, 강릉에 가게 되면 오죽헌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진실이든 팩션이 가미되었든 사임당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기억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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