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양장) - 개정증보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난 뒤 개츠비는 왜 위대한 개츠비인 것인가. 나 또한 처음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후 든 의문이 그거였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었더니, 곁에서 같은 질문을 건네 받고 한참 고민에 빠졌다. 정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개봉 당시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찾아 보았다. 한 권의 책과 동명 원작의 영화를 보는데 하루를 할애했다.

 

새움 출판사에서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자는 책의 뒷면에 오역 지적 역자 노트를 별도로 담았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집중하는 나는 큰 영향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그가 오역이라고 칭할 만한 부분이 보이기는 한다. 번역자는 김욱동 번역본과 김영하 번역본을 비교하며 오역에 대해 지적했다. 나는 김영하 번역본을 먼저 읽고 이정서의 번역본을 나중에 읽었는데, 약간은 건조한 김영하의 번역본에 비해 이정서의 번역본이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음을 말하고 싶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개츠비. 그는 소위 찢어지게 가난했다. 가난한 그가 신분상승을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한 부유한 사업가를 도우며 자신의 이름을 제임스 개츠에서 제이 개츠비로 새롭게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과거를 잊고 새로운 개츠비로 태어나고 싶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부풀었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에게 명망있는 가문의 여성을 만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인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제이 개츠비가 데이지를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신분 상승의 꿈,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사랑. 하지만 전쟁은 개츠비를 데려갔고, 사랑에 목말라했던 데이지는 개츠비를 기다리지 못했다. 조상 대대로 돈이 많은 톰 뷰캐넌과 결혼한 건 당연했다. 그런 데이지를 오랜 세월동안 사랑한 건 개츠비의 몫이었다.

 

책의 화자 닉 캐러웨이가 웨스트 에그로 이사와서 웨스트 에그보다 더 상류사회인 이스트 웨그에 사는 톰 뷰캐넌과 데이지를 방문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자신의 옆 집의 커다란 저택에서는 매일 파티가 이루어진다. 초대받지 않아도 마음대로 들어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놀 수 있는 곳이 개츠비의 저택이었다. 개츠비가 사람을 죽였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저 그의 부를 누리면 그만이라는 사람이 허다했다. 처음으로 개츠비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닉 캐러웨이는 그곳에서 데이지의 저택에서 보았던 조던 베이커 양을 만났다. 그녀로부터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던 베이커 양의 이야기를 들은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가 왜 그곳에 집을 샀는지 이해가 되었다. 파티가 끝난 후 이스트 에그가 바라보이는 곳의 무언가를 향해 손을 내밀었던 장면을 기억했다. 초록색 불빛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몸짓의 의미를 말이다. 그 장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기를, 자신에게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한 남자의 염원을 말이다.

 

그의 사랑을 이해했던 탓인가. 아마도 뉴욕에서 함께했던 톰의 술 파티를 목격해서 일까.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가 원했던 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개츠비의 부탁으로 데이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던 닉 캐러웨이는 그녀가 올때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한아름의 꽃을 가져오는가 하면 잔디를 깎는다 부산을 떨었다. 안절부절 못했다고 하는게 옳을 정도였다.

 

 

 

소설 속에서나 영화속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이 하나 있다. 개츠비와 다시 만난 데이지가 개츠비의 부를 확인하고, 그의 방에 들어서서 셔츠를 집어 침대에 던지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내뱉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들을 본 적이 없다는 게 슬프게 만들어요.' (153페이지) 이 얼마나 속물적인 발언인가. 이 한 마디에 데이지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부에 대한 욕망. 사랑도 한낱 부가 없으면 휴지조각처럼 흩어지고 말 것임을 보여주는 말이었던 것이다. 개츠비를 다시 만나 사랑해 겨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부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고, 그게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얼마나 차갑게 돌아섰던가. 개츠비가 진정으로 필요로 할 때 아무도 그의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가진 부를 마음껏 누렸던 사람들, 어느 누구하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물며 오로지 데이지 만을 바라보았던 개츠비에 대한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버릴 수 있는 사람이 또한 데이지였다. 돈에 약한, 돈때문에 사랑한다고 믿은. 과연 그녀에게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기나 했었을까.

 

그런 데이지임에도 끝까지 데이지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던 개츠비였다. 그녀와 함께라면 자신의 야망마저 버릴 수 있었던 그였다. 그의 죽음은 얼마나 허망한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믿었던, 이제는 온통 자신과 함께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그저 한 줌의 공기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왜 고전을 읽는가. 작품이 쓰여진지 100년이 넘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 작품들에서 우리의 본모습을 발견함이 아닐까. 이 작품을 읽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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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7-06-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감명 깊게 잘 읽었습니다

Breeze 2017-06-08 17: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