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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한 소년이 성장하는 것과 역사와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 시절을 살아온 시대와 역사적인 배경이 한 소년이 성장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보지 않나. 장미셸 게나시아라는 작가의 소설, 이름도 거창한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이 마주앉아 체스를 두고 있다는 짧은 뒷표지의 글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었다. 어떤 내용을 다룰까. 체스를 두고 있다고 했으니 체스에 관한 이야기일까. 소년이므로 분명히 성장소설일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시대적 배경은 어느 시대쯤 될까. 내가 생각하기에 소년 미셸이 본 사르트르와 케셀의 체스를 두는 장면은 소년 미셸의 꿈 아니면 상상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1980년 장폴 사르트르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한 작가를 땅에 묻는다.'로 소설은 시작되었다. 장폴 사르트르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오랜만에 파벨을 만났다. 사샤가 죽은후 그곳을 피해왔던 꼬마 미셸은 21년전 중학생이던때의 미셸에게로 돌아간다. 사샤와 레오니트 그리고 이고르와 함께 했던 그 시간속으로. 기억은 우리를 슬프게도 하지만 기억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 아무리 잊고자해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미셸에게 형 프랑크와 형의 친구 피에르와 피에르의 여동생 세실의 만남이 그중 하나였고, 또하나는 테이블풋볼의 달인이었던 미셸에게 놀이터였던 발토에서의 체스클럽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서 만난 이들이었다.

 

  때는 1959년. 알제리전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집안에서조차 형 프랑크는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는 쪽이었고 외가쪽과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다. 역사와 지리에는 특별한 능력을 보였지만 수학에는 젬병이었던 미셸의 즐거움은 테이블 풋볼이었다. 친구와 함께 테이블풋볼을 하던 미셸은 비스트로의 안쪽 깊숙한 곳에 쳐진 커튼 사이로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장폴 사르트르와 조제프 케셀의 체스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사라트르와 케셀은 클럽의 정회원은 아니었고 클럽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곤 했었다. 클럽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피해 도망친 망명자들이었다.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곳에서 의사를 하다 프랑스로 오게 된 이고르와 반나치 투쟁을 하다 프랑스로 망명한 독일인 베르네르가 체스클럽을 결성했고, 소련의 공군조종사로 일하다가 민간항공기의 기장으로 일하다가 밀렌을 만나 서방세계로 오게된 레오니트도 그 중의 한 인물이다. 이곳에서는 헝가리의 명배우였으나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된 배역을 맡지 못해 임레에게 빌붙어 살았던 티고르. 불가리아 주재 체코 대사였지만 야간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파벨 등이 클럽의 회원들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삶을 넘어서는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작가들을 선택할 때는 그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가를 보아야지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따지면 안되는 것이었다. (..... .....) 어느 비열한 작자의 소설을 읽고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죄를 용서하거나 그 작가의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지 그의 도덕성이나 이상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거든. (1권, 67페이지)

 

 우리는 종종 우리 삶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무언가 다른 것을 꿈꾸지만 대개는 변하는 것이 없다. 우리는 다짐을 하고 '만약'을 가슴에 품은 채 나아가지만, '만약'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기다리다가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시점에서 물러선다. 그렇게 세월은 우리의 묵은 맹세나 사라진 맹세를 안고 흘러간다. (1권, 245페이지)

 

누구나 살아가면서 얼마간의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맞건 틀리건 실수의 이유를 찾아내고, 때로는 변명이나 핑계를 생각해내기도 한다. 가장 고약한 것은 자신이 지독하게 어리석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1권, 374페이지) 

 

 

 

 

  체스클럽이라지만, 이고르의 도움으로 정식 회원의 된 미셸이지만, 그저 미셸의 성장담에 있어 클럽의 회원으로만 남아 있을 회원들인데 작가는 이고르가 프랑스에서도 의사로서 사람들을 돌보고 싶었으나 자격증이 없어 환자들을 돌보지 못하고 택시운전기사로 일해야 했던 과정들을 아주 상세하게 기술했다. 이고르 뿐이던가. 레오니트 또한 체스클럽의 유명한 체스 선수였지만 과연 미셸의 삶에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일까 싶을 정도로 레오니트의 상황, 단 한 사람의 연인인 밀렌과의 애정사를 말하는 부분에서도 조금은 의문이었다. 미셸이 만난 사람중 가장 궁금한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사샤라는 인물이었다. 수수께끼의 인물인 사샤. 그가 사는 곳, 그가 체스클럽에 들어와도 누구하나 아는척하지 않았던 점. 더구나 이고르와 레오니트는 그를 때리거나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미워했던 점이 의문스러웠다.

 

  모든 이들이 배척하고, 사샤가 없는듯 그를 무시했지만, 미셸만은 사샤와 가깝게 지냈다. 우연히 사진을 현상하러 간 '포토라마'에서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사진을 현상하는 솜씨. 비밀에 쌓여있지만 그에게 시를 외워 불러주고 카미유와도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준 사람이 그였다. 허름한 집. 화장실 한구석에 있던 비밀금고, 늘 목에 걸고 다니던 열쇠. 그의 정체를 알려고 했지만 누구하나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사샤라고만 불렸을뿐, 그의 성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에 이고르와 사샤, 레오니트의 관계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나타나게 되었다. 분명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앞섰고, 사샤의 죽음으로 그 관계가 드러났던 것이다.

 

어떤 남자도 상상조차 못한 것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울리는 것, 그녀를 거칠게 뿌리쳐야 하는 것, 매달리는 그녀를 떼어내야 하는 것, 그녀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돌아보지 않는 것, 눈길에서 무너져내리는 것. 그녀의 외침과 울음소리는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고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그의 귓가에 울리는 것은 바로 그 소리들이었다. (2권, 435페이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바랄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2권, 465페이지)

 

  얼마전에 읽었던 『리모노프』에서도 과거 러시아의 혁명과 공산주의라는 것에 대한 역사를 알려주는 글을 읽었었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산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다. 그저 과거에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 하고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내게 그들이 직접 겪어야 했던 것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언제 제거대상이 될지 모르고 가족임에도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했던 것. 아무도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살려야 했지만 자기가 그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는 것.

 

  무언가를 바꾸고자하는 혁명이나 전쟁은 사람들을, 세상을 황폐하게 만든다. 어떻게 사람이 제대로 살아간다고 말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일지라도. 이고르가 버리고 왔던 것. 사샤가 버리고 왔던 것. 레오니트가 버렸던 모든 것은 결국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강한 몸부림이었다. 그 몸부림에 대해 우리가 뭐라 말할 수 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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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6-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 부분 인용하신 곳, 435페이지에서 완전 감정이 동요했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Breeze 2015-06-2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좋더라고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

하나 2015-07-03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리모노프>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저도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는 세계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