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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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거실 탁자에 놓여있을때 아들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오, 신카이 마코토네요! 저 완전 좋아해요!' 라고 했다. 워낙 일본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해서겠지만, 가장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이 <그녀의 이름은> 때문이 아닐까.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눴었던. 약간 마니아 기질이 있는 아들 녀석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나오면 시험기간에도 가서 꼭 보고야 만다.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든 작품은 우연히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그녀들과 고양이들의 교감이다. 고양이가 느끼는 상대방 여자 사람을 바라보는 시점, 그녀와 가족이 되는 고양이를 그렸다. 때로는 고양이의 눈으로 때로는 여자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고양이와 그녀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우리의 삶을, 청춘들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사귀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무심한 관계인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쏟았던 말 한마디가 악담이 되어 마지막이 되어버렸거나, 대학을 갈지 취직을 해야 할지 여러 갈림길에 서 있거나, 죽어가는 노인들을 간병했던 이들에게 고양이가 곁에 있었기에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미요는 초비에게, 레이나는 미미에게, 아오이는 쿠키에게, 시노는 구로에게.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개 존.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냄새로  영역을 표시하고 누군가가 영역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온 힘을 다해 막는다. 퇴근후 혹은 외출후 집에 들어갔을때 고양이가 현관 쪽으로 와 맨먼저 하는 일이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꼬리로 혹은 머리로 냄새를 뭍히며 한바퀴를 돈다. 또한 신발에서 바깥의 냄새를 맡거나 또한 꼬리를 스치며 냄새를 뭍힌다.

 

 

 

신카이 마코토 출발점에 서 있는 소설이 바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다. 27분의 상영시간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예고편만 보아도 화면이 무척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아들녀석 때문에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의 문제를 어떻게 해줄 수 없다.

그저 옆에 있으면서 나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53페이지, 「언어의 바다」 중에서)

 

 

우연찮게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동물은 절대 키우지 않겠어, 라고 다짐했던 나의 옛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퇴근후에 가면 반갑다고 말하는 고양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내 배 위에서 꾹꾹이를 한 후에 엎드려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 나는 귀 부분을 비벼주고 머리 윗부분과 턱 쪽을 긁어주면 좋아하는 표정에 나 또한 행복해진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들이다.

 

슬프거나 외롭거나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준 고양이가 큰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길 잃은 고양이를 구해주었다고 느꼈으나 고양이가 날 구원해주었다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한때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애완동물이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 삶의 반려가 되어주는 동물이라고 해서 반려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외로운 사람들, 누군가와의 이별에 고통스러운 시간에 동물이 있음으로인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언어가 달라도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관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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