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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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님 하면 현직 판사라는 신분으로 법정 추리소설을 써온 작가다. 내가 읽었던 작가의 소설은 두 권쯤 되는 것 같은데, 최근에 읽었던 <합리적 의심>을 읽고 판사라는 신분으로서의 죄와 일반인으로서의 죄를 바라보는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다는 걸 느꼈었다. 분명히 죄를 지었다고 확신하였으나 증거가 충분치 않을 때 판사들 또한 많은 고뇌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건 한 사건일 뿐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판사 시절 사건을 책으로 엮는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앞섰다. 그렇다. 이 책은 판사 시절, 유명했던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논픽션이었다. 소설보다 오히려 더 흥미롭게 읽혀진다.

 

물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모티프로 소설화 되는 건 아주 단편적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책 속에서 다룬 수많은 사건들을 마치 옆에서 보는 것처럼 울분을 토하고, 분명히 살인자가 맞는 것 같은데 증거불충분으로 혹은 사건을 깊게 생각하지 못해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법인 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되었다.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이나 '삼례 나라슈퍼 사건' 처럼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살인 사건이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가족의 울분을 샀었는데 다행이다 싶다. 몇 년 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시그널> 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형사로서 미제 사건을 수사한다.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인물들이었다.

 

그때 들려온 소식이 바로 '태완이법'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경찰서에서 미제사건을 수사하는 부서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수많은 사건들의 살인범을 잡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라진 변호사 사건도 그렇고, 대구 어린이 황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사건 들이 돈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돈에 관해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여도 누군가를 죽일 수 밖에 없는가. 내연남이나 내연녀가 있든, 금전적으로 힘든 상태이든, 모두들 돈 때문에 살인을 교사하고 직접 죽이기까지 했다. 또한 증거불충분으로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나기도 했다. 살인을 행함에 있어 감정 보다도 오히려 돈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에 책 속에서 자세히 알았던 게 듀스 전 멤버 김성재 사건이었다. 나는 여태 약물중독으로 죽은 가수라고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살인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함께 있었던 사람이 여러 명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있었던 사람이 여자친구라고 했다. 무죄로 선고되었고, 아직까지도 누가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설명이었다.

 

판사의 눈으로 본 범죄 사건의 현실을 다룬 글이라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법정 추리소설을 쓴 작가의 글이어서 그런지 소설처럼 재미있었고, 사건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도 이런 판사의 시각으로 보았던 사건 이야기가 계속 나왔으면 싶다.

 

책 속에는 사건 이야기 외에 작가가 좋아했던 책이나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가 실려 있어 그 즐거움을 더한다. 그가 판사임에도 추리소설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가 좋아했다는 소설 중 읽지 않은 게 있어 검색해보고 메모했다. 나중에 시간되면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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