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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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모르는 사람인데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곤란한 일을 겪고 있을때 참견해가며 도와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나이가 어린 사람의 경우는 덜한 편인데 나이 든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오지랖이 넓다, 혹은 참견쟁이라고 낮춰부르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한 게 사실이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기에 모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건네는 게 아닐까 하는. 

 

삼십 대의 일러스트레이터 가마타미와가 일상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사람들,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말하는 일기 같은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옷집에서 아주 비싼 물건을 보여준 다음 더 저렴한 물건을 보여주며 사겠금하는 점원이며 수영장에서 마치 오래 알아왔던 사람처럼 수영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할머니들처럼. 그런가하면 전자제품 가게 직원은 IT 부품에 대해서는 아주 정확하게 추천해주지만 물건을 포장하는 것에는 어설퍼 자꾸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 뿐 아니라 타이완을 여행하며 보았던 풍경들도 보여주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 외롭지만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많은 목록을 써와 움직이며 느끼게 되는 건 비록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해도 여행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왔느냐란 물음에 친절한 답변과 함께 일본의 어딘가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듣고는 국내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국내 여행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도 그렇지 않던가. 외국의 풍경을 더 그리워하고 떠날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을 누군가에 의해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가 타이완의 풍경의 사진으로도 남겼는데, 내가 다녀왔던 익숙한 풍경이 보여 반가움이 일었다. 여행했던 사람들과 함께 방문했던 지우펀의 홍등과 거리들. 여행자의 신분으로 느꼈을 많은 감정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여행을 위한 팁까지 밝혀놓는 작가만의 센스 또한.

 

 

 

특별히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내용도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니 새롭게 느껴지는 구나 하고 부담없이 읽었다. 그런데 아래 사진에서는 나도 모르게 풋 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수영을 배우는 작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대한 관심으로 수영을 열심히 배우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었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작가는 팔과 어깨가 수영에 적합해지고 있다고 했었다. 민소매 차림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데 놀라는 친구에게 '권투하는 것 같아?'라고 묻는 장편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수영이 아주 좋다는 걸 알지만 어깨가 넓어진다는 단점때문에 수영을 꺼리고 있는 게 생각나서였다. 지금도 어깨가 탄탄한 편인데 수영을 하면 어깨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블로그에 일기처럼 일상을 적었던 때가 떠올랐다. 교류하는 이웃들과 함께 일상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때가 문득 그리웠다.

 

오늘도 누군가와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삐지고, 때로는 슬퍼한다. 살아가며 느끼는 많은 감정들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타인의 일기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웃었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 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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