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영화로 보는 것과 뮤지컬 혹은 음성으로 듣는 것 외에 또 뭐가 있을까? 소설을 지도로 보는 방법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을 때 그림으로 표현해놓은 건 자주 본다. 만화로 그려진 것도 많고. 하지만 지도 형식의 소설은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여기 지도로 된 소설책이 있다. 바로 비채에서 나온 『소설 & 지도』 라는 책이다.

 

책 표지에서부터 소설과 지도가 접목된 것처럼 보인다. 얇은 표지를 걷어내면 지도 형식의 그림이 펼쳐져 있다. 바로 이 책의 본모습을 나타낸 거다. 출판사 편집자 이자 작가인 대니얼 하먼과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가 함께 문학 작품을 지도로 나타냈다. 더구나 소설가 한유주가 번역한 작품이기도 하다. 앤드루 더그라프는 이 책을 말하길, 이 지도는 해당 작품을 읽은 사람에게만 잘 보일거라고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관련 책들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지도가 소설을 부른다고나 할까.

 

 

『소설 & 지도』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총 19개의 작품들을 지도로 나타냈다. 저자가 50개의 작품을 지도로 그리려고 했으나 스스로 정신나간 짓이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라는 말일 것이다. 19개 작품을 추려 만든 것들 중에서 첫 작품은 역시 문학 작품의 효시인 『오디세이아」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가는 여정을 그대로 지도에 표시했다. 우리는 지도 속에서 오디세우스가 지났던 곳들을 만날 수 있다. 칼립소와 키르케가 있던 곳,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섬, 그리고 페르세포네와 아들이 있는 자기의 집 이타카까지 지중해를 넘고넘었던 여정을 만날 수 있었다.

 

지도 속 섬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오디세이아」의 내용이 연상된다. 이래서 저자가 소설을 읽은 사람에게 더 잘 보일거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이유다. 더불어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지중해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문학 작품들 중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아닐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을 각 장에 맞게 막으로 구성해 여러 장의 지도를 나타냈다. 햄릿의 고뇌를 1막에서부터 5막에 이르기까지를 나타낸 것이다. 각 장에 맞게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보는데 도서관의 구조를 육각형 모양의 벌집을 보는 듯 했다. 각 책장 한칸을 육각형 모양으로 잡고 그 안에 든 책들과 출구를 나타냈다. 이 그림들을 대여섯 개와 여러 개의 책장이 모인 그림을 지도로 나타냈는데, 지도 속 바벨의 도서관이 보르헤스가 나타내고자 하는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절묘하게 닮아있다.  

 

 

또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다아시 씨와 엘리자베스, 빙리 씨와 제인, 리디아와 위컴 씨 그리고 샬럿과 콜린스의 관계를 아래 그림처럼 나타냈다. 마치 미래의 세계를 보는 듯 커다란 성 위에서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보면 그 끝이 결혼임을 알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유난히 좋아하는 작품이 「오만과 편견」이다. 영화로도 여러 번, 소설로도 여러번을 읽어 외울 정도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국의 결혼 제도와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의 입장을 잘 나타냈다. 최근의 로맨스 소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오래도록 사랑받은 작품은 이처럼 다 이유가 있다는 거.

 

 

에밀리 디킨슨의 시  「풀 숲의 가느다란 녀석」은 원래는 뱀을 나타낸 거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의 발에 달라붙어 있는 것들과 뱀의 허물 등이 지도에 나타나있는데 뱀을 무서워해서인지 역시 소름끼친다. 꼭 내 발에 닿는 것 같아 도망가고 싶어진다는 거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마크 트웨인이 보여준 대로 강을 따라가는 여행을 담았다. 미시시피 강을 따라 증기선의 침몰, 아랍인 환자, 펠프스 농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의 지도로 되어 있어 허클베리 핀의 여정을 알 수있다.

 

 

한 권의 책은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는 일이며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여정이기도 하다. 한 권의 책 속에 여러 작가의 글이 있는 경우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양한 독서 경험이 우리의 삶을 더 풍족하게 해준다. 여기에서 풍족은 마음의 풍족을 나타내는 일임을 여러분은 알 것이다. 

 

다양한 방식의 독서가 중요한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소설을 영화나 연극으로 보는 일, 혹은 그림으로 보는 일들이 다양한 소설 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지도로 읽는다, 이로써 우리는 한 곳에 치우쳐 굳어있던 마음이 어느새 열리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지도로 읽는 『소설 & 지도』는 아름다운 판타지로의 초대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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