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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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경의 소설을 청소년 문학으로 먼저 만났다. 『내이름은 망고』와 『벙커』였다. 영화같은 소설, 따스함과 뭉클함이 있는 소설이었기에 추정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읽고 싶은 작가가 되었다. 작가의 신작이 반가운 이유다. 

 

소설 첫 부분에 박기자가 K 코치와 인터뷰를 시작으로 주니어 테니스 유망주였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파헤치는 르포 형식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박기자가 임석의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거라는 예상과 달리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어 청소년 보호소에서 사건이 시작되었던 그 날을 떠올리는 과정들을 임석과 임지선 변호사의 시점으로 말한 소설이었다. 일단 열여덟 살 소년 임석은 그날의 사건이 기억나지 않는다. 운전도 못하는 제가 운전자가 되어 있었고, 친구를 죽일 뻔했다는 정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이에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던가. 그날,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가 관건이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김유진이 죽게되면 장래 테니스계의 유망주 임석은 살인범으로 기소될 것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양촌의 길가의 흔적은 CCTV에서 찾기 힘들었고, 차량엔 블랙박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구라 여겼던 승모와 성구가 자신이 운전했다고 말했다. 테니스 선수로서 호주로 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을텐데, 그의 미래에 먹구름이 가득 끼었다.

 

 

 

임석을 돕는 이가 나타났으니 허름한 회색 티셔츠에 금방 자다 일어나 나온 흐트러진 머리칼을 가진 임지선 변호사다. 엄마가 선임한 변호사는 내뺐고, 외국에 있는 아버지가 선임한 변호사였다. 임지선 변호사는 이혼전문변호사라는 게 임석은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았다. 기억나는 그 날의 진실도 기억나지 않은 일들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법인가. 임지선 변호사의 임석에 대한 애틋함은 자기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임석을 버리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건에 매달린다. 어쩐지 임지선 변호사가 임석의 진실을 제대로 파헤쳐 줄 것 같았다. 그런 희망을 기대했다고 봐야겠다.

 

 

성년이 안된 소년들은 형이 확정되기전 분류심사원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이곳 또한 범죄를 저지른 많은 소년들의 있는 곳으로 흔히 영화에서 보는 방장과 완력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었다. 드라마 로 방영되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그야말로 휴먼드라마였을 뿐이고, 이곳에서도 힘과 권력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29호 혹은 25호의 방에 기거하며 꼽이 될 것인가 상납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었지만 스스로 꼽이 되어 화장실 변기 청소를 하는 석이었다. 스스로에게 지지않기 위해서였다.

 

임석은 누군가가 쳐놓은 덫에 걸렸다. 제대로 걸려 들었다. 운동 선수에게 아주 중요한 약물에 노출되었으며, 사경을 헤매는 친구를 죽일 뻔 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테니스 선수로서 생명을 다했다고 여겼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그를 죽음의 감옥에 가둬놓으려는 자가 누구인가, 예상했으나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족쇄를 만들어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의 행동 또한 자주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못내 궁금했다. 자신의 과거속에서 쉽게 나오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임석의 사건을 제대로 볼 줄 알았던 임 변의 행동은 꽤 통쾌했다. 누군가를 부숴뜨린다는 것. 대리만족을 여겨도 되는 것일까. 사건이 해결되어 갈 수록 임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였다. 만약 무죄라는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곁에 누가 남을 것인가도 궁금했고, 테니스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도 궁금했다. 수많은 선수들이 약물에 노출되고, 약물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테니스 선수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꽤 디테일하게 살려 책읽는 즐거움이 컸다. 이걸 보편적인 결말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어른들의 추잡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성년이 되지 않은 청소년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지 않는다.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얻어야 할지 알만한 나이다. 스포츠를 하므로써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지략이 뛰어나지 않는가. 추정경의 소설이 이토록 재미있다니! 마치 정유정의 소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의 소설도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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