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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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과연 어떤 작품을 모티프로 쓴 것인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인가.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나왔는가. 우리는 종종 우리의 기원이 어디에서 왔는가 수많은 질문을 건네게 된다. 결국 부모에서 왔는가. 그 사람의 본질은 그 부모에게 왔으리라는 게 정설이다. 수많은 작품에서 나타난 바와 같다.

 

박지리의 소설이 궁금했다. 그토록 젊은 나이에 생을 달리한 작가. 제목마저 의미심장한 소설이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게 크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말하는 것일까. 소설의 배경과 시기는 현재와는 동떨어졌다. 가상의 시대, 가상의 인물들. 그들의 이름 또한 외국식 이름이다.

 

열여섯 살의 소년 다윈 영, 프라임스쿨의 모범생이다. 그의 아버지 니스 영은 문교부 차관이며 죽은 친구의 추도식을 30년간 해주는 중이다. 그의 할아버지 러너는 12월의 폭동이후 9지구에서 1지구에 진입했다. 여기에서 프라임 스쿨은 거의 1지구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고, 1지구 아이들도 합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 할 정도로 어렵다.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인 루미는 30년 전에 죽은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중이다. 그리고 프라임스쿨의 문제아 레오가 있다.  

 

 

 

 

다윈 영은 아빠의 친구 제이 아저씨의 추도식에 다니면서 제이 아저씨의 조카 루미를 좋아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나가는 외출에서 이번 추도식에 쪽지를 전하지 못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추도식에서 루미를 찾다가 제이 아저씨의 방에 들어가 그녀가 말하는 제이 아저씨에 대해 듣는다. 루미의 할아버지가 찍은 12월의 폭동장면을 찍은 사진 앨범 중 빠진 사진에서 의문점을 찾은 것이다. 제이를 죽인 사람은 9지구의 후디들이 아니라 1지구의 제이 삼촌을 아는 자라 여겼다. 루미는 다윈에게 삼촌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9지구에 가자고 했고 거절을 못한 다윈은 루미를 따라 나선다.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제이를 누가 죽였는가 이다. 루미와 다윈은 제이를 죽인 자를 찾고, 그걸 덮으려는 자가 존재한다. 추리 소설이 아니기에 독자들은 이미 예상가능하다. 제이를 죽인 자가 예상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가 왜 제이를 죽였느냐 이다. 이 또한 예상 가능하다. 그의 아버지의 출신이 어디였는지 알만하기 때문이다.

 

죄책감 때문에 누군가를 죽였다 하더라도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해 오랜시간동안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다시 없는 친구라 말한다. 정부의 요직에 있다보니 그의 도움을 받기 때문일까. 그를 대하는 태도가 어쩐지 이상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소설은 현재 열여섯 살의 다윈과 루미, 레오의 삼각 구도가 있고, 그 전 세대 즉 그들의 아버지인 니스와 버즈, 제이 혹은 조이의 삼각 구도로 펼쳐진다. 다윈은 사랑받는 아이라 천진난만하고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루미는 끝없이 자신의 아빠 조이를 부정한다. 아빠의 직업, 엄마의 출신, 차라리 모든 게 완벽했던 삼촌 제이의 딸이고 싶었다. 그래서 루미는 외출할때 항상 프리메라스쿨의 교복을 입고 다닌다. 사람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보는 걸 즐긴다.

 

모든 부모가 완벽하지는 않다. 또한 자식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비밀이라고 하기 보다는 숨기고 있을 않을 뿐이다. 그걸 알기 전의 자식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우러르지만 어떤 사실을 알았을 때는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그것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다. '가족'이라는 딜레마다. '가족'이라는 딜레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진실의 가치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그것이 내가 믿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진실이다. (429페이지)

 

 

 

 

 

진실에 맞닥뜨렸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다. 죄를 달게 받게 하거나 진실을 아는 자를 죽이면 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고통을 겪고 난 후에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죽일 것인가, 살릴 것인가. 그에 대한 대가가 뒤따르는 건 당연하다.

 

가족이라는 딜레마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아버지에 이은 단죄. 그들의 뿌리에서부터 나온다. 이것을 과연 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것 또한 이들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인가. 상상의 세계를 그렸지만 현실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대를 이어 누군가를 단죄해야 비로소 내가 사는 길인지도 모른다. 어떤 하나의 것에 맞닥뜨려야 비로소 성큼 어른이 되는지도 모른다. 진화된 인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박지리라는 작가에게 열광하는지, 이 책 때문이었음을 알겠다. 벽돌 두께의 책이지만 책을 놓지 못하는 것, 인간의 본질은 비록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피력한 작품이었다. 결국 우리는 매일 진화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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