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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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이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한 번 이라도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반해버리는 작가 중의 한 명.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작품이 상영될 때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하나에 나도 포함된다. 최근에 개봉한 「어느 가족」이란 작품도 그래서 챙겨본 영화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꽤 많은 영화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피로 이어져 있던 가족이든, 전혀 상관없는 가족이든 가족의 끈끈함과 애정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을 바라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을 고찰하는 그의 영화가 가진 특색이다. 문학을 전공한 작가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영화를 먼저 만들고 소설을 나중에 쓴. 그래서 영화를 두 번 보는 느낌이랄까. 영화 속 사람들의 내면에 깊게 다가선 것이 이 소설이 가진 역할이었다.

 

한 가족이 있다. 할머니, 엄마, 아빠, 이모, 아들로 보이는 다섯 식구. 그런데 추레한 옷을 입은 아빠와 아들이 한 마트에 가서 특유의 손짓을 하고 아빠는 직원의 시선을 가리고 아들은 배낭에 물건을 떨어뜨려 담는다. 집으로 돌아와 샴푸가 없다는 이모와 맥주를 들이키는 할머니. 좁은 집에 여러 명이 모여살고 있다. 집에 오는 길 아빠와 아들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떨고 있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아이가 안쓰러워 집에 데려와 음식을 먹이고 집에 데리고 갔으나 아이 엄마와 아빠로 보이는 사람들이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한테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퍼부으며 말이다.

 

 

아이를 데려다 주려고 했으나 그 장면을 목격한 엄마와 아빠는 여자애를 다시 업고 집으로 돌아온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 몸에 여기저기 멍을 달고 있는 아이였다. 부모가 싫다면야 굳이 데려다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아이를 거두기로 하고 유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때 그때 마트에 가서 집어 오고 옷은 대충 걸치고 다닌다. 유리에게 여자애다운 옷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옷가게에 가서 노란 수영복부터 차례대로 입혀 나올 정도로 좀도둑이 생활화된 가족이랄까. 일하기 싫은 핑계로 다리를 다친 아빠, 대형 세탁점에서 손님들의 물건을 슬쩍하는 엄마, 가슴을 흔들며 돈을 버는 이모, 아빠에게 물건을 훔치는 기술을 배운 아들, 그 오빠에게서 역시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배우는 딸.

 

뭐 이런 가족이 다 있을까 싶다. 이들 가족은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가족이었다. 비록 새 옷을 마음껏 사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하지 못했으나 무엇보다 피로 이어진 가족보다 더한 끈끈함이 있었다.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들처럼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면. 굳이 그 사람이 나쁘고 좋고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선택되었더라도 진짜 가족보다 더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된게 아닐까. 자기의 연금을 가로채려고 들어왔지만 그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에 갔을 때, 비록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고마웠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여느때처럼 익숙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진짜 가족보다도 더한 가족이 이들 가족이 아닐까. 가족이 와해되었을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 안타까움을 내비쳤던 것처럼. 다시 이전처럼 돌아간 주리의 삶도 어쩌면 가짜 가족보다 못한 거였다.

 

고레에다 히로가즈의 가족을 바라보선 시선이 좋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지만 그 무엇보다 특별함을 나타낸 영화, 그에 속한 소설이었다. 감독은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은 다음 영화를 다시 한번 볼 것을 강조했다. 나 또한 영화를 먼저 보았고 소설을 읽었더니 다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울음을 삼켰던 나와 똑같은 소설을 읽으며 더한 눈물을 흘렸던 나는 이들 가족의 와해가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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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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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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