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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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을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의 생애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평전이 나왔다는 건 그 사람의 생애가 굉장히 특별하다는 것. 한 나라의 거대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는 것. 작가들로부터 탄생한 수많은 평전이 존재하지만 문익환 선생의 평전을 읽는다는 건 가슴뿌듯한 일이다.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만이 분단 국가다. 햇볕 정책으로 인해 북한과의 관계가 조금 좋아지는 가 싶다가 얼어붙은 정국이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고 지금처럼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는 경우도 드물다. 통일이 올까. 통일이 아니어도 통일된 상태와도 같은 교류가 있다면 이것 또한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통일의 간절한 염원을 담았던 인물이 문익환 선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때 뉴스에서 떠들석하게 나왔던게 문익환 목사의 방북이었다. 그의 통일을 향한 마음으로 방북했으리라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방북후 구속되었고, 구속된 사진이 실려 그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았을 뿐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를 잊고 있었다. 단편적인 사실은 기억한다. 배우 문성근이 문익환 선생의 아들이라는 것. 재야에서 활동을 했다는 것 정도였다.

 

김형수 작가가 쓴 『문익환 평전』이 전부터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문익환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이 출간되니 반가울 뿐이었다. 책의 뒷 부분은  꽤 많은 분량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가 태어났던 북간도에서부터 생의 한 페이지가 차례로 실려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으로 그의 생을 훑어보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가슴이 북받치는 감정을 느꼈다. 그의 육성을 듣는 느낌이었다. 

 

『문익환 평전』을 읽는다는 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것과도 같다. 1918년에 태어난 문익환은 윤동주, 송몽규와 함께 자랐다. 일본의 핍박을 받았던 일제 강점기, 나라를 위해 독립을 외쳤던 독립군의 활약들이 문익환의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역할이 미미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 그의 어머니 또한 아홉달 된 그를 업고 독립을 위한 만세 운동을 나갔다고 하니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감동이 밀려 온다.

 

삶은 흐르는 물과 같다. 삶의 현실은 어디선가 끝없이 샘솟는 강물처럼 흘러와 잠시도 쉬지 않고 세상의 관계들을 재편해놓는다. 자만에 찬 전위들은 낙오의 길을 가고 선지자를 열심히 뒤따르던 이가 홀연히 전위가 된다. (312페이지)

 

 

삶은 선택을 허락하지 않는다. 생生은 명命이다. 살려면 살고 말려면 마는 것이 아니라 살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 따라서 생명은 불가피하게 자라려고 하는 힘을 갖는다. 생명의 마음, 생명의 본능은 내일을 지향한다. 생명은 '지금 있는 것'이면서 '장차 있어야 할 것에 대한 꿈'을 내포하고 있다. (329페이지)

 

통일을 위해 앞장섰던 그가 목사인 건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 역시 목사의 아들이었으며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수학했다. 성서 공동번역위원으로 성서를 번역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으며 우리말 풀어쓰기에 앞장섰다. 또한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뜻을 이어 많은 학생들이 기성세대에 대한 항의로 삶을 외면하자 그들에게 향한 언어는 감동이다.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  그때는 청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을 달리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저자는 문익환 목사 보다는 문익환 선생이라는 호칭이 더 맞다고 표현했다. 성서를 번역하며 믿음을 강조했던 목사이기도 했지만 우리의 통일을 위해 앞장섰던 민주 투사이기도 했으니 맞는 표현같다. 약자의 편에 서서 민중들을 사랑했고 그들과 함께 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애써왔던 사람들 중에 신을 섬기는 성당의 신부들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사 직분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할 만한 일이다.

 

다시금 평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세계의 눈이 우리를 향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닐까.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써왔던 문익환 선생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태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한국과 북한의 정상이 포옹을 하는 장면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다. 역사의 한복판에 서서 민족을 위해 앞장섰던 문익환 선생의 삶의 궤적을 읽는 일이 이토록 즐거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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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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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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