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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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연 친화적이 되어간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좋아하는데, 특히 남자들이 자연에 귀의하고 싶어한다. 우리집 남자를 포함해 주변의 많은 남자들이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느끼고 싶어하는 마음이랄까. 자연속에 스며들어 사는 삶을 부러워하고 소망한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들은 목가적인 내용을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라고도 한다. 그만큼 많은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다. 비채에서는 김성곤의 번역으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의무감에서 시작한 독서가 어느 새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의 자세가 되었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아주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라는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읽고나면 여운이 남는다. 이런 삶은 어떨까. 이런 작품의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라는.

 

우리는 이 소설에서 '빅서'라는 장소에 심취하게 된다. 남북전쟁시 남부연합의 소속이었던 곳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해본 빅서의 풍경은 장관이다. 절벽과 검은 바위, 파도치는 풍경이 꽤 인상적인 곳이다. 이곳에서 남부연합 소속의 장군이었던 리 장군의 후손이라는 리 멜론과의 만남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리 멜론의 자꾸 변해가는 치아 갯수와 도서관을 뒤져 오거스터스 리 장군의 이름을 찾았으니 명단에 없는 걸 보고 허무함에 빠졌던 감정들과 함께.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과 함께 이 작품 또한 목가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작가가 친구가 있었던 빅서에 한달 가량 머물렀던 그 경험들을 소설로 나타낸 것이다. 전화기도, 전기도 없는 시골의 오두막. 있는 거라곤 엄청 많은 숫자의 개구리들 뿐이었다. 우연히 악어 두 마리를 들여와 연못가는 고요해 졌지만, 제시와 리는 배가 고팠다. 먹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트럭의 휘발유를 훔치려는 소년들을 잡아 총알이 없는 총으로 그들을 위협해 가진 돈을 다 털게 해 그 돈으로 여자를 사려고 했던 리 멜론이었다.

 

소설에서 엘리자베스가 나오는데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이곳에 있을 때와는 달리 돈을 벌러 도시로 갈 때는 한껏 치장하고 일을 했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그녀는 아름다웠고, 번 돈으로 빅서로 돌아와 아이들을 보살폈다. 제시에게는 일레인이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빅서로 와 함께 지낸다. 돈이 엄청 많은 미친 남자와 리, 제시, 엘리자베스, 일레인이 머무는 빅서는 어쩐지 그들의 이상향과도 같다.

 

까마귀가 광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 주위에 거미줄을 쳤다. 다른 동물들, 지, 딱정벌레, 토끼도 거미줄을 쳤다. 지금은 땅벌레처럼 길고 날씬해진 거미처럼, 무덤의 입구에서 기다리며.

 

지진에 부서진 운동장처럼 찢어진 군복을 입은 16세 소년이, 군복을 입은 59세 된 노인 옆에, 교회처럼 장엄하고 완벽하게 죽은 채 땅에 누워 있었다. (163~164페이지)

 

다섯 사람의 이야기와 함께 남북 전쟁시 오거스터스 장군의 이야기가 다른 한편으로 전해진다. 이후의 이야기는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결말이 이어지며 수많은 결말들로 이루어지는 게 우리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열린 결말과 함께 소설은 막이 내린다. 어쩐지 빅서에서 머물렀던 오두막과 연못의 풍경이 아련하게 그려진다. 파도 치는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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