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코로나19, 미중 신냉전, 한국의 선택
문정인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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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2017-2020)를 역임한 연세대 문정인 교수의 미래 예측 보고서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코로나 사태와 국제정치'에 대한 강연. 1부), KBS '코로나19, 대한민국 길을 묻다'('코로나 시대의 미중 관계와 한국의 선택', 2부) 강연 및 출연이 집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 권의 박사학위 논문 같다. 우선 서문에서 논문의 요약문처럼 간결하게 핵심 메시지를 추려서 제시하고 각 장과 부가 끝날 때마다 소결을 내리고 다음 장으로 자연스레 논의를 이어간다. 따라서 독자는 서문과 각 챕터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만 읽어도 전체 요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질서의 미래에 대해 5가지 시나리오(현상 유지, 성곽도시, 다자주의, 미국 주도, 중국 패권)를 제시하고, 그 중 현상 유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한다. 따라서 미중 간의 세계질서 재편에 대해 다시 양두 지도체제, 차가운 평화, 신냉전의 세 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현재로선 미국의 새 바이든 정부가 기존 트럼프의 신냉전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전략을 논의한다.


미국동맹강화, 중국편승, 홀로서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현상유지 전략, 마지막으로 다자주의에 바탕을 둔 '초월적 외교' 전략에서 '초월적 외교' 방식을 저자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런 큰 줄기 아래 수많은 보고서, 논문, 저서를 분석하고 각주를 달고 있어 각 견해에 대한 근거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집필된 책이다. 


사회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서술을 이어나가 완독 후에도 명확하게 메시지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다르다. 서문만 읽어도 다음의 논의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되는 장점이 있다. 교양 수준에서 국제정치학을 이해하려는 독자라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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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3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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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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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 김민희, 《이어령, 80년 생각》(‘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위즈덤하우스, 2021


1934년생, 2021년 88세를 맞이한 이어령 교수를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책 속에서 몇 번이나 강조되었지만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의 회고록이나 비망록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기억도 늘 지금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현재진행중인 사고를 강조했고, 아마도 죽을때까지 현역일 것이다. 1장 생각의 탄생, 2장 창조의 기록들, 3장 통찰을 넘어서라는 타이틀 아래 세부목차가 있는데, 대체로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순으로 배열된 이어령의 창조적 작업의 아카이브다. 어떻게 하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싱싱한 뇌를 유지하며 과거의 추억에 매몰된 삶이 아닌 영원회귀적인 창조적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을 가진 나 같은 독자라면 분명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론보다는 서울올림픽, 대전엑스포,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구체적 사례 속에서 그의 철학과 창조성이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삶에 대한 반추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장된 텍스트로 읽힌다. 물론 다 읽고 나면 다소 허탈할 수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분야의 통섭과 내 몸에 각인된 한국적인 유전자를 잘 구현하면 된다, 거칠게 이런 조언정도로 축약가능한데, 사실 다 알고 있지 않는가. 머리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발끝으로 뜨거운 피를 옮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 창조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 “선생님은 문단에 데뷔한 20대부터 시대의 고비마다 내세운 모토들이 있으셨죠. 그 키워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80년 생각의 지도를 얼추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대에는 한국문단을 놀라게 한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셨어요. ‘우상의(26쪽) 파괴’라는 그 도전적 선언 말이에요. 30대에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키워드가 된 ‘신바람 문화’, 40대에는 일본을 놀라게 한 ‘축소지향의 문명’, 50대에는 세계에 충격을 던진 ‘벽을 넘어서’의 올림픽 슬로건, 그리고 60대에 들어서 IT 정보화시대가 되자 산업화의 키워드를 한 번 더 꺼내시면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하셨어요. 새천년을 맞이할 무렵에는 즈문둥이의 이벤트로 생명탄생의 고귀함을 담은 메시지와 함께 ‘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라면서 미래의 비전을 주셨고요.

이렇게 시대의 고비마다 역사의 이정표 같은 생각의 기둥을 세우시더니, 70대 이후에는 후기 정보화시대의 키워드로 ‘디지로그’이론을 펼치셨어요. 그리고 리먼 브라더스 금융 파동을 겪으면서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으로 생명화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시기도 했어요. 27쪽


- ‘갓길’이라는 새 언어의 탄생 과정을 듣다 보니 기시감이 든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조어 과정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어서다. ‘풍토’의 어순을 바꾸고, 한자어를 토착어로 바꿔 숨결을 불어넣기! 109쪽

- 그의 답에서 이런 핵심어들을 뽑아낼 수 있겠다. ‘번쩍’과 ‘외로움’, 그리고 ‘리스크’. 창조적 아이디어는 번쩍 떠오르는 것이고, 남들을 설득하기 힘든 외로운 것이며, 그만큼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158쪽

-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아하’하고 발견한 것이 있다. 하나로 수렴되는 이어령 교수 창조력의 씨앗, 바로 ‘한국인의 밈’이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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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알렉산드리아 - 이병주 소설, 개정판
이병주 지음, 이병주기념사업회 엮음 / 바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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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 이병주, 소설·알렉산드리아, 바이북스, 2020(개정판)


이현우의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 남성작가 편)"에서 1960년대 작품으로 《관부연락선》을 다루었다. 《관부연락선 1》은 절판되어, 대신 그의 등단작인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골랐다. 1965년 6월 월간 "세대"에 실린 중편소설이다. 필화 사건으로 10년 형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형을 둔 피리(플루트) 연주자인 동생 '나'가 알렉산드리아에서 겪은 일을 그리고 있다. 초중반까지는 형의 분신이자 그림자인 '나'가 알렉산드리아에 건너오는 과정과 형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을 소개하는 단순한 서사다. 그러다가 '나'가 게르니카 출신 사라 엔젤과 게슈타포에 의해 동생을 잃은 한스 셀러와 엮이게 되면서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와 사라와 한스가 한스의 복수를 하는 과정이 펼쳐지면서 형의 이야기는 소설의 말미까지 증발하는데, 이는 '나'가 사실은 형의 외부적 자아 내지 형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중반부터는 '나'의 이야기에서 한스와 사라의 복수극으로 옮겨간다. 이후부터 작가는 작가가 하고 싶었던 국가적 폭력(게르니카 학살, 2차대전 중 유대인 학살,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를 한스와 사라의 재판에서의 진술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다. 실제 이병주는 1961년 5.16 때 필화사건으로 10년 선고를 받고 2년 7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는데, 그때 느낀 수형생활과 국가적 폭력에 대한 본인의 세계관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고발하고 있다. 어두운 시절에 직접적으로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나마 무대를 알렉산드리아로 설정하고, 전쟁비극인 스페인 학살, 유대인 학살의 역사적 사건을 끌어와 간접적으로 독재를 고발하고 있다. 이만한 작품을 쓴 것만 해도 당시로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 그랬는데 지금의 나는 너와 더불어 알렉산드리아에 있다는 환(11쪽)각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진짜의 나는 너와 더불어 알렉산드리아에 있고, 여기에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나는 나의 그림자, 나의 분신에 불과하다는 환각을 키우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앙, 웃지 마라. 고독한 황제는 환각 없인 살아갈 수 없다. 13쪽


- 형은 아마 이천 편 이상의 논설을 썼을 것이다. 그중에서 단죄받은 논설이 두 편이 있다. 그 논설 가운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조국이 없다. 산하(山河)가 있을 뿐이다.”

“이북의 이남화가 최선의 통일방식, 이남의 이북화가 최악의(30쪽) 통일방식이라면 중립통일은 차선의 방법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악시하는 사고방식은 중립통일론 자체보다 위험하다.”

“이 이상 한 사람이라도 더 희생을 내서는 안 되겠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통일은 이룩해야 하겠다. 이것은 분명히 딜레마다. 이 딜라마를 성실하게 견디고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비로소 활로가 트인다.” 31쪽


- 교양인, 또는 지식인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두 개의 자기로 분화된다. 하나는 그 난관에 부딪혀 고통을 느끼는 자기, 또 하나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자기를 지켜보고, 그러한 자기를 스스로 위무하고 격려하는 자기로 분화된다. (···) 바꾸어 말하면 지식인은 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두 사람이 나누어 견디는 셈인데 무식자는 모든 고통을 혼자서 견디어야 하는 셈이다. 49쪽


- “언제든지 꼭 와요.”

“형님을 모시고 우리들 같이 살도록 하자.”

태평양의 섬으로 떠나면서 사라와 한스가 내게 남겨 놓은 말들이다.

꿈속으로 오라는 꿈같은 이야기.

결국 내게는 나의 육친인 형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형은 왜 형의 애인에 관해선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을까.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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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 - 연구 현장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과학자들의 코로나19 분석 보고서 코로나 팬데믹 시리즈 3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획 / 동아시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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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코로나 사이언스, 동아시아, 2020

 

일기예보를 확인하듯 매일 코로나19의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확인하고

휴대폰보다 먼저 마스크를 챙기는 생활이 벌써 일 년이다. 팬데믹과 인포데믹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형을 탐구하는 일.

 

코로나 바이러스, 정확하게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당신은 누구인가?

1부와 제2부가 핵심이다. 빨판 같은 스파이크 단백질로 상피세포에 달라붙어 폐를 비롯한 인체를 공격하고, 스스로 단백질 가위를 사용해 16조각으로 분해 후, 유유히 몸을 빠져나가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살펴보고 있으면 경이롭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비생물인데 그들이 고등기관임을 자부하는 영장류 사피엔스를 쥐락펴락하는 과정에는, 내가 잠시 인간임을 망각한다면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인수공통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경로에 대해 박쥐다, 천산갑이다 원인에 대해 갑론을박 하고 있지만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위협이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세상은 전복되었다. 바야흐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A.C. After Corona)에 이 책을 보면 지금까지 인간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 역설적으로 안심이 된다.

 

1부 신종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와 방어전략

2부 가공할 전파능력, 궁극의 방어시스템

3부 코로나19에 맞서는 사회

 

코로나19에 심한 폐렴이 동반되는 이유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기관지의 섬모상피세포나 폐포 안의 2형 상피세포(Type 2 폐포상피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 세포들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잘 달라붙도록 만드는 효소수용체가 다량으로 존재한다. ‘ACE2’, ‘TMPRSS2’ 등의 수용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세포(18)내 침투능력을 강화해준다. 19

 

- 스파이크단백질과 단백질가위의 합작으로 침투하기 24

 

코로나바이러스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이러스 막표면에 돌기형태의 단백질(스파이크단백질)이 촘촘히 달려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그 형태가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축구화 밑바닥의 스파이크가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것처럼, 스파이크단백질은 숙주세포와 강하게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빠르게 침투하도록 지지해준다.

 

가짜 스파이크단백질가짜 수용체를 통한 예방과 치료 27

mRNA-1273(전령RNA) 백신은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27)를 주사함으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과 똑같이 생긴 가짜 스파이크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스스로 생성되도록 한다. 이것을 이용하여 우리 몸속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리이다. 28

 

유전자가위는 생명체의 특정 유전물질을 인지하여 절단하는 인공효소(단백질)이다. 세포의 DNA 염기서열 특정부위를 잘라내거나 다른 유전자로 교체할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이다. 31

 

바이러스는 한마디로 단백질로 둘러싸인 핵산이다. 핵산의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RNA 바이러스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RNA 바이러스는 증식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킨다. 치료제 내성이 잘 생기고, 백신도 무용지물이 된다. 게다가 돌연변이를 거쳐 숙주를 바꿀 수 있으므로 동물의 바이러스라도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에게 넘어올 수 있다. 59

 

바이러스 설계자, gRNA(유전체 RNA)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입자의 크리는 약 0.1마이크로미터로 지질막과 단백질로 만들어진 껍질 안에는 gRNA(유전체 RNA)라고 부르는 RNA 한 가닥이 들어 있다. RNADNA처럼 네 종류의 염기(A, U, G, C)를 가진 뉴클레오티드 중합체이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gRNA는 약 3만 개의 염기가 일렬로 이어져 있다. 인간의 RNA염기가 평균 3,000개이고, HIVRNA가 약 1만 개의 염기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gRNA는 특이할 정도로 큰 RNA이다. 60

 

면역세포들은 주변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이토카인은 다른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하여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이끄는 동시에 더 많은 사이토카인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만약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이토카인이 급속하게 많은 양이 분비되면 바이러스뿐 아니라 정상조직까지 공격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한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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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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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여성작가 편), 청림출판, 2021

 

2020년에 출간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에는 없었던 여성작가 편이 별도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전체 구성은 남성작가 편과 동일하다.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와 그의 대표 중단편을 골라 작가의 인생과 작품의 줄거리, 그 작품이 현대문학사에서 위치하는 의의 등을 소개하는 책이다. 아무래도 2021년 판으로 새로 나온 부분이라 남성작가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특히 근대소설의 특징과 관련지어 박경리와, 오정희, 박완서에 대한 비교 대조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작가는 박완서의 작품이 당시 중산층의 생각과 양태를 정확히 형상화 한데 반해 박경리의 세계관은 전근대적인 반물신주의에 갇혀 있어 근대 소설로 나아가지 못했고, 오정희는 시적인 이미지나 운율에 몰두하고 서사성에 약점을 보여 장편을 쓸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서술한다. 근래에 와서 박경리의 작품은 거의 읽히지 않고, 오정희나 박완서의 작품이 재출간이나 리커버되는 독서시장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책에서 각 작가에 대해 내린 평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참조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내가 잘 몰랐던 전혜린이라는 텍스트’, 90년대의 후일담과 무너진 부성주의 분위기에서 탄생한 공지영과 은희경에 대한 작품 분석도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작가의 다음 저작은 이 책처럼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일본작가 편일 것 같은데 그 역시 기대된다. 문학이론의 부분이 많지 않아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 교양서라는 점에서 반갑고 귀하다.

 

 

11960년대 1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비누 냄새로부터 시작된 여성적인 것에 대한 탐색

 

21960년대 2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근대적 문제의식을 거부하고 생명사상으로 돌아서다

 

이것이 토지에까지 연결되는 박경리적 세계관이다. 근대성에 대한 완고한 부정과 거부가 있다. 돈에 대한 거부감과도 통하는데, 부의 축적 또는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것이 박경리식 정신주의로, 나중에는 생명사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근대성을 통과하지 않은 생명사상은 좀 미심쩍다. 47

 

무엇보다도 토지 문제를 다루면서 지주와 소작인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혈연이나 재산문제로 초점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자 약점이다. 보편성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55

 

31960년대 3 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국현대문학이 결여하고 있던 전혜린이라는 텍스트

 

41970년대 박완서나목: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동시에 불화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

 

중산층은 흔히 속물로 비하된다. 속물적인 중산층 의식에 대한 해부가 박완서 문학의 특기다. 실은 작가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그리도 속속들이 잘 아는 것이다. 다만 박완서의 특징은 그것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념이 결여되어 있기도 하다. 박완서에게는 그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버지의 세계, 오빠의 세계에 대한 생래(105)적이면서도 체험적인 거부감이다. 전쟁 트라우마가 가져온 것이다. 106

 

박경리의 소설은 관념적이다. 반면에 박완서는 몰도덕적이다. 윤리적 판단에 괄호를 친. 중산층을 부정적으로 보면 부도덕하고 속물적인데, 그 단면을 자세하게 묘사할 만큼이나 잘 포용하는 작가다. 다만 거기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을 뿐이다. 박경리의 경우에는 옳다거나 그르다는 사전 판단이 있다. 인물도 그렇게 재단을 한다. 그래서 묘사를 하지 않는다. 토지에서도 상인들의 세계는 아예 부정적인 것으로 제쳐 둔다. 그러니까 중산층의 감각을 다룰 수가 없다. 박경리 문학은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문학으로 들어오기가 어렵다. 이런 사회적 계층을 다루지 않는다. 박완서에 와서 실감 나게 다루어진다. 110

 

51980년대 1 오정희 유년의 뜰: 일상의 파편으로부터 드러내 보인 여성이라는 이중성 오정희체’ “서사보다는 이미지나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결과이기도 하다. 129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박완서라면, 오정희는 이야기를 쥐어 짜낸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도 힘들어한다. 130

 

61980년대 2 강석경 숲속의 방: 현실에 적응도 저항도 할 수 없는 실패한 주체의 표본

 

71990년대 1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급진적 이념과 지체된 현실 사이의 과도기적 충돌

발문의 필자는 이 작품이 해법과 전망의 제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성적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에서성공한 소설이라면서, ”특히 이론에서나마 남녀평등을 학습한 첫 세대에게서 보이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에 눈을 돌렸다는 점에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211

 

 

81990년대 2 은희경 새의 선물: 중요한 시대를 괄호 치며 책임을 회피하는 성장거부소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괄호 안에 넣자고 하는 것은 더 깊이 보기보다는 아예 덮어두려는 것이다. 공지영 문학의 선택이 현실과 1980년대를 대비하면서 계속 환기시키는 것이었다면, 은희경의 선택지는 그것을 없었던 일로 치는 것이다. 224

 

92000년대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한국문학과 사회가 반복하는 신파먹고사니즘의 문제성

 

102010년대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자폐적 세계에서 사회로 나아가려는 작가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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