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3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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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심연들, 문학과지성사

1.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인 새로운 장르로서의 키냐르의 글은 갓난이의 옹알이처럼 생경하고 매력적이다.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말하지 못하는 갓난이의 발화는 언어의 불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심연들, 신비들.



* 메모

- Jadis: 자디스, 단순히 옛날이라는 과거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계속하여 쌓이는 세월의 누적, 그 켜, 그 적층적 연속성

- 인간계에서 성장기와 노화기는 양극처럼 대응하는 듯하지만, 근원적으로는 가량 오르가슴과 단말마가 동일하나 상이한 헐떡임인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행위이다. 19쪽

- 하늘론

보기 쉽기 때문에 보기 지겨운 하늘을 향해 아무도 눈을 들어 올리지 않는다고 그(마롤 신부)는 말했다. 시간은 하늘이다. 태양이 지상의 선에서 사라진 후, 우리가 천공을 향해 눈을 들어 올릴 때, 우리는 과거의 어두운 얼굴을 본다. 91쪽

- 해안가에 와서 부서지고 솟은 돌에 부딪히고 휘말리는 역류를 따라 돌진하는 늘어진 뱃살의 해수면을 달이 들어 올린다. 지구와 달 사이에 무슨 축이라도 있듯, 달을 향한 반구의 해면은 달 쪽으로 당겨진다. 바다는 아직 그 상승을 수행 중인 나머지 옛날에 굴복한다. 옛날에 달은 지금보다 세 배나 지구에 가까웠다. 달은 아이를 떼어놓는 엄한 어머니처럼,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잠든 아이의 방문을 천천히 닫아주고 나오는 어머니처럼 바다를 뗴어놓았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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