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혐오 - 공쿠르상 수상 작가 파스칼 키냐르가 말하는 음악의 시원과 본질
파스칼 키냐르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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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음악 혐오, 프란츠



1. 음악을 사랑하고 조예가 깊었던 저자가 음악을 왜 증오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음악의 기원 그 이유를 짚어본다. 시각과는 달리 청각은 눈꺼풀 같은 차단막이 없다. 무차별적이고 강압적으로 소리에 노출된 청자는 수동적으로 소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로써 음악은 밤과 공포,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서 이루어졌던 강제노동과 학살,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과 관련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책 대신 휴대폰과 이어폰을 챙긴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 중에 음악을 듣는다. 그들이 듣는 음악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대한 방패인 동시에 내 안의 침묵을 못 견뎌하는 불안에 대한 눈꺼풀이다. 가끔은 천천히 걸으면서 ‘나’라는 악기가 내는 음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발바닥으로 땅을 짚고 팔을 흔들며 숨을 들이 내쉬고 주변의 말과 음악에 대해 내 몸이 반응하는 미세한 속삭임을 듣는 시간을 하루에 몇 분이라도 가져야겠다.


* 메모


- 우리는 극도로 상처 입은 어린아이와 같은 유성(有聲)의 나체를, 우리 심연에 아무 말 없이 머무는 그 알몸을 천들로 감싸고 있다. 천은 세 종류다. 칸타타, 소나타, 시. 노래하는 것, 울리는 것, 말하는 것. 이 천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우리 몸이 내는 대부분의 소리를 타인이 듣지 못하게 하려는 것과 같이, 몇몇 음(音)들과 그보다 오래된 탄식에서 우리의 귀를 지켜 내려 한다. 9쪽

- 공포와 음악, 음악과 공포. 이 두 단어는 영원히 결속된 것만 같다. 비록 그 기원과 시대가 어긋난다 할지라도, 성기와 그것을 덮고 있는 천과 같이. 13쪽



- 끝없는 수동성(비가시적인 강제된 수신)은 인간 청력의 근간이다. 내가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고 요약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104쪽


- 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 1933년부터 1945년에 이르기까지 독일인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에 협력한 유일한 예술이다. 음악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징발된 유일한 예술 장르다. 그 무엇보다도, 음악이 수용소의 조직화와 굶주림과 빈곤과 노역과 고통과 굴욕, 그리고 죽음에 일조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예술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187쪽

- ‘음악 혐오’라는 표현은 음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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