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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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 이 時代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 최승자 시인의 첫 시집. 이 시집의 나이가 내 나이와 같은 서른 일곱.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시인이나 시의 화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시집의 내면을 읽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삼 십 세」는 30쪽에 실려 있다. 허공을 후벼 파는 시어들이 그려내는 슬픈 칼춤 같은 시집.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 십 세」 30쪽)’,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올 여름의 인생공부」)



* 메모



- 일찍이 나는 13쪽 부분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 개 같은 가을이 14쪽 부분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올 여름의 인생공부 28-29쪽 부분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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