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결속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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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소설, 신비한 결속, 문학과지성사



1. ‘결속’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브르타뉴 지방에 여주인공 ‘클레르 므튀앵’가 어린 시절부터 관계를 이어 온 유부남 ‘시몽 클랭’, 클레르와 옛 피아노 선생님 ‘라동’, 동생 ‘폴’, 이혼 후 재회한 딸 ‘쥘리에트’와 얽힌 관계에 관한 소설이다. 연어처럼 태어난 고향으로 회귀한 후 벌어지는 일들과 사건에 관한 소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관계들은 이미 맺어져 있는 것들이지 새로운 사건이나 계기에 의해 설정된 결속이 아니다. 소설에서도 동성애자인 동생 폴의 남자친구인 목사 장(Jean)의 입을 빌어 ‘신비한 결속’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 동생이나 누나나 서로의 직업, 결혼, 사직, 이혼을 통해 알게 된 어떤 허물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특히 여하한 경우에도 평가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 일종의 자동적인 용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비한 결속이었다. 어떤 구실이나 사건을 계기로 어떤 순간에 그렇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기원이 없는 관계였다. 209쪽




중심축은 클레르와 시몽의 남녀 관계이지만 사실상 부모로부터 떨어져 버림받은 채 큰아버지의 집에서 성장해야 했던 클레르와 폴의 남매간의 끈끈한 결속에 대한 부분이 자폐증을 오래 앓으면서 유사한 경험을 했던 작가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훨씬 감정이입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소설을 번역한 역자의 관점처럼 ‘고양이로의 변신 이야기’, 빛과 어둠에 대한 상징 등으로 읽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소설이다.

구성상 특이한 점은 총 5부 구성에 클레르, 시몽, 폴, 쥘리에트, 장, 사촌 오빠 등이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서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다.






* 메모



- 이 모든 아름다움은 생생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살아 있으므로. 그녀는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살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추억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웠던 것의 살아있는 추억이다. 삶은 이 세계를 만들어낸 시간의 가장 감동적인 추억이다.’ 191쪽



- “우리 어머니가 떠나기로 결심했었죠. 아빠는 그걸 원치 않았고, 차를 절벽 난간으로 몰아 시멘트 가드레일에 부딪혔어요. 아빠와 레나는 즉사했죠. 폴과 나는 살아남았고요. 엄마도 살았어요. 실은 엄마가 나중에 자살한 거예요. 근데, 장 폴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요. 아니 말해도 좋아요, 난 상관없으니까. 폴은 이 사실을 모르거든요.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내 생각엔 한 번도 알고 싶어 한 적이 없었어요.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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