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더불어 - 신영복과의 대화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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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고 더불어(신영복과의 대화), 돌베개
#신영복



1. 평생 단 한 번도 탈출 잠입을 시도하지 않은, 예비 음모 선전 선동하지 않은, 밀항을 찬양 고무하지 않은, 또는 그러한 정(情)을 알고도 그를 신고하지 않은 ‘나’에게 사형판결을 선고한다. 단, 그 집행을 유예한다.



2. 죄를 범한 ‘나’에게 ‘또 다른 나’가 손을 내밀었다. ‘손잡고 더불어’ 가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담론’ ‘더불어 숲’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매번 다른 이름으로 내 손을 붙잡았다. ‘흑색종암’이라는 햇빛을 오래 못 받아 생기는 서구형 질병으로 돌아가신 고 신영복 선생님은 무릎 위에 잠깐씩 비추던 햇볕을 담아 조금씩 세상에 뿌려주셨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왼손과 오른손 각각의 분노의 오므린 주먹이 아니라 맞잡은 기도와 용서가 타인에 대한 신뢰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신영복 선생님의 작은 숲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3. 주로 진보적인 매체와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시민운동에서부터 청년문제, 남북문제 등에 대한 고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90년대의 인터뷰에서는 평소 책으로 접하지 못한 시민운동이나 이념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학자로서의 고민도 느껴진다. 후반부 2010년대, 작고 직전의 인터뷰는 부드럽고 담백하다.



*메모

- 20여 년의 수형생활을 통하여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배운 바가 많습니다.
첫째는 해방 전후의 역사를 역사로서 이해해 오던 관념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 (···) 둘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과 나눈 인간적 이해와 공감입니다. 101쪽


- 감옥에서의 글이나 생각은 아주 작은 것 속에서 큰 것을 읽어 내는 접근이 필요하고, 여행 동안의 생각은 너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압축할 것인가 하는 정반대의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118쪽



- 질적인 측면에서 자유(자기의 존재이유)의 최고치는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3쪽



- 1897년 최시형 처형, 동학혁명 이후 전봉준이 처형당했을 때 그나마 살려주었던 교주 최시형을 1897년 아관파천 이후 대한제국 수립 준비 과정에서 처형한 것입니다. 158쪽



-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그런 말을 했죠. “감옥이란 감옥 바깥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은 갇히지 않았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말이죠. 우리 시대 청년들도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시냇물〉은 매우 인문학적 노래 같아요.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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