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 태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목발 짚은 태종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중 3권 '태종실록'을 읽고)



1.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출직 대표자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수권범위 내에서 행동해야 한다.

즉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표이기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행위할 권한이 주어진다. '민주적 정당성'은 절차적 적법성과 실체적 정당성을 그 구성요소로 하는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한다면 민주적 정당성은 파괴된다.

나치 히틀러처럼 적법하게 선출되었으나 인류에 해악을 끼친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 할 수 없고, 재위 기간동안 공적이 있다해도 선출자체에 불법이 있었다면 정당성이 없다. 





2. 태종은 유능한 왕이었다. 왕권강화와 유교적 이상구현(신권)을 동시에 추구했으며, 건국 초기 나라의 기틀을 다졌다. 

진위여부에 논란은 있지만 작곡가 멘델스존의 최대업적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재발견이라면 태종의 최대업적은 양녕대군의 폐하고 충녕을 임금에 올린 행위다. 


정치 9단으로 부패는 용서해도 불충은 용서하지 못했지만 늙은 '하륜'의 악행을 눈감아주었고, 젊은 '이숙번'은 내쳤다. 외척의 세력화를 우려해 민씨 가문에 칼을 들이댔다. 진위를 가늠할 수 없는 '선위쇼'를 하면서 신하들과 썸을 타며 왕권을 유지했다. 





3. 절차적 정당성 무시한 채 보위에 오른 태종이 택한 길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명분이 어떠하든 왕권을 강화하고 후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2차례의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태조는 두 다리중 '명분'의 다리를 잃었다. 남은 '실리'의 다리를 옹골차게 만들고 잘린 다리대신 목발을 짚은 채 참 많은 일들을 했다. 


내 손에는 피를 묻혀도 아들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국가걱정, 자식걱정을 하며 살다간 이방원은 행복했을까? 달리기를 하면 아무리 튼튼한 목발과 의족을 갖추었더라도 두 발을 가진 사람이 결국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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