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 시인선 527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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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죽음의 자서전"과 "피어라 돼지"가 출간 뒤 낭독회가 있었다.

그때 시인은 머릿속의 잔상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체국 창구에 있는 직원들이

바삐 우편물을 정리하고 어디론가 보내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하셨다.

신작 시집에 실린 '그믐에 내용증명' '우체국 여자' 같은 작품의 모항이 바로

그 잔상일 것이다. 어느 작품을 선택해도 시인 특유의 여성의 몸에 대한 사유와 이미지, 리듬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위 우체국 시편이 기억에 남는다.



집 근처 사거리 모퉁이에 있던 오래된 우체국이 없어졌다. 아마도 다른 우체국과

통폐합 되었거나 우편 집중국으로 업무가 이관되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프렌차이즈 빵집이 생겼다. 우체국을 문지기처럼 지키던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은색 철제의자와 테이블, 파란색 간판에 흰색 글씨가 도드라졌다. 그곳에서 부치고

받았던 소포와 편지들, 그곳에 일터를 두고 수 년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들이 하루 아침에 푹 파여져 사라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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