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메고 다니는 백팩 속에는 항상 시집과 우산이 들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삼단으로 접힌 우산은 태아처럼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태아는 태어나는 순간 세상의 밝은 빛에 울음을 터트리지만, 내 우산은 빛이 그치고 비가 내리는 순간 기지개를 켠다.


  어둠의 바깥은 또 다른 어둠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의 바깥이 슬픔이듯.


  가방을 매고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났다. 우산이 내는 울음소리다. 내가 길에 남기지 못한 발자국을 우산은 나대신 남긴다. 밤에는 그 소리가 무서워 애써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곤 했다. 전철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길었다. 


  우산이 펼쳐놓는 어둠의 오 분. 나에게는 그 시간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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