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 숨비소리
신경림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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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꽃잎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 아기띠를 매고 캥거루처럼 조심조심 걸었다. 제비꽃은 얼었고 한낮인데 아득히 어두웠다. 아직 차가운 봄바람이 떼어놓을 듯 달려들었다. 앞서 간 그이는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잃어버린 걸까. 출발점에서 만나자고 했던 그이의 말을 잊어버린 걸까. 잘게 부서진 두려움이 피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아 한다. 아기는 비눗방울 속에서 푸른 잠을 잔다.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가 날아간다. 참억새 무성한 길에서 접어든다. 바람을 타고 우리를 부르는 것은 누구입니까. 아기는 쌔근쌔근 잔다. 이마에 땀이 난다. 잠이 바람이 밀리고 있다. 종점이고 원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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