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도 세종대왕 - 조선의 크리에이터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월
평점 :
2007년, 우리를 열광시켰던 인물 중에 단연 돋보였던 이는 바로 이산 정조대왕이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이상각의 『이산 정조대왕』은 사실을 토대로 했으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해설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대왕 세종>의 방영과 함께 또 한권의 책이 나왔다. 정조대왕의 좋은 기억 때문에 내심 기대가 컸다.
어쩌면 평생 책이나 읽으며 학문에만 정진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태종의 셋째 아들 충녕대군, 임금의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지만 당연히 자신의 자리라고 방심하고 있던 양녕대군 덕분에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도 들어왔던 것이다. 총명한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일부러 망나니 짓을 하고 돌아다녔다는 양녕대군의 모습은 많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총명한 동생을 두었다고 해서 당연히 자신의 것인 왕위를 양보할 위인은 없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은 남의 것까지 빼앗아 오지 않았던가. 그런 아버지의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양녕대군이 그런 멋진 형이었을리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왕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아버지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부터 양녕대군이 세자에 책봉되어 쫓겨날 때까지, 그리고 왕이 된 세종이 한글 창제를 하는 과정까지 모두 왕실 중심이다. 또다른 업적이라 할 수 있는 과학기구의 발명은 뒷부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적은 분량이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세종대왕이지만 '조선의 크리에이터'라는 부분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그의 가족사보다는 업적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세종대왕을 생각하면 몇 번이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픈 왕이다. 만약 훈민정음이 없었더라면 나처럼 암울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학창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바로 한문이었을 정도인데, 이렇게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렇게 훌륭한 글을 만들어 낸 세종, 그를 따르는 수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이 있었고 가족들이 있었지만 그는 고독한 왕이었다. 그가 만든 훈민정음은 중국의 눈치만 살피는 신하들에 의해 천대 받았고, 글 좀 읽는다는 선비들에게 소외 당했다. 오랫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훈민정음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훼손 당하고 있다.
며칠전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었다. 그동안 소방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 놓지 못하고, 제대로 된 관리조차 받지 못한 숭례문이 사라지고 나서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보다 더한 뒷북이 또 있을까. 이제 뒷북치는 일은 그만 둬야 할 것이다. 습관이 되면 안된다.
한글, 어느날 홀연히 아름다운 모습을 감추는 일이 없도록 있을 때 바르게 사용하자.
2008/02/17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