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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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36쪽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즈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었지만 체력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인들은 어떻게 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었냐고 묻곤 합니다. 그땐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힘 조차 없었고, 취재를 나갈 때마다 입술은 부르텄고, 감기 몸살을 달고 살았었습니다. 늘 이것저것 들고 다녀서 그 무게에 짓눌렸는지 왼쪽 목부터 발까지 마비 증세가 와서 손을 쓸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20대의 열정과 깡으로 버티며 몸을 혹사하는 일도 미련한 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직을 했을 뿐, 그것 외에는 제 삶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전만큼 몸을 혹사시키며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이 탓인지, 또다시 스멀스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 뿐이고,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발바닥은 찢어질 것처럼 고통이 올라옵니다. 발이 아파서 대중교통을 멀리하고 자가용만 타고 다니다보니, 그나마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서 걷던 시간들 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퇴근 후에 편안하게 책 좀 읽으려고 하면 또다시 목과 허리가 아프고, 눈알은 터질 것 같고, 딱히 피곤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초저녁부터 꾸벅꾸벅 조는 날이 많습니다.

또다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여러 사람들에게도 귀가 따갑게 듣고 있지만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까지 어떻게 하나, 요즘 같은 날씨엔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을 해도 안 좋아, 이런 마음 뿐입니다. 운동을 할 수 없는 핑곗거리는 언제나 차고 넘칩니다.

만약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책상 앞에만 쪼그리고 앉아서, 인생을 헛살아온 것도 모르고 있겠지. 자전거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다. 65쪽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운동하냐며 반문하는 당신에게!

나와 비슷한 처지의 저자.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열악하다고 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나에게는 육아와 살림의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출판 에디터인 저자 또한 (나처럼) 신체활동 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며(얼마나 책을 좋아하면 운동도 몸이 아닌 글로 배우고 있다), 늘 일에 시달리고 있고, (나보다 더) 작은 체구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그녀가 강철 체력의 소유자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 13년차라고 합니다. 게다가 운동은 어릴 때부터 해온 것이 아니라 마흔 살 때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아무리 핑곗거리가 많은 사람이라도 더이상의 핑계를 댈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탁월한 사람들이 성취한 경험을 들으면 부럽긴 해도 따라할 생각은 잘 못하는 법이다. 그 사람은 뛰어나고 나는 평범하니까.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천재를 우리와 동떨어진 특별한 존재로 여길수록,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 하지만 위층 할머니나 옆집 아줌마가 해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쩐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한 일을 나라고 왜 못할까 싶기 때문이다. 게으르고 잘 움직이지 않다가 마흔 넘어서야 뒤늦게 운동이란 걸 시작했다.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강한 체력의 소유자가 된 내 경험이, 나만큼이나 평범한 다른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지 않을까.

타고난 저질 체력도 이렇게 달라져서 꽤 멋지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나보다 훨씬 젊고 웬만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 조금 일찍 운동을 시작한다면, 얼마나 신나고 근사한 가능성들이 펼쳐지겠는가. 10~11쪽

그녀 옆에는 멋진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처럼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아들 운동회 때 각성한 이후로 아내보다 먼저 운동을 시작한 남편. 그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자전거도 탈 줄 몰랐던 그녀에게 자전거를 선물해주며 의지를 불태워줬고, 바다수영을 무서워하는 그녀 뒤에서 함께 수영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녀가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며 한발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북돋워 줬습니다.

누구나 다 "시간이 없고 귀찮다"고 말하니까요. 그런데 책을 읽는 건 어떤가요? 멋 부리는 건요? 요리를 하는 건요? 모임에 나가는 건요? 혹시 이런 것들도 시간이 없거나 혹은 귀찮아서 못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시간 없어,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살던 제가, 어떻게 자다가도 일어나 운동하러 나가는 사람으로 변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끝까지 정독! 83쪽

우리에겐 이렇게 따라다니며 지지해주는 멋진 조력자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이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뒤늦게 운동을 시작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인지, 처음 달리기를 할 때, 수영을 배울 때, 자전거를 탈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내딛어야 하는지 각종 운동 몸치들을 위한 깨알 팁을 알려줍니다. 사실 그동안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떻게 한발을 내딛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했던 적이 많은데 이런 팁들은 꽤 유용합니다.

이제 더이상 핑곗거리도 없으니, 심지어 이 책을 끝까지 정독했으니, 날씨가 따뜻해지면 운동화 끈 단단하게 매고 집 앞 운동장으로 뛰쳐나가야겠습니다.

매년 오는 겨울을 대비하여 김장을 하면서도, 언젠가 반드시 오고 말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 김장에 비하면 죽음이란 먼지와 다이아몬드처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중요한 인생의 대단원인데도 말이다. 죽는 순간이 아무런 고통도 없이 벼랑에서 뚝 떨어지듯 단번에 오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의학 덕분에 죽음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길고도 느린 과정이 되었다. 인갑답지도, 아름답지도 않게 변해 버린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아툴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일어나는 일들, 다시 말해 청력, 기억력, 친구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 방식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실버스톤 박사의 표현대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것'이다." 263쪽

책 속의 책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자유가 아이를 독립적으로 만든다면, 어른이 되어 자전거를 타면 다시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동감할텐데, 언제든 자전거를 타면 그리운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무지개, 별똥별, 크리스마스에나 느낄 법한 기분 말이다. 벤 어빈, 『아인슈타인과 자전거 타기의 행복』

여행지에서 그 동네의 길을 달리는 일은 즐겁다. 주변 풍경을 보며 달리기에는 시속 10킬로미터 전후가 이상적인 속도이다. 자동차는 너무 빨라서 작은 것을 놓치기 쉽고, 걷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동네마다 각기 다른 공기가 있고 달릴 때의 기분도 각각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길모퉁이의 모습, 발자국 소리, 보도의 폭, 쓰레기 버리는 습관 등도 모드 다르다. 정말 재미있을 정도로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자전거 타기를 배우려는 호기심이 67세의 노인을 유혹하는가 하면, 70세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판을 미끄러져 나가고, 80세에는 체조를 하면서 날마다 근육을 단련했다. 죽기 바로 직전인 82세에도, 그는 말을 타고 20녀 킬로미터나 질주하곤 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톨스토이를 쓰다』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느냐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실제 나이 효과'라고 한다. 즉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는 70퍼센트 이상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50세가 되면 생활 방식이 어떻게 늙어 가는가의 80퍼센트를 결정하고, 유전이나 체질은 겨우 20퍼센트 정도밖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마이클 로이젠,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


 

수영을 배우면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내가 해낸 운동량을 내 몸이 정확히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나는 25미터를 수영한 뒤 꼭 벽에 매달려 멈추곤 했다. 호흡이 가쁘니 잠깐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수영이 잘 늘지 않는다. 내 몸이 딱 25미터 간 거리만큼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50미터를 수영해 내면? 처음엔 힘들겠지만 내 몸은 곧 50미터에 맞는 폐활량을 기억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체력이 생긴다. 즉 내 몸이 잘 기억하고 익숙해지도록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나가면서 꾸준히 강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깨달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었다. - P50

미국의 마라톤 잡지 <러너스 월드>에서는 달리는 사람의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 적이 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달리는 이유가 다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는 멋진 몸매를 유지하거나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달리는 운동파.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을 앞서고 싶거나 목표로 세운 기록을 단축하고 싶어서 달리는 경쟁파. 세 번째는 나무가 많은 공원이나 호젓한 길을 따라, 달리는 느낌 자체를 즐기는 취미파. 네 번째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달리는 것이 재미있는 사교파. - P66

"로저 배니스터는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처음으로 간 사람이었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도달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이 위업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그 사람들은 다 실패했다. 그런데 한 번 성공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이 그것을 똑같이 해냈다. 왜일까? 뇌는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는 대략의 지도를 그린다. 배니스터, 암스트롱, 힐러리는 상식을 거슬러 희망을 품어야 했다. 그들의 뇌에, 목표에 이르는 지도를 그리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들의 뒤를 따른 사람들은 앞서 달성된 위업을 지도로 이용했다." - P77

몰입과 긴장을 반복하며 일하는 정신노동자일수록, 오히려 집중력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적당한 혹은 격렬한 육체 활동이 절실한 법이다. 그래야 자기 분야에서 롱런하며 원하는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현명한 지적 노동자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비밀‘을 이미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며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 - P217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칼럼을 통해서, 중년으로 접어든 뇌가 가장 ‘절정의 뇌‘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 주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눈이 침침해지고, 심지어 치매 초기 증상과 비슷한 경험을 반복한다. 따라서 그 나이에 리더가 된 사람들은 급격히 자신감을 잃고 나이듦을 억울해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여섯 가지 인지 능력인 어휘, 언어 기억, 계산, 공간 지각, 반응 속도, 귀납적 추리 중에서 무려 네 가지가 초절정의 성과를 내는 나이대는 45세에서 53세 사이의 중년이라는 결과가 있다. 나빠진 기억력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내게도 희망찬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겐 몸과 마음, 뇌에 이르기까지 아직 많은 가능성과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밖에 없다. 특히 내 자유 의지로 운동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 가는 몸을 지켜보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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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26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의 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몸 전체가 다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저질 체력 못지않게 걱정되는 게 저질 시력입니다... ㅎㅎㅎㅎ

뒷북소녀 2019-03-26 09: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ㅠㅠ저는 눈이 아프면 머리도 아픈 것 같더라구요.

레삭매냐 2019-03-26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라 취재? 기자셨군요 ㅋㅋ
미처 몰랐네요.

웃는얼굴아트센터, 도서관 이름이
멋져 부리네요.

저도 이제 운동해볼라구요...

뒷북소녀 2019-03-26 11:23   좋아요 0 | URL
저희 동네가 스마일 달서구라.ㅋ 아트센터 안에 도서관이랑 문화센터도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