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동네 사람은 '오싹함'에서 안녕한가요?
단편소설 「동네 사람」, 강화길, 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후보작
   서로 인사하고 지내는 동네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사실 꽤 오랫동안 계획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만 산 저에게는 동.네.사.람.이라는 단어가 참 낯섭니다.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 당연히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집 앞 슈퍼를 갈 때도, 집 근처 스타벅스를 갈 때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나갈 때가 많습니다. 어차피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동네인걸요.

   어디나 눈들이 있고 고개를 돌리면 나를, 너를 빤히 바라보는 눈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주목을 끌면서 온 동네가 우리를 멋대로 마음대로 오해하도록 내버려둔다. 127쪽

   그런데, 소설 속 '너'와 '나'가 살고 있는 동네는 '조금 피곤한' 동네입니다. 이런 동네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저는 생각만해도 피곤해집니다. 어디를 가든 '너'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동네 사람들도 일부러 귀를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동네 구조상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뿐입니다.

   참, 그때 할머니 사고 난 거 그건 잘 해결했어요?
   (…) 할머니 발가락이 부러졌다고 그러던데 아니에요? 강아지 발이 부러졌댔나. 아무튼 잘 해결됐나 해서 물어봤어요.
   여자는 요 앞 철물점에서 들었다고 하고, 미용실에서 들었다고 하고, 목욕탕에서 들었었나, 하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120~121쪽

   '나'는 늘 동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가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시장 앞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다가 폐지 줍는 할머니가 데리고 다니는 개를 친 것입니다. 사실은 개를 직접적으로 친게 아니라 할머니가 쌓아놓은 폐지를 차로 넘어뜨리면서 그 폐지가 개쪽으로 쏟아졌는데, 다행히 개도 멀쩡하게 잘 걸었다고 합니다. 할머니에게 혹시나 몰라서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할머니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청심환이라도 사드시라고 오만 원을 건네고 나온 것인데, 동네에는 '너'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그냥 갔다고 소문이 난 것입니다.
   이 일 때문에 '너'는 할머니 뿐만아니라 그 장면을 목격하고, 들었다는 사람들과도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더 주목받기 전에 '너'가 사과하고 마무리했으면 싶은데, '너'는 억울해서인지 사과를 하는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이상한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직장이 없는 사람들. 가족이 아닌 사람들. 밤이나 낮이나 할 일 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나 하면 없고 없어졌나 하면 어디선가 또 나타나는 우리의 신분을 확인해줄 수 있는 건 너와 나뿐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더 이상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다. 이곳에서 눈에 띄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 계약이 종료되면 기간을 연장하고 또 연장하면서 몇 년간은 편하게 있고 싶다. 그러니까 그렇게 사는 데에 얼마나 섬세하고 큰 노력이 필요한지, 너는 여전히 모르는 게 틀림없다. 125쪽

   물론 이사를 하는게 좀 힘든 일이 아니지만, '나'가 이토록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나'와 '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인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를 넘는 호기심을 보이거나 혹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경계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나'와 '너'를 의심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너'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동네 사람들은 '너'의 편에 서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없고 가난한 할머니 편에 서서, 할머니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동네 사람들을 보며 오싹함을 느낍니다.

   지금껏 수없이 오간 이 길에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싹함이다. 137쪽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도 그랬지만, 작가는 흔히 '정상'이라고 부르는 울타리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씁니다. 그 방식 또한 너무 과하지 않아서, 저는 작가의 이런 시선이 좋습니다. 당분간 예의주시하고픈 작가이기도 하구요.

   너와 내가 매일 오가는그 길을 따라 우리가 모르는 어떤 말들이, 추측들이, 오해들이, 따라온다. 고작 사과를 하고 말고 하는 문제로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불필요한 관심을 끌고 싶지 않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너와 나의 일상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 135쪽

   그러니까 이 동네에 사는 동안, 사람들이 너와 나에 대해, 우리에 대해, 우리도 모르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키우고 반드시 그게 어떤 부당한 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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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앙마 2018-12-1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우리 고향사람들이 그랬는데... 서로 대문도 없이 산다는 이유로..이런말 저런말..
흔한말로 그 집 숟가락이 몇갠지 안다는 이유만으로..
근데 정말 한번 틀어지면 죽을때까지 말도 안하는 이웃도 보고 맘 아팠고...
암튼...그 오싹함이 뭔지 살짜기...느낌이 오는기분..하지만 실제로는 그 오싹함을 겪지는 않았다는 진실..
아마도 그냥..그러려니 하고 산 고향이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동화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