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그들과 우리 사이의 100년은 어디로 갔을까

 

“청춘의 치열한 고민과 성장”이 담긴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차분

‘소세키표 삼각관계’에 빠져 곤란한 주인공들을 만나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을 차례로 펴냅니다. 단단한 번역, 꼼꼼한 편집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은 깊숙한 재미와 진진한 삶의 관찰로 가득합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까닭을 기껍게 체험하게 할 ‘고민하는 힘’ 속으로,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일본 근대 문학의 출발, ‘소설이 없던 시절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근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20세기의 대문호, 일본의 셰익스피어 등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1984년에서 2004년까지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었고, 이와나미쇼텐에서 1907년 소세키 전집이 간행된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대표작에 치우쳐 중복 출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출간되는 소세키 소설 전집은 12년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소세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며 ‘지금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국내 첫 전집이다. 우리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소세키의 연보에서도 가끔 빠져 있는 숨어 있던 소설까지 온전히 담았다.

 

소세키는 길지 않은 창작 기간 동안 한시, 하이쿠, 수필,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썼다. 그 작품 각각이 개성 있게 분출하는 분위기, 내용에 따른 문체 변주의 독특함 등 소세키의 작품을 고전이라 일컬음에 이론은 없을 것이다.

 

“필요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소세키의 문체를 생생한 우리말로 잘 살린 송태욱의 꼼꼼한 번역에 소세키 단편소설 전집을 완역한 노재명의 소세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해져, ‘우리 시대 소세키 번역’으로 거듭났다. 또한 소세키의 작품을 온전히 풀어놓으며 지금 여기에 되살리는 작업은 송태욱(고양이 외 11권)・노재명(태풍그 후)의 라이프워크이기도 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부터 위궤양과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으며 마지막까지 써내려간 『명암』까지, 총 14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며 완간은 2015년이다.

 

 

05. 우미인초

 

‘소세키표’ 삼각관계

우미인초에는 남자와 여자, 과거와 현재, 사랑과 분노, 삶과 죽음이 봄에서 여름으로 흐르는 계절에 함께 녹아 있다. 시(詩)의 세계에서 사는 오노가 물밑의 수초 같은 과거에서 물 위로 떠올라 꽃 피우고자 발버둥치는 성장소설과 매혹적인 칼날을 지닌 자줏빛 후지오의 차가운 사랑 놀음. 여기에 오노의 과거에서 따라온 여자인 “달밤에 태어난” 사요코가 있다. 그리고 강단 있는 “네모나게 각진” 무네치카가 중심을 잡은 얽히고설킨 ‘삼각, 사각관계’다. 오노, 후지오, 사요코, 무네치카 여기에 철학자 고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번민이 더해진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오노와 후지오, 후지오와 무네치카, 오노와 사요코를 이었다 뗐다 하는 소설로 읽어도 좋고, 끊임없이 불운한 과거의 그물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남기 위해 사랑에 고개 숙이는 한 시인의 성장소설로 읽어도 좋다. 아니면 철학자 고노의 고독을 함께 나누어도 이 소설을 풍부하게 누릴 수 있다. 어떻게 읽어도 고집스럽게 섬세한 문장은 그대로 시가 되고, 자줏빛 꽃이 어우러진 한 폭의 병풍이 된다.

 

자존심이 사납게 인다, 무심코 검은 머리를 물결치게 한다

“잠들어 있는 천지에 봄에서 뽑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놓은 것 같은 여자, 봄을 제압하는 깊은 눈의 여자, 조용한 봄바람을 섬뜩하게 가르는 여자, 아름답고 상냥한 눈썹으로 맹렬히 싸우는 불꽃의 여자, 털끝만큼도 남자에게 희롱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여왕.”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나쓰메 소세키가 ‘진짜’ 고양이를 집요하게 그려냈다면, 우미인초의 자줏빛 후지오는 소세키의 그야말로 신경증적인 관찰력으로 형상화된, 백 년을 훌쩍 뛰어넘은 매혹적인 ‘진짜’ 여자의 몸짓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미인초』는 《아사히 신문》에 1907년에 폭발적인 인기 속에 연재된 소설이다. 당시 미쓰코시 백화점에서는 ‘우미인초 오비’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후지오 기모노가 유행이었다고 한다.

 

 

 

06. 갱부

 

“아무튼 한창 영혼이 도망치다 실패하던 중이었으므로”

죽으려고 집을 뛰쳐나온 부잣집 도련님 ‘나’는 “결국 자살은 아무리 연습해도 능숙해지지 않는 것”이라며 ‘자멸’을 차선책으로 내세우고 지겹도록 긴 소나무 길을 걷는다. 가다가 갱부 알선책인지 사기꾼인지 모를 조조의 따뜻해(?)보이는 말에 기대고는 자멸도 버리고 어두운 곳이 지향점이었다고 생각을 고쳐먹고는 갱부가 되기 위해 광산으로 떠난다. 그러고는 갱부를 하려다가 다시 어려워지고 만다. 이 책은 결국 죽으려다, 자멸하려다, 갱부가 되려다 실패한 ‘나’의 경험담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에 따르면 ‘나’는 “적어도 겉에서 보기에는 광산에 들어갔을 때와 거의 같은 상태로 밖으로 나오는 것”(해변의 카프카)이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소설도 되지 못한’ 소설이다.

 

“가장 소세키답지 않은 소설”

갱부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 가운데 문체나 구성의 결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다른 소설에서 관계나 인물의 여러 갈래 ‘길’들이 교차한다면 갱부는 도련님이 가출해서 광산으로 향하는 외길이다. 한 사람, ‘나’를 잘게 쪼개서 분석하고, 조소하다가 연민하고, 꾸짖다가 칭찬한다. 끊임없이 걷거나, 몸을 움직이며 내면을 ‘역동적으로’ 들여다본다.

 

『갱부』는 《아사히 신문》에 1908년에 연재된 소설이다. 소세키의 부인이 회고하기를 어느 날 젊은이가 찾아와 소세키에게 갱부가 되었던 경험담을 들려준 것이 계기가 된 소설이라고 한다. 또한 그의 제자이기도 한 후지무라 미사오기 번민 끝에 자살한 것에 대한 석명이기도 하다.

    

 

 

07. 산시로

 

성장통 없는 성장소설

도쿄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까지 함께 묵게 되는 여자가 말하는 ‘배짱 없음 대 배짱 있음’, 도쿄에 대한 산시로의 첫인상인 ‘촌놈 대 도회’,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느끼는 ‘먼 옛날 대 현실 세계’ 등의 대립. 산시로는 그 경계 안에서 관찰하고, 판단을 유보한 채 ‘무언가’를 동경한다. 기계적으로 따지자면 “언덕 위의 여자” 미네코는 배짱 있음, 도회, 현실 세계를 아우르는 사람으로 산시로에게 남는다. 그래서 산시로는 미네코를 동경하고 욕망하게 된다.

 

산시로 주변에는 그들 나름대로 ‘완성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려 한다. 하루종일 검정색 커튼을 치고 상자를 바라보는 이학박사 노노미야, 생활력 없는 자기 소신을 지키고 사는 은둔형 철학자 히로타, 말재주 글재주 있는 사기꾼(?) 요지로, 동경의 대상인 매혹적인 미네코…

 

산시로는 가만가만 욕망하며 바라본다. 노노미야와 미네코, 산시로의 ‘소세키표 삼각관계’의 해체는 미네코가 노노미야도 아닌, 산시로도 아닌 제3의 남자와 결혼하는데 이는 미네코의 신여성적인 면모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산시로에게 같은 ‘미아’가 된 미네코를 보고 경계를 모호하게 섞어버리는 산시로가 된다. 결국 배짱 없음, 촌놈, 먼 옛날은 산시로에게 고스란히 남은 채 경계만 흩어버리는 성장통 없는 성장소설이 되었다.

 

산시로의 “그 후”는 다음 편인 그 후의 ‘다이스케’의 고뇌로 다시 이어진다.

 

『산시로』는 《아사히 신문》에 1908년에 연재된 소설이다. 배경이 된 연못은 현재의 도쿄제국대학에 ‘산시로 연못’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08. 그 후

 

다이스케의 ‘고집불통 에고이즘’

다이스케는 대학을 졸업한 서른 살 백수다. “왜 일을 하지 않는 건가?” 주변의 힐난과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고, 자라난 수염을 깎고,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고 반듯하게 가르마를 타고… 자신의 내면과 내면이 담긴 그릇인 몸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며’ 사유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주 예민한 다이스케는 다른 시대를 꿈꾸는 향수병을 앓고 있는, 먹고사는 것은 완전히 빼버리고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고뇌하는 ‘결여’된 인간이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고집불통 에고이즘’은 다이스케만의 완벽하고 안전한 세계가 된다.

 

그런데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던 생명력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여기에 우미인초, 갱부, 산시로에서 이어지는 ‘소세키표 삼각관계’가 이어진다. 친구의 아내에 대해 책임감과 연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이스케의 세계는 조금씩 은둔을 버리고 세상을 향해 당황하며 부딪히며 어쩔 수 없이 나아간다. 다이스케의 ‘그 후’는 빙글빙글 도는 전차 안에서 끝난다. 다이스케의 ‘그 후’가 궁금하다면… 다음 작품인 이 기다리고 있다. 소세키의 인물은 계속 성장하는 중이다.

 

그 후아사히 신문에 1909년에 연재된 소설이다.

    

 

 

전집 리스트

 

0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 송태욱 옮김

02. 도련님(坊っちゃん) 송태욱 옮김

03. 풀베개(草枕) 송태욱 옮김

04. 태풍(野分) 노재명 옮김

  5. 우미인초(虞美人草) 송태욱 옮김

  6. 갱부(坑夫) 송태욱 옮김

  7. 산시로(三四郎) 송태욱 옮김

  8. 그 후(それから) 노재명 옮김

09. 문(門) 송태욱 옮김 근간

10. 피안을 지날 때까지(彼岸過迄) 송태욱 옮김 근간

11. 행인(行人) 송태욱 옮김 근간

12. 마음(こころ) 송태욱 옮김 근간

13. 한눈팔기(道草) 송태욱 옮김 근간

14. 명암(明暗) 송태욱 옮김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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