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페미니즘’하고 ‘어깨동무’



[물어봅니다]

  저는 페미니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페미니즘 책을 많이 읽어요. 그런데 샘님이 쓰신 책이나 오늘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샘님은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한 번도 안 쓰시는데, 무척 페미니즘에 가깝거나 지지하는 느낌이 들어요.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대신할 한국말이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물어보신 말씀처럼 저는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안 씁니다. 예전에는 ‘성평등·여남평등·남녀평등’ 같은 한자말을 곧잘 썼으나, 이제는 이 말조차 안 씁니다.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금 더 귀여겨들어 보시면, 또 제가 쓴 책을 더 눈여겨보시면, 제 나름대로 어떤 낱말로 그때그때 달리 풀어내어 쓰는가를 알아챌 수 있어요.


  ‘페미니즘’이란 영어는 나쁜 말이 아니고, 안 써야 할 말도 아닙니다. 그저 열 살 어린이나 여덟 살 어린이나 다섯 살 어린이한테는 어렵거나 너무 낯선 말일 뿐이에요. 열대여섯 살 푸름이쯤 된다면 영어 ‘페미니즘’이 그럭저럭 익숙할 만하고, 한자말 ‘성평등’도 썩 어렵지 않게 와닿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더 눈높이를 낮추어서 헤아리고 싶어요. 푸름이 여러분한테 대여섯 살 동생이 있다면 페미니즘이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이 대목하고 이 눈높이를 먼저 차분히 살펴보아 주셔요.


 함께 일하기·함께 애쓰기·같이 놀기·같이 힘내기

 서로 손잡기·곱게 하나되기·즐겁게 하나되기

 어깨동무·마음동무·사랑동무

 살림·참살림·꽃살림

 같이 짓는 살림·같이 짓는 삶

 다같이 가꾸는 삶·다함께 가꾸는 살림

 서로 아끼는 하루·서로서로 돌보는 길

 서로사랑·참사랑·참다운 사랑·사랑·꽃사랑


  굳이 한 가지 낱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성평등’을 놓고서 이런 온갖 말씨로 나타내곤 합니다. 이밖에도 그때그때 또 다른 말씨로 엮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슬기로운 살림”이나 “상냥한 손길”이나 “따사로운 마음” 같은 말씨로도 ‘페미니즘·성평등’을 담아낼 수 있어요.


  다만 어느 때나 자리에서는 꼭 한 낱말로 갈무리해서 이야기해야겠지요. 이때에는 ‘어깨동무·어깨살림’이나 ‘참살림·참사랑’ 같은 낱말을 쓰곤 합니다.


[숲노래 사전]

어깨동무 : 1.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거나 끼면서 나란히 있거나 서거나 걷거나 노는 일·몸짓 (때로는 ‘이인삼각’을 나타낸다) 2.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늘·자주 가까이 있거나 붙어서 지내거나 어울리는 사이. 나이·키·마음·뜻이 비슷하거나 같아서 즐겁거나 부드럽게 어울리는 사이 3.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어떤 일을 함께 하거나 돕는 사이.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사이. (평화·평등·연대·공조·협력·협동 들을 나타낸다)

살림 : 1. 어느 한 곳(집·마을·고을·나라·누리)에 모여서 살아가는 일 2. 살아가도록 갖추거나 두거나 모은 것(흔히 돈·먹을거리·옷 들을 가리킨다) 3. 어느 한 곳에서 살면서 다루거나 부리거나 쓰는 여러 가지 (세간) 4. 어느 한 곳(집·마을·고을·나라·누리)을 알맞게 이루거나 꾸리거나 가꾸거나 다스리려고 돈·연장·물건을 돌보거나 살피는 일

사랑하다(사랑) :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2. 어떤 것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거나 다루면서 즐기다 3. 서로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마음을 쓰면서 지내다 4. 다른 사람을 돕거나 따뜻하게 마주하다 5. 고우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아기·짐승·숨결을 일컫는 말


  따로 영어나 한자말로 어떤 이름을 따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가리키는 영어나 한자말을 가만히 보면 매우 수수한 영어나 한자예요. 대단하거나 놀라운 영어나 한자를 안 씁니다.


  어떤 이름을 한국말로 새롭게 나타내려 할 적에도 이와 같아요. 우리가 여느 자리에서 자주 쓰는 가장 수수하고 쉬운 말을 엮어서 나타내면 됩니다. 그래서 ‘평등, 성평등, 페미니즘, 남녀평등, 평화’를 모두 ‘사랑’ 한 마디나 ‘살림’ 한 마디로도 나타낼 수 있어요. 다만 이 수수하고 쉬운 말로 살짝 아쉽구나 싶으면 앞뒤로 이모저모 붙이면서 새삼스레 엮을 만해요.


[숲노래 사전]

어깨살림 : 어깨를 겯는·어깨동무를 하는 살림.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함께 하거나 돕는 살림.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살림.

어깨사랑 : 어깨를 겯는·어깨동무를 하는 사랑.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함께 하거나 돕는 사랑.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사랑.

참살림 : 참다운 살림. 참된 살림. 참답게 가꾸거나 짓거나 꾸리는 살림

참사랑 : 참다운 사랑. 참된 사랑. 삶과 살림을 참답게 가꾸거나 짓거나 꾸리는 사랑

꽃살림 : 꽃 같은 살림. 꽃다운 살림. 꽃처럼 곱거나 눈부시게 가꾸거나 나누는 살림.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누리거나 가꾸는 살림.

꽃사랑 : 꽃 같은 사랑. 꽃다운 사랑. 꽃처럼 곱거나 눈부시게 가꾸거나 나누는 살림.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누리거나 가꾸는 사랑.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이라는 뜻을 ‘어깨살림’으로 그립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이라는 뜻을 ‘어깨사랑’으로 그립니다.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이란 어느 한쪽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마음이자 몸짓이에요. 이는 바로 어깨를 겯는 모습, ‘어깨동무’랍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이나 사랑이라고 하면 한결 또렷하겠지요.


  서로 어깨를 겯으면서 살림을 하거나 사랑을 한다면, 그야말로 더없이 고운 모습이나 몸짓일 테고, 이런 모습은 저절로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이 나아가려는 길하고 맞물립니다. 그래서 ‘살림·사랑’이란 수수한 말씨로도 얼마든지 담아낼 만하고, 꾸밈말을 붙여 ‘참살림·참사랑’ 같은 말로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제가 어떻게 이런 쉽고 수수한 말씨로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을 담아내려 했을까 하고 푸름이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저는 바로 두어 살, 서너 살, 너덧 살, 대여섯 살, 이런 어린 아이들하고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북돋우고 싶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어느새 이런 쉽고 수수한 말씨에 모든 깊고 너른 넋이나 숨결을 그려 넣을 수 있더군요. 2017년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란 책을 쓴 적 있어요. 이 책에 붙인 이름 “살림 짓는 즐거움”이 무엇인가 하면 “성평등으로 가는 즐거움”이요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즐거움”이란 뜻입니다. 굳이 딱딱한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씨로 생각꽃을 펴고 싶어요. 앞으로 나아갈 아름다운 살림이나 사랑이라면 ‘꽃살림·꽃사랑’이리라 여겨요. 페미니즘도 성평등도 바로 꽃살림이나 꽃사랑을 바라보고 바랄 테지요? 그래서 저는 ‘꽃살림·꽃사랑 = 페미니즘·성평등’이라 여기고 ‘꽃살림·꽃사랑 = 평화·평등’이라고도 여깁니다. 다같이 꽃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꽃이 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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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무이 전통 과학 시리즈 1
최완기 글, 김영만 그림 / 보림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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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37


《배무이》

 최완기 글

 김영만 그림

 보림

 1999.6.30.



  우리가 물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면 어떠한 살림을 지었을까요? 우리가 바람을 가볍게 타고서 어디로든 다닐 수 있다면 어떠한 삶터를 이루었을까요? 우리 스스로 물걷기나 바람타기를 잊거나 잃었을 수 있어요. 맨손을 쓰다가 돌을 연장으로 깎고, 도끼를 벼릴 줄 알고는, 어느새 나무를 알맞게 엮어 물에 띄우는 길을 깨닫습니다. 집을 짓거나 땔감으로 삼던 나무로 탈거리 하나를 이룬 뒤에는 새로운 이웃을 찾아나서는 길을 떠납니다. 다만 이런 마실길만 떠나지 않았지요. 배에 이것저것 실을 수 있는 줄 알아차리면서 싸울거리를 챙겼지요. 이웃하고 사귀기보다 이웃을 괴롭히면서 빼앗는 길을 가고 말았어요. 《배무이》를 보면 여러 가지 탈거리를 어떻게 뚝딱뚝딱 지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런데 이 탈거리는 ‘사람이 서로 이바지하는 배’보다는 ‘사람이 서로 괴롭히는 배’로 기울었어요.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싣는 배가 바다를 가르잖아요. 그 솜씨하고 품을 서로 이바지하는 길에 쓴다면 참 좋을 텐데요. 아름다운 배를 뭇는 재주를 즐겁게 물려주고서, 이 배에는 기쁨하고 사랑을 실어서 나들이를 다니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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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이러쿵저러쿵 : 그대들은 어느 사람을 놓고서 도마에 올려 이러쿵저러쿵하는데, 그대들이 그대 스스로 아닌 남을 놓고서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을까? 이는 거꾸로 보아도 매한가지이다. 나는 어느 누구를 놓고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누가 뭘 잘하는지 못하는지 따질 수 없다. 오직 내 눈으로 비치는 모습만 읽는다. 그래서 누가 허울이나 탈이나 껍데기를 쓰고 움직인다면, 그이 허울이나 탈이나 껍데기를 읽을 뿐이다. 누가 속내나 속빛을 감추면서 움직인다면 이런 감춤질을 읽을 뿐이다. 누가 활짝 웃으면 활짝 웃네 하는 모습을 읽을 뿐이다. 너도 나도 스스로 볼 수 있는 눈썰미하고 눈빛하고 눈길로 읽을 뿐이다. 나를 놓고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이는 그이 눈높이에서 그렇게 읽고 그렇게 이러쿵저러쿵하겠지. 그러니 이는 오로지 그대 ‘삶에서 겪은 그대 생각’일 뿐, 그대가 읽은 내 모습은 ‘내가 스스로 짓는 삶길’이 아니다. 2019.9.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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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외국말 배우기 : 바깥말(외국말)을 배우는 일이란, 새로운 누리를 만나는 일이라고 느낀다. 내가 사는 이곳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이웃이 사는 저곳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새롭게 키우고 싶기에 바깥말을 배우려 한다고 느낀다. 이는 사투리도 마찬가지. 여러 고장 사투리를 배우는 일이란, 내가 사는 이 고장이며 고을이며 마을을 아끼는 마음을 바탕으로, 이웃이 사는 저 고장이며 고을이며 마을을 새롭게 아끼고픈 마음으로 서로 사귀고 싶은 뜻을 펴는 일이 된다고 느낀다. 그러니 우리는 바깥말하고 사투리를 같이 배우고 가르치면 좋겠다. 학교에서 ‘국어 시험·언어영역 평가’는 좀 집어치우고서 ‘팔도 사투리 한마당’을 허벌나게 편다면 좋겠다. 부디 ‘문법’이 아닌 ‘말하는 길’로, 또 ‘맞춤법·띄어쓰기’ 아닌 ‘생각을 펴는 길’로 나아가기를. 2019.10.1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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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12.


《나무를 그리는 사람》

 프레데릭 망소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4.5.26.



우리 집에는 ‘우리 집 나무’가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손수 심은 나무는 아직 없고, 우리가 이 집을 보금자리로 삼기 앞서부터 자라던 나무이다. ‘심은 나무’는 아니지만 ‘함께 사는 나무’이다. 이 나무를 심은 이웃들은 해마다 엄청나게 가지치기를 해대면서 ‘관리’를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관리’가 아닌 ‘사랑’으로 함께 살고 싶기에 ‘우리가 바라지도 시키지도 않는 가지치기 관리’를 하지 말아 주십사 여쭈었고, 한 네 해쯤 지나자 비로소 ‘우리 집 나무’를 나무결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관리질 아닌 사랑질을 받는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우리 집을 곱게 감싸 준다. 꽃은 꽃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흐벅지게 베푼다. 왜 나무를 관리하지 않고 사랑하려는가? 아이한테도 똑같으니까. 나는 아이들을 ‘관리’하고 싶지 않다. 그저 ‘사랑’하고 싶다. 학교나 사회에서도 무슨무슨 관리를 한다고 나서지만, 제발 사랑만 하면 좋겠다. 이런 몸짓일 적에 비로소 《나무를 그리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우리 터전을 저마다 아름답게 가꾸면서 함께 웃는 길을 열겠지. 경제성장이나 대북정책이나 무기증강 아닌 ‘나무사랑’이란 길을 수수하게 생각하고 펼 줄 아는 이웃이 하나둘 늘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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