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2.

오늘말. 못 배기다


무슨 일이든 쉬어가며 할 노릇입니다. 바빠서 어찌할 길 없다면 고단합니다. 짬을 내어 숨돌리기에 다시 일할 기운을 차려요. 틈이 없이 몰아쳐야 한다면 그만 못 배기고 튕길 수 있습니다. 잎물짬을 누려요. 봄에 훑은 꽃잎이며 나뭇잎을 햇볕에 말려 놓았으니, 느긋이 우려서 샛짬을 즐겨요. 온몸 가득 꽃내음에 잎빛을 적시면서 오롯이 일어설 숨빛을 살펴요. 마지못하여 해야 한다면 버겁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면 갑갑합니다. 하는 수 없지 않습니다. 빠져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누가 잡아끌더라도 빙그레 웃으면서 쉽니다. 못 견디도록 밀어대는 곳에서는 사람빛이 사라지고, 일빛도 놀이빛도 없이, 노래빛도 춤빛도 없게 마련입니다. 기스락에 앉아서 해를 쬡니다. 깃새에 머무르며 바람을 마십니다. 쉴참이란 숨틈입니다. 숨을 틔우거든요. 한숨을 돌리니 쉼꽃입니다. 쉬면서 마음이랑 몸이 꽃처럼 다시 피어나요. 일밖에 모르는 곳에서는 못 참겠지요. 사랑이라면, 안 붙잡습니다. 사랑이기에, 바람처럼 부드럽고 햇볕처럼 따뜻합니다. 출출하니 새참도 누려요. 토막 같은 말미가 반갑습니다. 하루가 천천히 흐릅니다.


ㅅㄴㄹ


숨돌리다·한숨돌리다·쉬다·쉬어가다·쉼꽃·쉴틈·쉴참·숨틈·숨돌릴틈·숨쉴틈·새참·샛짬·잎물짬·잎물틈·찻짬·찻틈·짬·틈·틈새·말미·기슭·기스락·깃새 ← 브레이크 타임


죽이다·빠져들다·빠지다·붙들다·붙잡다·앓다·-사랑·사로잡다·질질·잡아당기다·잡아끌다·꼼짝없이·꼼짝 못하다·하릴없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쏠리다·홀리다·마지못하다·-밖에·워낙·오로지·오롯하다·오직·못 배기다·못 살다·못 견디다·못 참다·손쓸 길 없다·어쩌지 못하다·어쩔 길 없다·어찌할 길 없다·어쩔 수 없다·어찌할 수 없다·할 수 없다·하는 수 없다 ←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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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2.

오늘말. 모가치


옆에서 거들어 수월합니다. 같이 거두니 힘이 덜 들고, 함께 거두어들인 살림을 둘레에 나눕니다. 네 몫도 있고 내 모가치도 있어요. 뒤에서 도우니 가볍습니다. 같이 걸으니 가뿐하고, 함께 나오고 들어가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은 살림하는 자리입니다. 날마다 흐르는 삶에 저마다 손길을 담아서 뒷뜰을 가꾸고 앞마당을 돌보면서 활짝 웃는 터전이에요. 푸근히 쉬고, 넉넉히 지냅니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마십니다. 마루에 앉아서 새소리를 듣습니다. 처마 밑에는 크기가 조그마한 집을 여러 채 둡니다. 사람은 덩치가 있는 집이라면, 제비는 다닥다닥 품고 안으면서 살가운 집입니다. 한봄을 지나 늦봄으로 가는 길에 둠범마다 올챙이가 깨어납니다. 못물에도 올챙이가 꼬물거리다가 천천히 거듭나서 새롭게 개구리로 살아요. 나도 살고 너도 있고 우리가 어우러지는 자리입니다.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들면 온통 노래판이에요.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는데, 매미도 노랫가락을 섞습니다. 시골에서는 곳곳에서 노래 몇 자락씩 누립니다. 사람 목소리가 아니어도 노래입니다. 목청을 돋우지 않아도 가락꽃이 흐드러져요. 


못·못물·물·둠벙 ← 호수(湖水)


집·채 ← 호수(戶數)


꼭지·벌·마루·-째·자락·자리·집·판·크기·-치·칸·켤레 ← 호수(號數)


옆·옆뜰·옆자리·뒤·뒤꼍·뒷뜰·뒷자리·도와주다·도움꽃·도움이·이바지 ← 불펜(bullpen)


말소리·목소리·목청·소리·소리꽃·소리빛·소릿결·소릿가락·가락꽃·노래 ← 성음(聲音)


팔림새·팔림결·팔림값·판값·팔다·얻다·얻어들이다·나가다·나오다·거두다·거두어들이다·거둠돈·거둠값·몫·모가치 ← 매출, 매상(賣上), 판매고, 판매액, 판매현황, 판매부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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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32 : 이리저리 둘러보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 이리저리 보았지만

→ 둘러보았지만


이리저리 : 일정한 방향이 없이 이쪽저쪽으로

둘러보다 : 주위를 이리저리 두루 살펴보다



  이리저리 본다고 할 적에 ‘둘러보다’라 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같은 겹말은 “이리저리 보았지만”이나 “둘러보았지만”으로 고쳐씁니다. 그런데 ‘둘러보다’ 말풀이가 매우 얄궂습니다. “둘러보다 : 주위를 이리저리 두루 살펴보다”처럼 다루는데, 한자말 ‘주위 = 둘레 = 이리저리’이고, ‘살펴보다 = 두루 보다’입니다. 겹겹으로 허술한 풀이입니다. “둘러보다 : 둘레를 보다. 이리저리 보다”쯤으로 단출히 풀이하면 됩니다. ㅅㄴㄹ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시간은 보이지 않았어요

→ 이리저리 보았지만, 하루는 보이지 않아요

→ 둘러보았지만, 오늘은 보이지 않아요

《지금, 시간이 떠나요》(베티나 오브레히트·율리 푈크/이보현 옮김, 다산기획, 20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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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31 : 대청마루



대청마루

→ 너른마루

→ 마루


대청(大廳) : [건설] 한옥에서, 몸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 당·대청마루·청

대청마루(大廳-) : [건설] 한옥에서, 몸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 대청

마루 : [건설] 집채 안에 바닥과 사이를 띄우고 깐 널빤지. 또는 그 널빤지를 깔아 놓은 곳 ≒ 말루·청사



  한자말 ‘대청’은 ‘마루’를 가리킵니다. 가만 보면 ‘대청마루’는 겹말입니다. ‘마루’라고만 하면 되고, 따로 가리키고 싶다면 ‘너른마루’처럼 꾸밈말을 붙일 만합니다. ㅅㄴㄹ



대청마루 위 할머니와 손녀

→ 너른마루 할머니와 아이

→ 마루에 할머니와 아이

《꽃으로 엮은 방패》(곽재구, 창비, 2021)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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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67 : 집안 식구



집안 식구 모두가

→ 집안 모두가


집안 : 가족을 구성원으로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가는 공동체. 또는 가까운 일가 ≒ 가내

식구(食口) : 1.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2.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리말 ‘집안’이나 ‘집’을 한자로 옮기면 ‘식구’나 ‘가족’입니다. 우리는 ‘집안·집’이라는 낱말을 수수하면서 즐겁게 쓰면 넉넉합니다. “집안 식구”는 겹말입니다. ‘집안’이라고만 할 노릇입니다. 짧게 ‘집’이라 할 만하고, 살을 붙여 ‘한집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집안 식구 모두가, 커다랗게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 집안 모두가, 커다랗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모리스 드리용/배성옥 옮김, 민음사, 1991) 34쪽


백낙용 집안 식구들이 법치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 살았다면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 옳게 다스리는 나라였다면 백낙웅 집안은 걱정없이 살았다

→ 바르게 선는 나라였다면 백낙웅 집안은 느긋이 살았다

《박만순의 기억전쟁 2》(박만순, 고두미, 2022)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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