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차리면서



  늦게 잔 아이들이 일찍 일어난다. 좀 더 자야 하지 않겠니? 그러나, 아이들은 잠에서 깨면 일어나려 하지, 더 누우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리는 놀이는 억지스러운 놀이가 아니고 학습이나 교육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억지로 학교에 가야 하고, 때 맞춰 학교에 가야 하며, 수업 진도에 따라 교과서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면, 이렇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리라 느낀다. 아침에 회사로 가는 수많은 어른들도 이녁 일터가 즐겁다면 누구라도 아침에 번쩍 눈을 뜨고 곧바로 몸을 일으킬 만하리라 느낀다. 즐겁지 않으면 일하지 못하고 놀지 못하며 배우지 못한다.


  즐겁게 밥을 차리면 즐겁게 먹겠지. 노래하면서 밥을 차리면 노래하면서 먹겠지. 웃으면서 밥을 차리면 웃으면서 먹겠지. 사랑스레 밥을 차리면 사랑스레 먹겠지.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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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무엇을 읽는가



  책에서 무엇을 읽는가.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는 무엇인가. 교과서를 배운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이 나라에서 어떤 빛이 되는가. 책을 안 읽거나 적게 읽은 사람은 이 땅에서 어떤 숨결이 되는가. 교과서를 잘 익혀 시험점수 잘 받은 사람은 이 사회에서 어떤 몫을 맡는가. 교과서를 제대로 안 익혀 시험점수를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은 이 나라에서 어떤 사랑으로 살아가는가.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언저리에 있는 이들은 어떤 책으로 배웠고 얼마나 많은 책으로 사회를 익혔을까. 공공기관에 있는 이들은 어떤 책으로 배웠고 얼마나 많은 책으로 일을 익혔을까.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어떤 책으로 배웠고 얼마나 많은 책으로 사람을 마주하는가.


  배운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배운 사람들이 남을 괴롭힌다. 배운 사람들이 편을 갈라 다툰다. 배운 사람들이 4대강사업과 자유무역협정과 새마을운동과 항공방제 따위를 일삼는다. 배운 사람들이 전쟁무기를 어마어마한 돈으로 만들며, 배운 사람들이 쓰레기를 만들어서 버린다. 배운 사람들이 핵발전소를 지어 핵무기를 갖추려 하며, 배운 사람들이 온갖 이론과 학문을 세운다. 그러고 보면, 배운 사람들은 흙을 만지지 않는다. 배운 사람들은 씨앗을 심지 않는다. 배운 사람들은 나무를 돌보거나 숲에 깃들려 하지 않는다. 책에서 무엇을 읽는가.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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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는 책내음



  손에 닿는 책내음을 맡는다. 갓 나온 책은 빳빳한 종이결에다가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네 하는 느낌을 받는다. 꽤 예전에 나온 책은 그동안 내려앉은 먼지에다가 종이결이 찬찬히 삭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헌책은 책먼지가 많다며 내키지 않다 말하는 이들이 많으나, 새책에도 책먼지가 많다. 배본소에서 책을 나르는 일꾼은 입가리개와 실장갑과 앞치마를 갖춘 매무새로 새책을 만지는데, 한두 시간 일하다가 숨을 돌리려 바깥으로 나오면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다. 배본소는 늘 ‘새책이 내뿜는 뽀얀 책먼지’로 하얗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먼지가 나오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숲에서 나무를 베어 종이를 얻는 사람들은 책을 만들면서 먼지를 함께 내놓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먼지가 있을밖에 없을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먼지가 늘 있을밖에 없는가.


  돌이켜보면 흙으로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은 먼지를 일으키지 않았다. 흙집에는 흙이 있을 뿐이었다. 문명을 세우고 문화를 누리는 사회에서 먼지가 나오고 쓰레기가 불거진다. 온갖 기계와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서 먼지와 쓰레기가 태어난다. 흙에서는 먼지도 쓰레기도 태어나지 않는다. 흙에서는 흙이 태어나 흙이 더 정갈하며 기름지고 고소하게 거듭난다.


  손에 닿는 책내음을 마신다. 부디 이 책에는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꿈이 깃들어, 이 책내음을 마시는 아이도 어른도 서로 아름다이 아끼고 즐겁게 놀며 사랑스레 어우러질 수 있는 빛을 얻기를 바란다.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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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37. 2014.4.18. 손 옆에 손



  일곱 살 책순이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 일곱 살 아이는 글을 깨치는 즐거움을 누리려고 소리내어 읽는다. 누나가 책 읽는 소리를 들은 네 살 동생은 어느새 누나 옆에 달라붙는다. 저도 읽겠다며 달라붙지만 저는 글을 모른다. 누나 옆에서 시늉을 할 뿐이다. 그리고, 저는 글을 못 읽으니 책종이라도 만지면서 넘기겠다면서 책을 자꾸 거꾸로 넘기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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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36. 2014.4.8. 팥빵을 쥐는 책



  팥빵을 좋아하는 도라에몽이 나오는 만화책을 쥔 아이가 팥빵을 다른 손에 쥔다. 팥빵을 손에 쥐어야 도라에몽 만화책이 더 재미있겠구나. 밥상맡에서 책을 보는데 밥상에 놓은 풀도 한 줌 함께 쥐면 어떻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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