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 -의 바로쓰기 사전》(함께살기,2011)이 나왔어요! 아주 깔끔하고 예쁘게 잘 나왔어요. 1412쪽짜리 이 책은 막 펼쳐서 보면 쪼개지겠지만, 알뜰살뜰 예쁘게 보면 쪼개지지 않으면서 책꽂이를 빛내리라 생각합니다.

 월요일에 택배로 부치니, 화요일 즈음에 손에 쥐실 수 있어요.

 처음 견적을 넣을 때보다 인쇄비가 퍽 들어서, 이래저래 맞추다가 40권에 117만 7천 원에 책 만들기를 마쳤습니다. 처음보다 15만 원이 더 들었어요 ㅠ.ㅜ 이래 가지고는 택배값을 빼고 책 만드는 데 들인 품과 돈이 하나도 안 남네요 @.@

 간기에는 책값을 5만 원이라 적었습니다. 먼저 주문해 주신 분한테는 책값 4만 원 그대로 부쳐요. 아무쪼록 즐겁게 잘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___^
 

 

책 무게는 1.5kg. 아이는 처음에는 그냥 들었으나 이내 무겁다고 얼굴을 찡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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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1-08-0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예쁘게 잘 나왔네요. 저도 잘 받았습니다~~ 고생많으셨어요.
 



 하늘과 책읽기


 예부터 누군가 ‘가난은 나라님도 어찌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조금도 옳지 못한 말이지만, 이러한 말을 누가 왜 퍼뜨렸는가를 살피는 사람은 몹시 적습니다. 나라님이 있어야 한다면, ‘가난을 없애거나 뿌리뽑을 몫을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가진 사람한테서 나누어 받아 덜 가진 사람한테 나누어 주거나, 더 가진 사람 스스로 덜 가진 사람하고 즐거이 나눌 수 있도록 삶자리를 다스리는 몫을 할 사람이 바로 나라님입니다.

 군대를 다스린다든지 권력을 움켜쥐는 몫을 하라고 세운 나라님이 아닙니다.

 나라님이 어찌하지 못하는 일이란 날씨입니다. 나라님으로서는 비나 눈이나 가뭄이나 큰물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다만, 날씨를 어찌하지 못한다지만, 날씨가 엉터리가 되지 않게끔 살림살이를 다독일 수 있습니다. 쇠삽날을 아무 데나 들이미는 막일을 하지 않는다면, 온누리에 푸른 들과 멧자락이 우거지도록 보금자리를 보듬을 수 있어요. 어찌할 수 없는 날씨이지만, 흙을 사랑하고 햇볕을 고맙게 여기면서 물과 바람을 아끼는 넋으로 살아가는 나라님이라 한다면, 이러한 나라님이 땀흘리는 나라는 무척 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언제 맑은 해를 파랗디파란 하늘과 함께 올려다보았는지 알 노릇이 없습니다. 언젠가 이 비가 그치며 눈부신 햇살을 드리우겠지요. 그러나 칠월 내내 비 그칠 사이 없는 하루하루입니다. 갓난쟁이 기저귀 빨아서 말리기 벅차고, 겨우내 쓰던 두꺼운 이불 한 채를 미처 못 빨았으며, 장마철에 눅눅해지는 옷가지와 이불을 볕에 보송보송 말리지 못합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쉴 사이 없이 비를 퍼붓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생각합니다. 빨래를 하란 소리인가 말라는 소리인가. 그러나, 비가 오든 말든 빨래는 날마다 예닐곱 차례 해야 합니다. 비가 그치지 않으니 더 자주 빨래를 해서 더 오래 말려야 합니다. 집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하루를 온통 물을 만지며 살아냅니다. 손에서 물기가 가시지 않습니다. 손에서 물기가 가시지 않으니 책을 쥐어 펼친다든지 볼펜을 들어 공책에 글을 끄적일 수 없습니다.

 한숨을 쉰들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이맛살을 찌푸린들 비가 멎지 않습니다. 골을 부린들 세찬 비가 가늘어지지 않습니다. 비는 저 스스로 그치고 싶을 때에 그칩니다. 비는 뿌려야 할 만큼 뿌리고 나서야 멎습니다. 비는 이 나라 이 삶터 이 사람들 살림살이에 따라 알맞게 내립니다. 하늘도 땅도 물도 바람도 해도 푸나무도 벌레도 이웃조차도 살피지 않는 이 겨레 이 터전에는 오늘날처럼 마구마구 퍼붓거나 쏟아붓거나 들이붓는 빗줄기가 가장 알맞고 마땅합니다. (4344.7.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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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31 20:52   좋아요 0 | URL
오늘 낮에 경기 고양 호우주의보 라고 TV에 나오더니
저녁에는 경기 고양 호우경보 라고 바뀌었어요. 오늘 저녁 또다시 낙뢰 소리 듣게 생겼네요.

정말 우기 같아요...

숲노래 2011-08-01 06:03   좋아요 0 | URL
네, 저희는 시골이지만, 빨리 중부지방에서 떠나야겠다고 느껴요. 올여름은 어찌저찌 견디더라도 이 아이들 앞날을 생각해서 얼른 다른 좋은 시골로 옮겨서 이 나라에서 살아남으려 해요..........
 



 고마움


 둘째는 밤에 오줌을 거의 안 눈다. 어느 때부터인가 둘째 오줌누기가 이렇게 바뀐다. 밤에 오줌을 거의 안 누니까, 밤에 깨거나 일어나서 기저귀를 만질 때에, 기저귀를 갈지 않아도 되어 일이 수월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지만,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갈 무렵이면 날마다 어김없이 열 장 즈음 내놓는다. 아침마다 부산을 떨며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해서 널며 생각한다. 새벽에 부시시한 몸으로 두어 차례 빨래할 때하고 아침에 좀 바쁘기는 하더라도 몰아서 빨래할 때하고 어느 쪽이 낫니? 한두 시간이라도 느긋하게 두 다리 쭉 뻗어 잠들 수 있는 나날이 얼마나 고마운 줄 모르니? (4344.7.3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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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 - 따뜻한 나날의 조각들
레아 글.사진 / 한빛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사진은 언제나 마음찍기
 [찾아 읽는 사진책 42] 레아,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한빛미디어,2010)



 사진책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한빛미디어,2010)는 첫 번째 이야기 다음에 나온 책입니다. ‘감성(感性)사진’이라는 말마디를 쓰는데, ‘감성’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뜻한다고 적힙니다. ‘자극(刺戟)’이란 “외부에서 작용을 주어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게 함”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감성사진’이란 “마음이 움직이도록 건드리는 사진”이거나 “사람들 스스로 느끼도록 이끄는 사진”이라는 뜻입니다.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를 내놓은 레아 님은 “책 한 권 읽지 않고 사진을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책을 읽으면 누군가의 사진을 따라하게 될까 봐. 내 사진 속에 내 마음이 담기지 않게 될까 봐(2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다른 이가 걸어간 길을 따르는 일은 그리 마땅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사람인데 굳이 다른 사람 길을 따라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레아 님이 이렇게 이야기하려 한다면, 레아 님이 내놓은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 또한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까닭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레아 님이 빚어서 나누려 하는 ‘감성사진’은 ‘레아 님 스스로 당신 길을 고이 걸어가려 하는 사진’인 만큼, ‘레아 님 사진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레아 님이 걸어간 길을 따르거나 젖어들거나 길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기를 씁니다. 사진기는 ‘다른 누군가’가 만듭니다. ‘내가 만든 내 사진기’로 ‘나만이 선보이는 사진’을 찍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습니다. 나 스스로 나만이 보는 빛느낌을 담는 내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입니다. 나 스스로 나만이 보는 빛느낌이란 없습니다. ‘나만 본다고 생각하는 빛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사진기를 쓰지 않고, 내가 손수 만든 사진기를 쓰더라도 ‘사진기라는 틀을 만든 사람’이 일군 빛느낌 담는 그릇이라는 테두리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우리는 누구나 목숨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고, 우리는 누구나 믿음입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만화를 그리든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갈래에서든 ‘나만 남달리 하는 길’이란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즐겁게 살찌우면서 하는 길’만 있습니다.

 레아 님이 맨 처음에는 다른 사진책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제는 다른 사진책을 찬찬히 살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사진책을 잔뜩 들여다보더라도 ‘레아 님 나름대로 걷는 길이 흔들리지 않을 뿐더러, 더 단단해지거나 더 야물어지거나 더 빛나야 옳’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습니다. 느낄 대목은 느끼고, 배울 대목은 배우며, 나눌 대목은 나누면 됩니다.

 나한테 더 있으니 기쁘게 나눕니다. 나한테 모자라니 즐거이 받아들입니다. 나한테 힘이 있으니 예쁘게 씁니다. 나한테 힘이 없으니 반가이 맞아들입니다.

 다른 사람 사진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리란,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소리하고 똑같습니다.

 책이 대수로울 수 없습니다. 책은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마디를 담은 종이그릇입니다. 언제라도 다시 되새길 만한 말마디를 엮은 슬기그릇입니다. 따라하거나 배우거나 좇으라고 하는 책이란 없습니다.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달리 아름다이 살아내면서 깨우치거나 느낀 좋은 슬기와 넋과 빛느낌을 스스럼없이 나누면서 서로서로 다 다른 사진길을 사랑스레 북돋우자고 해서 태어나는 사진책입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진에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서입니다 … 설명서 같은 글이 싫어진 나는 갇혀 있던 감정을 사진과 함게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30, 229쪽).”라는 이야기를 가만히 되새깁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까닭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밥을 먹으려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잠을 자려고 살아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밥을 먹고, 살아가기에 잠을 잡니다. 살아가는 동안 사랑을 나눕니다. 살아가는 내내 웃고 울며 떠듭니다. 누구나 살아숨쉬는 나날 언제나 ‘마음을 보여주고 마음을 읽으며 마음을 어깨동무합’니다. 어쩌면, 레아 님으로서는 “갇혔던 마음을 사진과 함께 풀어낸”다기보다, 이제껏 스스로 제대로 몰랐던 마음을 시나브로 찾아나서는 사진찍기와 사진에 글 붙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사진이든 마음이 담기고, 어떠한 글이든 마음이 실리거든요.

 딱딱하다는 신문글이든 논문글이든 평론글이든, 이러한 글 어디에라도 마음이 안 담길 수 없습니다. 적어도 ‘딱딱하게 굳은 마음’이라도 담깁니다. 학문에만 파묻혀 둘레 사람들 따순 손길이나 눈길을 읽지 못하는 딱닥하게 굳은 마음이라도 담겨요.

 착한 마음만 마음일 수 없습니다. 맑은 마음만 마음이지 않습니다. 생채기를 입은 마음도 마음입니다. 다친 마음도 마음일 뿐 아니라, 아픈 마음과 슬픈 마음과 메마른 마음과 기운 꺾인 마음도 모조리 마음이에요. 굳은 마음이든 모진 마음이든 미운 마음이든 한결같이 마음입니다. 그저, 이 숱한 마음을 바라보면서, 어느 마음이 더 좋거나 더 나쁘다고 함부로 자르거나 잴 수 없어요.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훌륭한 피사체가 될 수 있습니다 … 책과 인터넷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명한 관광지를 따라 타인이 걸었던 발자국을 쫓으며 허덕이는 대신 골목과 사람과 빛에 마음을 열어 보세요(167, 201쪽).”와 같은 이야기처럼, 레아 님은 레아 님만이 바라보는 눈길대로 삶을 일구고 사진을 사랑하려 합니다.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만, 사진책을 읽건 안 읽건 대단하지 않으면서, 사진책을 읽는대서 이 사진책을 내놓은 사람 틀에 갇힐 까닭이 없듯이, 이름난 관광지를 간대서 내 마음이 따분해지거나 칙칙해지지 않습니다. 사람 발길이 뜸한 데를 찾아간다 해서 내 마음이 촉촉해지거나 해맑아지지 않아요. 언제 어디에 어떻게 누구와 있더라도 내 마음은 늘 내 마음 그대로입니다. 시골자락에서 포근한 마음이 될 때에는 몸 또한 포근한 몸일 텐데, 복닥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포근하지 못한 몸이 되더라도, 마음은 포근하게 살릴 수 있어요. 몸이 힘들면 마음 또한 힘들지만, 몸이 힘들기에 마음은 한결 씩씩하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살아숨쉬는 고운 목숨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살뜰히 살아숨쉬는 고운 목숨이면서 사진기를 손에 쥔 멋진 사진동무입니다.

 이리하여, 레아 님은 어쩔 수 없이 “이럴 때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카메라가 필요해진 거야.’(277쪽)”처럼 이야기하고야 맙니다.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사진마다 아래쪽에 어떤 사진기로 찍었는지 하나하나 밝히는데, 굳이 이렇게 밝힐 까닭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밝히는 뜻은 레아 님 나름대로 좋은 느낌과 넋과 매무새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레아 님 사진책을 읽을 여느 사람한테는 ‘아하,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이런 사진기를 써야 하는가 보구나.’ 하고 여기도록 이끕니다. 사진을 ‘마음’이 아닌 ‘사진기’로 찍도록 내몹니다.

 레아 님 스스로 ‘마음을 찍는 사진’이요 ‘마음을 나누는 사진’이라고 여긴다면, 사진마다 밝히는 ‘어떤 장비를 썼느냐’ 하는 대목을 잘라야 합니다. 아무 사진기를 쓰면 어떻고, 어떤 사진기를 썼다고 밝히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사진은 사진 그대로 바라보면서 즐겨야지요.

 레아 님이 어느 대학교를 다녔는지 알아야 레아 님 사진을 더 잘 헤아리거나 더욱 살가이 느낄 수 있지 않습니다. 레아 님이 어느 마을에서 태어나 어느 동네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를 알아야 레아 님 사진을 살갗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장비병’이 잘못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장비로 일구지만, 내가 텃밭을 일구며 호미를 쓴다 해서 호미한테 휘둘리는 일이란 없습니다. 내 손에 쥔 호미일 뿐입니다. 할배가 쓰던 호미를 쓴들 내가 저잣거리에서 사온 호미를 쓴들, 풀을 뽑을 때에는 똑같습니다. 내가 쓰든 호미를 내 딸아이가 물려받아서 쓴들, 딸아이가 나중에 커서 스스로 호미를 장만해서 쓴들, 딸아이가 밭에서 무를 캘 때에는 똑같습니다.

 마음으로 주고받는 사진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말 그대로 마음만 보여주셔요. 마음이 아닌 자잘한 부스러기는 사진을 나누거나 사진을 사랑하거나 사진을 꽃피우는 길에 그저 걸림돌입니다. 사진은 예나 이제나 한결같이 마음찍기였습니다. 다큐사진도 마음찍기요 상업사진도 마음찍기입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른 꿈을 꾸며 다 다른 삶을 일구는 마음찍기입니다. (4344.7.30.흙.ㅎㄲㅅㄱ)


―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 (레아 글·사진,한빛미디어,2010.8.31./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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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미네 포도
후쿠다 이와오 그림, 미노시마 사유미 글,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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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네 살 어린이와 어머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5] 후쿠다 이와오·미노시마 사유미, 《사유미네 포도》(현암사,2002)


 네 살 어린이는 동무나 이웃이랑 먹을거리를 얼마나 알뜰살뜰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요. 네 살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가 동무나 이웃이랑 먹을거리를 나누어 먹는 삶결 그대로 네 살 어린이 또한 똑같이 나누어 먹을까요.

 네 살 어린이는 무슨 노래를 즐겁게 부를까요. 네 살 어린이하고 함께 지내는 어버이가 언제나 즐거이 부르는 노래를 즐거이 부를까요.

 네 살 어린이는 제 입에 맛나다 여기는 밥이 있을 때에 어떻게 하나요. 혼자 먹어치우나요, 동무나 어버이나 이웃이나 둘레 사람을 불러 조금씩 나누어 먹는가요.

 네 살 어린이가 읊는 말은 한 살 적부터 배운 말인가요, 머리속에 깃들던 말인가요, 네 살까지 살아오며 둘레 어버이와 어른과 동무가 들려주던 말인가요.


.. 그렇지만, 뭐 친구들도 모두 놀러 와도 돼! 사유미네 포도, 조금씩은 나눠 줄 수 있으니까! ..  (29쪽)


 그림책 《사유미네 포도》(현암사,2002)를 읽습니다. 아버지가 읽기 앞서, 어머니랑 네 살 딸아이가 함께 읽습니다. 올들어 포도 구경을 아직 못 했다고 생각하는데, 시골집에서 살아가지만 이제 겨우 한 해밖에 안 되었으니 밭가에 심은 살구나무에서 꽃이 피기도 멀고, 포도나무는 이듬해에나 심을 수 있을 듯하며, 읍내 과일집에서 사다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도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읽으며 포도를 나누어 먹지 못하니 서운하지만, 비가 그치면 네 살 딸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워 읍내에 다녀오기로 하고, 나중에 포도맛을 즐기자 생각하며 《사유미네 포도》를 읽습니다.


.. 가장 많이 먹은 건 곰이에요. 말랑말랑 반들반들한 포도를 꿀꺽! 먹어 버렸어요 ..  (23쪽)


 그림책 《사유미네 포도》는 네 살 어린이가 글을 썼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사유미도 네 살일까 궁금한데, 노는 모습을 보면 네 살인 듯하고,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유치원에도 다니는 사유미요, 다람쥐와 새와 곰이 포도나무 포도를 깊은 밤에 슬쩍 따먹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유미입니다.

 그림책 겉을 보면 줄거리가 어떻게 될는지 훤히 헤아릴 만합니다. 사유미는 곰이랑 다람쥐랑 새랑 포도덩쿨 밑에 둘러앉아 서로서로 조금씩 포도를 나누어 먹습니다. 그런데, 그림책 겉그림이랑 속그림이 조금 다릅니다. 어쩌면, 잘못 앉혔을 수 있고, 일본에서 나온 책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릅니다만, 사유미는 ‘머리 왼쪽을 고무줄로 묶었’습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겉그림은 거꾸로입니다. 29쪽에 모두 나오는 그림에서는 곰이 사유미 왼쪽에 앉습니다. 겉에서는 사유미 오른쪽에 앉아요. 왜 이렇게 뒤집어졌을까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뒤집힌 그림은 그림책을 읽으며 그닥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살피면서 받아들일 마음은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를 올려다보며 어머니 말씀을 듣고 얌전히 기다린 착한 사유미 삶입니다.


.. 날이 더워졌어요. 포도가 보랏빛을 띄었어요. 이제 먹어도 돼요? 조금 더 기다리자꾸나. 단맛이 들 때까지. 엄마가 말씀하셔서 더 기다렸어요 ..  (10쪽)


 그림책을 보면 사유미만 나오고 사유미네 어머니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목소리로만 나옵니다. 포도덩쿨 둘레에서 사유미랑 사유미네 어머니랑 함께 손을 잡고 포도송이를 올려다보거나 가까이에서 냄새를 맡는다거나, 포도잎을 만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사유미랑 포도꽃을 함께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모로 보면, 이렇게 사유미만 나와서 날씨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거나 노는 모습이 달라지는 그림을 넣는 얼거리도 예쁘장하면서 좋지만, 곁에서 어머니가 뜨개질을 하든 밥을 하든 청소를 하든 동생을 돌보면서 젖을 물리든, 어머니가 함께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에 한결 아름답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조금 더 ‘사람 사는 이야기 맛과 멋’을 펼칠 수 있지 않느냐 싶어요.

 어찌 보면, 마리 홀 에츠 님 그림책 《숲속에서》처럼, 어린이가 바라보는 누리는 어린이 눈길로 바라보는 누리일 뿐, 어른들 눈길로는 바라보지 못할 수 있어요. 사유미는 포도가 익는 모습을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군침을 흘립니다. 사유미네 어머니는 똑같은 어른인 탓에 멀찍이 떨어져 ‘머리로 날짜를 어림’하면서 더 기다리자고만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곰이랑 둘러앉아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직박구리나 종달새나 꾀꼬리하고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꿈꿀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다람쥐와 멧쥐와 들쥐하고 포도를 나누어 먹자고 그릴 수 있을까요.

 사유미네 어머니는 사유미한테 “포도는 내년에도 또 열릴(27쪽)”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유미는 “그럼 그땐 내가 먼저 실컷 먹(27쪽)”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사유미는 “너무 슬퍼서 그만 눈물이 핑그루루(25쪽)” 흘렀는걸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다시 기다렸는데, 기다린 사유미한테 돌아온 포도송이란, 짐승들이 먹다 남은 찌끄레기인걸요.

 사유미는 착한 아이입니다. 어머니 말씀을 잘 듣기에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소담스레 익은 굵직한 포도알을 누가 요렇게 얌체처럼 먹었는지 훤히 알지만, 모두들 불러 이듬해에 함께 나누어 먹자고 생각하기에 착한 아이입니다. 사유미는 예쁜 아이입니다. 해마다 고맙게 포도알을 맺어 나누어 주는 포도나무를 살포시 쓰다듬을 줄 아는 예쁜 아이입니다.

 사유미네 어머니도 사유미만 한 나이였을 때에, 이렇게 사유미처럼 생각하고 꿈꾸며 눈물을 짓다가는 밝게 웃었을까요. (4344.7.29.쇠.ㅎㄲㅅㄱ)


― 사유미네 포도 (후쿠다 이와오 그림,미노시마 사유미 글,양선하 옮김,현암사 펴냄,2002.7.20./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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