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 정치의 탄생부터 지구촌 민주주의까지 철수와영희 인문 만화 1
고성국 글, 김용민 그림, 홍카툰 기획 / 철수와영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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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없는 학교에서 참다이 사는 길
 [만화책 즐겨읽기 42] 고성국·김용민·홍카툰,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니던 지난날, 학교에서 정치나 민주주의를 배웠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반장을 선거로 뽑는다고 했어도 학교성적이 웬만큼 되는 아이가 아니면 후보로 나올 수 없었을 뿐더러, 인기가 있는 아이가 아니어도 후보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후보를 뽑아 그 자리에서 인기에 따라 반장을 뽑고는 한 학기나 한 해를 내리 잇는데, 이렇게 뽑는 반장이 얼마나 반장다운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학생회장을 뽑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회장 후보로 나서는 조건이나 자격은 왜 있어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 학교는 오직 대학교를 바라보도록 짜입니다. 대학교를 바라보면서 시험성적이 더 잘 나오도록 내모는 학교입니다. 이와 같은 학교에서 반장이든 누구이든 뽑을 때에 학교 시험성적에 따라 살필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오직 대학바라기인 학교인 탓에, 교사가 학생을 바라보는 눈길은 오직 ‘시험성적이 좋으냐(공부를 잘하냐)’일 뿐입니다. 담배를 몰래 피우다가 여러 아이가 걸렸어도 시험성적이 높은 아이는 교사한테 안 아프게 매를 맞지만, 시험성적이 낮은 아이는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담배까지 피우냐’는 말을 들으면서 흠씬 두들겨맞기 일쑤였습니다.

 교칙에 따라 적히지 않았다지만, 머리카락 길이를 따져서 학교에서 머리통에 구멍을 내거나 고속도로를 낸다든지, 가방에 무얼 넣고 다니는지를 아무 때나 함부로 뒤진다든지, 말을 듣지 않거나 숙제를 안 했거나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신나게 두들겨패는 일 따위는 어느 하나 정치이거나 민주주의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초등학교가 초등교육을 못 하고, 중학교가 중등교육을 못 하며, 고등학교가 고등교육을 못 하는 일부터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초등 여섯 해에 사람됨을 다스리면서 동무끼리 서로 도우며 착하게 아름다이 크도록 이끄는 초등교육이란 없으니까요. ‘잉글리쉬 존’은 마련하지만, ‘우리 말 옳고 알맞게 쓰는 배움터’는 어느 학교에서도 마련하지 않을 뿐더러, 교사부터 옳고 알맞게 쓰는 우리 말을 모릅니다. 초등교육에서 사람됨을 슬기로이 다스리지 않으면서 중등교육으로 넘어가기에,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배울 입시문제를 ‘조금 쉽게’ 문제풀이를 하면서 보냅니다. 중등교육다운 중등교육이란 없어요. 게다가, 어린이(열세 살까지)에서 푸름이(열네 살부터)로 넘어서는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이 즐길 어린이책이나 푸른책은 몹시 드뭅니다. 중등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즐거우며 신나게 받아들일 아름다운 책이 너무 적어요.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으로 넘어설 아이들이 손에 쥘 아름다운 책은 훨씬 적습니다. 열일고여덟 푸름이가 손에 쥐어야 하는 책이란, 책이 아닌 교재와 문제집과 참고서일 뿐입니다. 이런 한국땅이기 때문에, 한국땅 초·중·고등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수 없구나 싶습니다. 이런 한국땅에서는 ‘여학생 치마 길이가 짧아지니까 치마 속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책상 둘레에 가림판을 만들어 붙이는 일’에 머리를 쓰고 돈을 쓸 뿐입니다(아무리 여고생 치마가 짧아진대 보았자 대학생보다 더 짧은 치마를 입을 수는 없는데, 대학교에서 책상 둘레에 가림판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그러면 집에서도 밥상 둘레에 가림판을 만들고,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걸상 둘레에 가림판을 만들어야지요. 계단이나 구름다리에도 가림판을 만들고, 치마 입은 여자 뒤에 아무도 못 걷도록 법률을 하나 새로 만들든지요. 학교는 규제와 통제로 무얼 더 하면 좋을까를 살필 곳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옷차림과 매무새를 어떻게 가누어야 좋을까를 살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어도 법과 제도에 의한 통치가 곧바로 튼튼하게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는 법과 제도보다는 대통령의 생각대로 나라가 다스려진 적이 많았습니다. 또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해 법을 무시하거나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38쪽)
- 차별은 그 사람의 기본권을 짓밟는 반인간적 행위임과 동시에 자신의 기본권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순간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2쪽)



 만화책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어린이에서 푸름이 나이로 접어드는 넋한테 좋은 마음밥이 되도록 엮었음직한 만화책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할 뿐더러 정치다운 정치를 가르치지 못합니다. 학교는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가 싹트거나 꽃피우지 못하는 곳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나누거나 펼치는 곳이 못 됩니다.

 아이를 보살피거나 키우는 어버이나 교사는 이와 같은 책을 따로 만들어서 읽히거나 읽어야 합니다. 이 나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과서를 배우면서 정치다운 정치라든지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옳거나 바르게 익히지 못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 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분들 스스로 정치다운 정치가 무엇인지를 몸소 슬기롭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아름답구나 하는 정치 이야기가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 가득 차는 일이란 없습니다. 아름답다 싶은 정치 이야기가 삼백예순닷새 가운데 꼭 하루만이라도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구석자리 한켠에나마 실리는 일이란 드뭅니다.

 슬픈 정치와 안쓰러운 민주주의 이야기만 자꾸 나돕니다. 고단한 정치와 들볶이는 민주주의 이야기만 끝없이 되풀이됩니다. 아이들은 어린 나날부터 밝은 정치라든지 빛나는 민주주의를 마주하기 힘듭니다.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같은 만화책은 안타까운 나라에서 안타까이 살아갈밖에 없는 푸름이들이 부디 고우면서 맑은 넋을 건사하기를 비는 어른들 작은 꿈이 실립니다.


- 어떤 제도이건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는 것이지요. 1970년대 유신 체제처럼 독재 정권이 통치를 하면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도 독재의 수단으로 악용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51쪽)
-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내 일 아닌 것이 없습니다. 세상의 아픔이 내 아픔이고, 세상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됩니다. (85쪽)
- 서울 시민도 서울이라는 ‘중앙’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라는 ‘지방’에서 생활하는 것입니다. (161쪽)



 학교이든 집이든, 회사이든 공공기관이든, 동네이든 마을이든, 도시이든 시골이든, 모두 사람이 살아갑니다. 얼핏 보기로는 사람만 사는 듯하지만, 사람만 살아간다면 이 나라뿐 아니라 지구별은 폭삭 무너집니다. 사람보다 훨씬 많은 짐승이 지구별에서 함께 삽니다. 사람보다 더더욱 많은 풀과 나무가 지구별에서 같이 살아요.

 사람보다 나무가 더욱 많아야 합니다. 사람이 복닥거리는 도시보다 푸나무가 넓게 펼쳐지며 들짐승과 멧짐승이 노니는 시골이나 자연이 더 넓어야 합니다. 도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자리가 늘거나 경제발전이 된다고 하지만, 돈을 버는 일자리를 넘어 ‘밥·옷·집을 스스로 마련하여 홀로서기’를 하는 작은 시골이 더 넓게 자리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일자리가 적을지라도 밥과 옷과 집을 걱정없이 누릴 수 있는 살림집이 있으면 넉넉합니다. 경제발전은 숫자로 칠 때에 0이 될는지라도 서로 도우며 나란히 아끼는 사랑스러운 마을살림을 이룬다면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다달이 사백만 원을 번다지만 집값이며 사교육삯이며 무어니무어니 하면서 삼백만 원을 써야 한다면, 집값이나 사교육삯이나 무어니무어니에 돈을 아예 안 쓰거나 거의 안 쓰면서 다달이 백만 원을 버는 삶하고 어느 쪽이 삶다운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나라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깁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아름다운 (정치와 민주주의) 이야기를 동네에서 오순도순 나누기보다는 슬픈 (정치와 민주주의) 이야기를 신문이며 방송이며 인터넷에서 뒤지는 데에 너무 긴 나날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본사 건물’만 있고 ‘공장 건물’은 없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쓰는 물건들은 거의 모두 서울 바깥 도시인 인천이나 안산에서 만듭니다. 서울에서 멀찍이 떨어진 시골자락 값싼 땅에서 만들어 온 나라 구석구석까지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로 실어 올립니다. 서울에도 발전소가 조그맣게 있기는 하지만, 서울사람은 인천에 있는 화력발전소 전기를 씁니다. 라면이든 소시지이든 과자이든 옷이든 무엇이든 서울에서 만드는 물건은 매우 적습니다. 온통 서울 바깥에서 만들거나 ‘서울에서도 서울 변두리라 하는 곳’에서 만듭니다.

 돈을 벌거나 문화나 문명과 물질을 누리는 서울이지만, 정작 ‘공장 둘레 터전’이나 ‘발전소 둘레 터전’이 어떠한지를 몰라요. 수도물이든 전기이든 가스이든 석유이든 서울에서 가장 많이 쓰지만, 정작 서울에는 하수도처리장이나 제철소나 정유공장이나 유리공장이나 자동차공장 같은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또는 ‘서울에서도 변두리라 하는 곳’에만 조금 있습니다.


- 국민이나 시민단체가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부는 ‘전문성도 없이 그런 걸 문제라고 제기하느냐’고 할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총동원해서 국민이 제기한 문제를 잘 해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겁니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문성이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81쪽)
- 정치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무조건 투표해서 다수결로 처리하자고 하면 정치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숫자만 존재하는 거죠. (109쪽)


 만화책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는 모든 이야기를 알뜰살뜰 들려줄 수 없습니다.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한결 손쉽게 정치 이야기와 민주주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힘쓸 뿐입니다. 정치이든 민주주의이든 책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정치도 삶이고 민주주의도 삶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집과 내가 다닐 학교와 내가 지내는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요 민주주의입니다. 머리에 좋은 생각을 담았다지만 몸으로는 움직이지 못한다면 부질없습니다.

 교과서는 정치를 말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다루지 못합니다. 교과서 아닌 이러한 책이 있어야 비로소 푸름이들이 정치이든 민주주의이든 ‘그렇게 슬프거나 따분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고 느낄 만합니다. 그렇지만, 이 만화책을 읽는대서 정치를 다 알았다거나 민주주의를 깨달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만화책은 그저 첫걸음일 뿐이고, 가벼운 입가심입니다. 젖떼기를 하는 아이들한테 먹이는 잘 빚은 죽 같은 책입니다. 예쁘장한 그림으로 머리가 조금 덜 아프게 하면서 읽는 길잡이책입니다.

 책은 많이 읽었을지라도 책으로 읽어 얻은 앎조각을 내 삶으로 녹여내어 아름다이 살아가지 못한다면 덧없습니다. 정치란, 내 살림살이부터 아름다이 다스리면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 만화를 읽었든 다른 책을 읽었든, 내 조그마한 보금자리부터 어여삐 돌보는 매무새를 가다듬는다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란 내 몸과 이웃·식구·동무 몸을 다 함께 사랑하는 매무새인 만큼, 참다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헤아리며 예쁘게 살아갈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4344.4.24.해.ㅎㄲㅅㄱ)


―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고성국 글,김용민 그림,홍카툰 기획,철수와영희 펴냄,2011.5.5./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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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못 읽는 책들을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4.15.



 날이 제법 따뜻해진데다가 집에서 물을 쓸 수 있는 터라 모처럼 서너 시간 도서관에서 책 갈무리를 합니다. 아이는 이오덕학교 언니 오빠 들을 따라 조잘조잘 혼자서 노래하면서 학교로 올라갑니다. 널찍한 데에 자리를 얻어 넉넉하게 꽂아 놓는 책들인데, 집일과 학교일과 책 내는 일에 얽히다 보니 막상 도서관 책들을 찬찬히 꽂은 다음 자질구레한 짐을 치워 문간에 간판 하나 달고는 두루 알리는 일은 하나도 못합니다. 곧 둘째가 태어나면 아기 돌보랴 집일 하랴 하면서 도서관 살림 돌보기는 더 못할 텐데, 겨울이 지나갔기에 이불 빨래에도 마음을 써야 하는 만큼, 도무지 어느 하나 갈피를 못 잡는구나 싶습니다.

 그저 쌓인 채 겨울을 보낸 책을 뒤늦게 끌릅니다. 아직 못 끌른 책이 좀 있습니다. 끌렀으나 제자리에 못 꽂은 책이 꽤 됩니다. 책꽂이 바닥에 신문지를 한 장 깔고 책을 차곡차곡 얹거나 세우거나 눕힙니다. 오래도록 둘 책이라면 세우지 말고 눕히라는데, 눕히면 꺼내어 읽기가 좀 번거롭습니다.

 첫째가 조금 더 크고, 둘째가 곧 태어나서 첫째만큼 나이를 먹어야 이 도서관을 제대로 꾸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오늘 하루부터 제대로 꾸리지 못하면 앞으로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셈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집일을 하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엇일까요. 집일을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은 무엇일까요. 애써 내 도서관까지 찾아올 사람들은 무슨 책을 집거나 살피거나 돌아볼까요. 사람들은 무슨 책으로 마음밥을 삼을까요. 사람들은 딱히 마음밥으로 삼을 책을 읽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나부터 내 삶에 마음밥 하나 살포시 놓는지 헤아려야지요. 나부터 바쁘거나 고되다는 삶 탓이나 투정만 하지 말고, 이렇게 바쁘거나 고된 나날에 어떠한 책을 손에 쥐면서 내 마음밥으로 삼는지 살펴야지요. 심심풀이 책도 틀림없이 있습니다. 마음밥 책도 어김없이 있습니다. 두 아이와 옆지기를 모두 보살피면서 살아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까지 손에 쥐려 한다면, 집식구들 사람책 아닌 뭇사람 종이책에서 무엇을 느끼거나 얻거나 받아들일 만한가를 깨달아야지요.

 오늘 읽을 수 있으면 오늘 읽을 수 있어 반갑습니다. 오늘은 못 읽고 나중에 아이들이 대여섯 살 열대여섯 살 스물대여섯 살 즈음 될 때에 읽을 수 있다면, 그때에는 그때대로 내 마음도 한결 자라면서 더 깊이 읽을 수 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열 해나 스무 해 뒤에는 어느 새책방이나 헌책방이나 도서관에서도 만나기 힘들 책을 이렇게 일찌감치 장만해서 시골마을 도서관을 꾸렸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자고 고개를 끄덕이며 봄날 한 자락 땀을 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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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하나 건사하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3.19.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태어나는 책입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에 글로든 그림으로든 사진으로든 이야기를 담아 책 하나쯤 될 만한 부피로 빚습니다. 모든 책마을 일꾼이 알아보지는 못하나, 누군가 한 사람 알아보아 주기 때문에 종이에 이야기 하나 얹고, 이 종이얘기꽃은 책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우리 앞에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라밖 그림책이나 사진책은 누군가 나라밖 마실을 다녀온 다음 즐거이 사서 읽고 나서 어느 때인가 스스럼없이 내놓은 책입니다. 또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학교나 주한미군 도서관에서 흘러나온 책입니다. 어느 책이건 누군가 기꺼이 ‘좋은 책이라 여기며 장만’했기 때문에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만들고, 알아보는 사람이 읽으며, 알아보는 사람이 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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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2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사람만큼이나 책들도 많잖아요.
사람과의 만남에도 인연이 있듯이, 책과의 만남도 인연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1-04-24 08:34   좋아요 0 | URL
모두들 좋게 만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책이 아닌가 싶어요..
 



 하늘과 글쓰기


 옆지기는 산을 볼 수 있으며 산에 깃들 수 있는 시골집을 바랐다. 나는 산도 좋고 바다도 좋으며 들도 좋았다. 따로 어떠한 시골이 좋다기보다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면 좋았다. 도시인 인천에서 살던 때에도 언제나 하늘을 가장 먼저 손꼽았다. 옆지기하고 함께 살기 앞서 나 혼자 지내기에 좋을 자리로 찾은 데는 둘레에 높은 건물이 없으면서 옥탑집인 낡은 4층짜리 건물 4층 자리였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새벽부터 밤까지 전철 소리로 시끄러울 뿐 아니라, 춥기는 모질게 춥고 덥기도 모질게 더웠다. 어떻게 모기장을 칠 만한 곳이 못 되다 보니 모기 때문에도 무척 애먹으며 살았다. 오로지 한 가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바라기 빨래널이를 하거나 하늘바라기 책읽기를 할 수 있는 대목이 좋은 집이었다.

 곰곰이 돌이키면, 내가 옆지기랑 아이하고 인천에서 살던 때에 골목마실을 하면서 바라본 골목이웃 살림집이란 하나같이 하늘바라기를 하는 골목이웃 살림집이 아니었나 싶다. 하늘바라기 빨래널이를 하는 골목이웃이란, 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늘바라기를 하기에 텃밭을 일굴 테고, 하늘바라기를 하니까 꽃그릇마다 알뜰히 꽃이나 푸성귀를 돌보았겠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날씨를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어떠한가 돌아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오늘 빨래는 얼마나 잘 마를까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 옆지기는 오늘 몸이 어떠할까 돌아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이한테 낮하늘과 밤하늘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자고 곰곰이 돌아본다. (4344.4.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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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4.13. 

비탈논에서 쑥 뜯을 때에 혼자서 여기저기 달리며 놀기. 

 

마음껏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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