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막걸리 쌀 10%



  포천막걸리는 참 재미있다. 모든 포천막걸리가 다 그러할는지 모르나, 얼마 앞서 만난 이웃이 마시는 포천막걸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쌀 10%(국내산), 밀 90%(수입산)’ 이렇게 적히더라. 쌀을 고작 10%만 써도 ‘막걸리’라 할 수 있을까? 나라밖에서 사들인 밀을 90%나 쓴 막걸리를 ‘우리 겨레 술’이라 할 수 있을까?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막걸리가 맛있다면서 사다 먹는 사람이 많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고 말고.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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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고송, 초송, 신송을 찾아서
장국현 지음 / 시사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191



어떤 사진을 믿겠는가

― 神氣

 장국현 사진·글

 호영 펴냄, 2008.4.30.



  ‘금강송’을 사진으로 찍으려 하면서, 가장 큰 금강송 둘레에서 자라던 220년 묵은 작은 금강송을 벤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짓을 몇 차례 했는지 제대로 밝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았으나, 법원에서는 세 차례 했다고 말하면서 장국현이라는 사람한테 벌금을 500만 원 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벤 금강송 네 그루는 모두 6000만 원 값을 한다지요. 게다가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금강송을 사진으로 찍은 뒤 수백만 원이나 수천만 원, 때로는 일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팔았다지요.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선보인 《神氣》(호영,2008)라는 사진책을 장만해서 찬찬히 살핍니다. 이녁은 이 나라 여러 멧자락을 사진으로 담거나 아름다운 나무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심부름꾼을 늘 데리고 다닙니다. 그리고, 멧골에서 퍽 오래 머문다고 합니다. 사진 한 장 찍기까지 심부름꾼과 함께 두멧자락에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밥은 어떻게 먹고, 똥은 어떻게 누었을는지 궁금합니다. 깊은 두멧자락에 숨은 모습을 사진으로 담자면 ‘길이 없는’ 곳으로 다녀야 했을 텐데, 길이 없는 곳을 다니면서 ‘길을 어떻게 냈을’는지 궁금합니다. 두멧자락에서 여러 날, 또는 달포 즈음 지낸다고 한다면 천막을 치든 임시로 집을 짓든 해야 할 텐데, 이동안 나무를 얼마나 베었을까요. 겨울에 여러 날 두멧자락에서 묵자면 불을 때야 할 텐데, 불을 피우려고 나무를 얼마나 베었을까요.


  장국현이라는 사람은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순간포착. 그렇다! 사진은 타이밍의 예술이기도 하다. 변화무쌍한 산의 기후, 그 변화무쌍한 산의 모습 가운데 두 번 다시 없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야 좋은 산 사진이 된다 … 산만 생각하다 보면 그밖의 다른 것은 잊힌다. 모든 생각이 비워지면 대상과 일체가 된다. 그때 한 느낌이 온다. 그 느낌대로 하면 된다(43쪽).” 하고 말합니다. ‘순간포착’이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사진은 어느 한때를 찰칵 하고 찍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어도 언제나 찰칵 하고 한 장 찍습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이녁은 ‘큰 금강송’을 가린다고 하면서 ‘작은 금강송’을 베어냈어요. 그러면, 백두산에서든 한라산에서든 사진을 찍을 적에 ‘앞을 가리는 여느 나무’는 어떻게 했을까요?





  장국현이라는 사람은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 나라 소나무가 50∼100년 후에는 해충과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것이라 한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으로 소나무가 이 땅에서 사라지면 우리 후손들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된다(137쪽).” 하고 말합니다. 문득 살이 살짝 떨립니다. 사람이 저지른 환경오염 때문에 소나무가 사라진다고 하는 말이 어쩐지 하나도 안 와닿습니다. 사람이 저지른 환경오염에 앞서 ‘비싸게 사고팔 사진 한 장 찍는다면서 나무를 함부로 베어낸 탓’에 먼저 그 소나무들이 사라지지 않으랴 싶습니다. 더욱이, 소나무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서 다른 나무를 함부로 다룰 모습이 너무 선합니다.


  사진책 《신기》에서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어떤 분야든 성공의 동력은 열정과 영감이다. 마음을 한 곳에 모으면 마음의 힘이 길러져 원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63쪽).” 하고 읊는 말은 어쩐지 텅 빈 소리 같습니다. 참말 참답게 애쓰는 사람은 땀방울과 뜨거운 가슴과 사랑으로 뜻을 이룹니다. 마음을 가만히 다스리면서 한 곳으로 모으면 못 이룰 만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여쭙겠습니까. 장국현 이녁은 왜 그렇게 나무를 함부로 베면서 나무를 사진으로 찍는지요? 나무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나무를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지요? 국유림이건 국유림이 아닌 곳이건 나무를 사랑하거나 아끼지 못하는 매무새로 어떻게 나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지요? 이녁은 참말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아리송합니다.





 “사진인으로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예술가로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나는 소나무를 찾아 이 땅을 헤매고 다닌다. 이는 나의 의무이자 나만이 누리는 권리이자 기쁨. 그러나 사진 소재가 될 만한 나무는 정말 보기 힘들다(117쪽).”와 같은 이야기를 읽다가 고개를 살래살래 젓습니다. 아니지요. 아닙니다. 사진으로 찍을 만한 나무가 없을 수 없습니다. 사진으로 찍도록 마음을 쏟지 못했을 뿐입니다. 도시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며 콜록콜록 앓는 나무를 사진으로 담아도, ‘사진 찍는 사람 가슴’에 깊고 너른 사랑이 있으면 아름답게 찍습니다. 굴참나무를 찍든 떡갈나무를 찍든 콩배나무를 찍든 아왜나무를 찍든, 사진을 찍는 사람들 가슴에 어떤 숨결이 흐르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더 뛰어난 나무’를 찍기에 사진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더 크거나 더 멋져 보이는 나무를 찍기에 사진이 더 크거나 멋져 보일 수 없습니다. 이름난 연예인이나 배우를 찍으면 사진도 이름날까요? 웃기지도 않는 소리입니다.


  장국현이라는 사람은 “좋은 소나무를 사진에 담기 위해서 전국을 특히 강원도 지방에 험준한 산에 금강송을 찾으러 다니기 때문에 대단한 소나무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말할 수는 없다. 두 아름∼네 아름이나 되는 이런 노거송은 살아 있는 국보급이기 때문에 베어내면 안 된다(165쪽).” 하고 말합니다. 문득 무릎을 칩니다. 이녁이 ‘국보급 나무가 있는 곳을 말할 수 없는 까닭’을 어렴풋하게 짚어 봅니다. 나무를 지키려는 뜻에서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인지, 이녁이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서 망가뜨렸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마음인지, 어느 쪽이 참인지 참으로 알쏭달쏭하다고 느낍니다. 이제껏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으려 하는지, 참으로 믿을 길이 없습니다.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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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9-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말도 안되!!! 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나무를 베었다니요. 소름끼치도록 섬뜩합니다.
책 제목이 가관이군요. 神氣.... 그것 참. 진저리 칠 따름입니다. 흐아아 ㅠㅠ

숲노래 2014-09-27 17:08   좋아요 0 | URL
그냥 나무도 아닌 `국유림`에서 `국보급 나무`를 함부로 베었는데,
지난해인가 올해에 비로소 바깥에 알려져서
처음으로 벌금 500만 원을 울진 법원에서 물렸다 하는데,
벌금이 고작 500만 원이랍니다...

청와대이며 국회의사당이며 인천공항이며...
곳곳에 이 사람 사진이 걸렸다더군요...
 
벤지의 선물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정숙경 옮김 / 다산어린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6



우리는 서로 선물을 주고받지

― 벤지의 선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펴냄, 1996.10.29.



  가을이 무르익어 구월이 천천히 기웁니다. 시골집 처마에 깃들면서 새끼를 낳은 제비는 어느덧 거의 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따뜻한 새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아직 돌아가지 않은 제비도 있어요. 아마 새끼를 두 차례 낳았나 봐요. 새끼를 한 차례만 낳은 어미 제비와 다 자란 새끼 제비는 일찌감치 돌아갔지만, 다시 새끼를 낳은 어미 제비는 늦둥이를 돌보면서 날갯짓을 가르치느라 바쁘리라 생각해요.


  시골마을마다 들판이 누렇게 달라집니다. 누런 빛깔이 짙을수록 나락이 익는다는 뜻입니다. 참새는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아 부산을 떱니다. 추운 겨울이 닥치면 아무래도 넉넉히 먹어야 할 테니까요.


  느즈막하게 깨어난 나비는 가을춤을 춥니다. 겨울나기를 하는 나비라면 큰나무 밑에서 가랑잎 품으로 깃들어 천천히 쉬리라 생각해요. 풀벌레도 이렇게 겨울을 맞이하려 하겠지요. 여름 내내 푸른 빛깔이던 풀벌레는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몸빛이 흙빛으로 바뀝니다. 여름 동안 나무에 푸른 빛깔로 달렸던 잎사귀는 어느새 누렇게 말라서 톡 떨어집니다. 나무가 선 자리마다 누런 가랑잎이 수북하게 쌓입니다.



.. 어느 여름날, 노라는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초대합니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노라는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와 곰인형 푸에게 큰 소리로 편지를 읽어 주었습니다. “놀러 오세요. 맛있는 음식도 많이 준비했습니다. 정원도 넓고, 수영장도 있습니다. 틀림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의 거위로부터.” ..  (2쪽)




  우리 집 뒤꼍에서 무화과알을 땁니다. 올해에는 무화과 몇 그루를 잘 건사했기에 무화과알을 제법 얻습니다. 달디단 무화과알은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 몰라요. 무화과나무가 우리한테 베푸는 고운 가을 선물입니다.


  감나무도 우리한테 선물을 베풉니다. 모과나무도 선물을 베풀고, 나무란 나무마다 서로 다른 선물을 우리한테 나누어 줍니다. 가만히 보면, 나무는 열매만 선물하지 않아요. 한 해 내내 푸른 바람을 선물합니다. 싱그럽게 숨을 쉬고 맑게 꿈을 꾸도록 푸른 바람을 선물하는 나무입니다.


  여름에는 짙푸른 그늘을 선물하지요.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을 막아 주지요. 참말 나무 몇 그루 집 둘레에 우람하게 서면, 이 집에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숨결이 가득가득 맴돕니다.


  예부터 집집마다 나무를 심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아이를 낳는 집이면 으레 ‘우리 집 나무’를 심어요. 아이 이름을 따서 나무를 심습니다. 이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어 사랑스러운 짝을 만나 새롭게 아이를 낳으면, 또 새롭게 이름을 붙여 나무를 심어요.



.. “이런! 누가 선물로 가지고 온 들꽃에 얼굴을 파묻고 있지?” “이웃에 사는 벤지예요. 아, 그렇지. 벤지도 와서 우리와 놀자.” 거위는 벤지도 초대했습니다 ..  (6쪽)




  아이와 살아가는 어른은 나무를 심습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나무를 선물합니다. 아이는 어른한테 무엇을 선물할까요? 글쎄,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무엇을 선물하지요?


  아마, 가장 큰 선물이라면 웃음입니다. 웃음과 함께 노래를 선물합니다. 웃음과 노래가 어우러진 이야기를 선물합니다. 웃음과 노래가 어우러진 이야기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늘 언제 어디에서나 어른들한테 사랑을 선물하는 셈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나무와 밥과 옷과 집이라 하는 선물에 사랑을 담고, 아이들은 웃음과 노래와 이야기라는 선물에 사랑을 싣습니다.



.. 차를 마신 뒤에는 마당에서 신나는 나무타기놀이 ..  (16쪽)




  이치카와 사토미 님 그림책 《벤지의 선물》(두산동아,1996)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치카와 사토미 님은 이 그림책을 1990년에 처음 선보였다고 하니, 제법 나이를 먹은 그림책입니다. 부드러우면서 포근한 붓질이 따사로운 그림책인데, 이 책에 서린 이야기도 부드러우면서 포근해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노라’는 숲 속 거위한테서 편지를 한 통 받는다고 해요. 네, 거위한테서 편지를 받습니다. 노라는 제 동무인 인형들한테 편지를 읽어 준다고 하는군요. 네, 인형들한테 편지를 읽어 줍니다.


  다시 말하자면, ‘노라’라고 하는 아이는 거위랑 인형하고 말을 섞을 줄 압니다. 거위랑 인형은 노라라는 아이하고 말을 섞고 싶습니다. 함께 놀면 즐겁고, 서로 아끼면서 사랑스럽습니다.



.. 낮잠을 잘 때에 벤지는 푹신푹신한 베개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어서 기쁜가 봐요 ..  (25쪽)




  참말 아이들은 거위나 양이나 인형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비디오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잠자리나 제비나 매미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지식이나 저런 정보를 머릿속에 채우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구름이나 해나 별하고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열면 우리는 누구하고나 동무가 됩니다. 마음을 열 때에 우리는 서로서로 믿고 아끼는 동무가 됩니다. 마음을 여는 동안 어느새 내 사랑이 너한테 가고 네 사랑이 나한테 옵니다.



.. “어, 이게 그 뚱뚱했던 벤지야?” “전혀 뚱뚱하지 않잖아!” 이번에는 노라와 그 친구들의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무슨 일이든 벤지 탓으로만 돌려 왔으니까요 ..  (29쪽)



  온몸을 가득 덮은 털로 뚱뚱해 보이던 양은 노라한테 선물을 하나 줍니다. 양은 이름이 ‘벤지’입니다. 양 벤지는 거위랑 인형이랑 노라한테 선물을 가득 받았어요. 맛난 밥이나 꽃만 선물이 아니에요. 서로 아끼고 보듬는 따사로운 사랑을 선물로 받았어요. 그래서, 벤지는 제 털로 지은 폭신하고 따스한 털옷 한 벌을 선물로 보내지요. 아주 마땅합니다만, 삐뚤빼뚤이어도 손수 편지를 곁들여서 소포꾸러미를 선물로 보내요.


  마음을 열어 사귀는 사이라면 늘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어버이와 아이는 늘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동무와 동무도 서로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하늘과 땅도 서로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별들도 서로서로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우리는 지구별하고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고, 해님이나 달님하고도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들꽃 한 송이하고도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람한 나무 한 그루하고도 애틋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서로, 무엇을 선물로 주고받으면 즐거울까요? 우리, 다 함께, 무엇을 선물로 나눌 적에 아름답게 웃으면서 노래를 부를 만할까요?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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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神氣 (장국현) 호영 펴냄, 2008.4.30.



  소나무를 찍은 사진을 몇 천만 원이나 몇 억 원으로 사고판다는 이야기를 요즈막에 듣는다. 왜 이렇게 비싸게 사고팔까 궁금하다. 아니, 이런 값이 알맞은지조차 궁금하다. 장국현이라는 사람은 2011∼2013년 사이에 울진에서 금강송을 몰래 베면서 사진을 찍었다는데, 그동안 깊은 두멧자락에서 무엇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얼마 앞서 ‘세 차례 금강송을 벴다’는 일이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분이 죽을 때까지 이러한 일이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 사진단체와 사진가는 무엇을 알거나 보거나 느끼면서 말했을까? 법원에서 내린 벌금도 장국현이라는 사람이 벤 나무값만큼도 안 된다는데, 벌금을 제대로 물렸는지조차 아리송하다. 잘못 한 번 저질렀다고 해서 이녁이 아무 일도 못 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이제 이녁이 두멧자락에 들어간다고 하면 무슨 짓을 할는지 무섭기만 하다. 이녁이 찍는 사진을 누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4347.9.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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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고송, 초송, 신송을 찾아서
장국현 지음 / 시사출판사 / 2014년 3월
58,000원 → 52,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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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산山 소나무송松- 명산과 소나무를 찾아 3,000리 방방곡곡을 답사한 사진촬영 일지
장국현 지음 / 호영 / 2008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9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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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에서 펴내는 잡지에 싣는 글입니다. 지난 여름호에 실은 글인데 이제서야 걸치네요.

..

말넋 34. 새롭게 태어나는 말
― 함께 살리며 아끼는 말


  까치가 지은 둥지는 ‘까치집’이라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까치집’은 올림말입니다. 새가 지은 둥지는 ‘새집’이라 해요. 이 낱말도 한국말사전에 나와요. 제비가 지은 ‘제비집’과 딱새가 지은 ‘딱새집’은 한국말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집’을 뒷가지로 올린다면, ‘제비집’이나 ‘딱새집’이나 ‘할미새집’ 이나 ‘해오라기집’같은 낱말을 따로 올림말로 싣지 않아도 돼요. 그렇지만, 아직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을 넓고 깊으며 슬기롭게 갈고닦는 밑틀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늘날 맞춤법으로는 ‘제비 집’이나 ‘참새 집’처럼 띄어서 적어야 하는데, 굳이 이렇게 띄어서 적어야 할까 궁금해요. 이 새가 지은 집은 붙여서 적고, 저 새가 지은 집은 띄어서 적어야 할 까닭은 없어요.

  러시아사람 코르네이 추콥스키 님이 쓰고 한국사람 홍한별 님이 옮긴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양철북,2006)라는 책을 읽다가 125쪽에서 “준비, 땅!”이라는 말마디를 봅니다. 저도 어릴 적에는 이런 말을 익히 썼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런 말을 으레 썼거든요. 어느 교사는 “요이, 땅!”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교사(어른)가 읊는 말투를 받아들여 “요이, 땅!”이라 했어요. “요이, 땅(ようい,どん)!”이 일본말인 줄 알아차린 때는 한참 뒤였어요.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첫머리까지 이 말마디가 일본말이라고 알려준 어른(교사)이 없었어요.

  그러면 한국말은 무엇일까요. 한국사람이 예부터 즐겁게 쓰던 한국말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들은 한국말을 어디에서 제대로 배울 만할까요.

  총을 쏘는 소리를 두고, 한국사람은 ‘탕’으로 적습니다. 일본사람은 총을 쏘는 소리를 ‘땅(どん)’으로 적어요. 그러면 ‘요이(ようい用意)’는 무엇일까요. 이 일본말은 ‘준비(準備)’를 뜻한다 하고, 이 말뜻을 좇아 “요이, 땅!”을 “준비, 탕!”으로 고쳐서 쓰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쯤까지는 요즈음 들어 이럭저럭 둘레에서 들을 수 있고 밝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쯤에서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일본말을 한국말로 고쳐서 바르게 적는 길’만 헤아리느라, 막상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을 식민지로 삼기 앞서, 한겨레가 수천 수만 해에 걸쳐 어떤 말을 썼는지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겨레는 남달리 ‘셋’이라는 숫자를 좋아합니다. 왜 좋아할까요? 아무래도 오랜 숨결과 이야기가 깃들었을 테고,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이면서 좋아하겠지요. 수많은 사람들 손과 입을 거쳐 ‘셋’이라는 숫자를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이거나 삶으로 넉넉히 맞아들였겠지요.

  어떤 일을 여럿이 함께 하면서 겨루는 자리에서 “하나, 둘, 셋!” 하고 외치는 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요이, 땅!”이라는 일본말이 뻗치더라도 “하나, 둘, 셋!” 하고 말하던 분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쳤을까요? 지식으로? 학문으로? ‘국어순화’를 하려고? 아마 모두 아니지 싶어요. 그저 먼먼 옛날부터 몸에 익고 마음에 익숙한 대로 “하나, 둘, 셋!”을 입으로 터뜨렸으리라 느껴요. 한국말로 바르게 쓰자면 “하나, 둘, 셋!”입니다.

  소설을 쓰던 이문구 님이 2003년에 숨을 거두기 앞서 동시를 그러모아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창비,2003)라는 책을 선보였습니다. 이문구 님은 이녁 딸아들한테 읽히려고 1988년에 처음 동시집을 냈고, 이녁 딸아들이 자라 새롭게 아이를 낳으니 손자한테 읽히려고 다시 동시를 썼어요. 이문구 님이 어린 나날 충청도 시골에서 늘 보고 겪으며 마주했던 이야기를 손자한테 들려주는 동시로 엮었습니다.

  〈맷돌〉이라는 동시를 읽으면 “이가 닳아서 덜 먹으면 / 매죄료 장수가 정으로 쪼아서 / 언제나 살갑게 돌아갔는데” 하고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동시에는 ‘매죄료장수’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매죄료장수는 매통이나 맷돌이 이가 닳으면 정으로 쪼아서 날카롭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요. 요즈음은 매통도 맷돌도 보기 어려우니 매죄료장수는 더더욱 볼 수 없어요.

  〈굴뚝새는 굴뚝새〉라는 동시를 읽으면 “김장을 담그고 / 고사떡을 도르고 / 동지 팥죽을 쑤니까 / 낮에도 어둑한 굴뚝에 / 굴뚝새가 왔네요” 하고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동시에는 ‘도르다’라는 낱말이 나와요. ‘도르다’라는 낱말에는 다섯 가지 말뜻이 있는데, 다섯째 뜻이 “몫을 갈라서 따로따로 나누다”입니다. 그리고, ‘도르리’라는 낱말은 “(1) 여러 사람이 먹을거리를 차례로 돌려 가며 내어 함께 먹음 (2) 똑같이 나누어 주거나 골고루 돌라 줌”을 뜻해요. 시골에서 두레와 품앗이와 울력이 사라지면서 ‘도르리(도르다)’라는 낱말도 시나브로 사라졌는데, 1980년대 끝무렵이었는지 1990년대 첫무렵이었는지 ‘도르리’라는 이름이 붙은 과자가 나온 적 있어요. 그무렵 방송광고에서 ‘도르리’라는 과자를 알리면서 말뜻을 곁달아서 얘기했어요.

  생각해 보면, 요즈음은 두레라든지 도르리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는 없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난날 ‘두레’나 ‘도르리’하고는 사뭇 다르지만, 새로운 삶에 걸맞게 ‘새로운 두레’와 ‘새로운 도르리’를 해요.

  도시에서 곧잘 나타나는 생활협동조합은 ‘새로운 두레’입니다. 뜻 맞는 이들이 여럿 모여 밥집에서 즐겁게 밥을 먹으면서 밥값을 나누어 내는 일은 ‘새로운 도르리’라 할 만합니다.

  삶을 새롭게 가꾸면서 말을 새롭게 가꿉니다. 삶을 알뜰히 일구면서 말을 알뜰히 일구어요. 한국말사전에서 예쁜 토박이말을 캐내는 일은 나쁘지 않으나,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예쁘게 쓸 새말을 생각하면서 나누는 일은 무척 좋습니다.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물려주고 싶은지 헤아려 보셔요. 아이들한테 물려주기 앞서, 어른인 우리 스스로 서로서로 어떤 말을 주고받을 적에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울는지 곱씹어 보셔요. 삶을 사랑할 때에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4347.6.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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