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68] 파란하늘



  하늘처럼 파랗게

  내 가슴도 파랗게

  내 말과 노래도 파랗게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빛이 파랗게 물들 적에 바람이 가장 싱그럽습니다. 파랗게 물든 하늘과 푸르게 우거진 숲이 있으면, 우리는 이 사이에서 아름답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하늘빛을 가슴에 담고, 가슴에 담은 하늘빛으로 말을 가다듬고 노래를 짓습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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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아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참말 예쁘게 동시를 쓸 수 있구나 싶다. 그러니까, 시를 쓰고프다면 아이를 낳을 노릇이거나, 이웃 아이를 알뜰히 사랑할 노릇이지 싶다. 오직 사랑이 시를 낳고 노래를 낳을 테니까. 언제나 사랑이 시로 거듭나며 노래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 신현림 님이 이녁 딸하고 오순도순 나누며 즐겼을 《초코파이 자전거》를 새롭게 읽어 본다. 구슬처럼 맑고 싱그러운 말이 춤을 춘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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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자전거
신현림 지음, 홍성지 그림 / 비룡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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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그릴 적에



  그림책을 빚으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언제나 한 가지를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무엇인가 하면, 이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을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따사로운 사랑이 깃들 수 있기를 바라지 싶습니다. 그런데, 지식을 더 얻거나 정보를 새로 주려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이보다는 가슴속에 피어날 사랑을 헤아리지 싶어요.


  어떤 빛깔을 넣는다고 해서 그림이 따스해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떤 무늬나 모습을 그린다고 해서 그림이 따스해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떤 빛깔을 넣더라도, 그린이 마음이 따스하다면 언제나 따스합니다. 어떤 무늬나 모습을 그리더라도, 참말 그린이 마음이 따스할 적에는 언제나 따스해요.


  말투나 말씨가 이쁘장할 때에 따스하지 않습니다. 투박하거나 수수한 말투나 말씨라 하더라도, 말로 나타내어 들려줄 이야기가 따스하다면 참으로 따스한 글이 된다고 느껴요.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글을 꼭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과 즐겁게 나눌 사랑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솜씨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천천히 늘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이웃 어른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누릴 사랑을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솜씨뿐 아니라 글솜씨도 글을 쓰면 어느새 찬찬히 늘기 마련이에요.


  나중에 솜씨가 늘었다 하더라도 굳이 솜씨를 뽐내려 하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가 그림책을 읽는 까닭은 그림솜씨나 글솜씨를 보려는 뜻이 아니니까요. 빼어난 그림이나 놀라운 글을 구경하자는 뜻으로 그림책을 읽지 않아요. 동화책이나 동시집도 이와 같습니다. 소설이나 수필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빼어난 작품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손에 쥐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아름다운 생각을 품고,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며,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을 씨앗 한 톨로 마음밭에 심고 싶기에 책을 손에 쥡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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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199 : 민초民草



까마중이란 놈은 우리 주위에 나는 가장 흔한 풀이면서도 뛰어난 약효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민초(民草)임에 틀림없다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130쪽


 우리의 민초(民草)

→ 우리 들풀

→ 우리네 들풀

→ 우리 겨레 들풀

 …



  한자를 알거나 한자로 글을 쓰던 지식인은 ‘民草’ 같은 낱말로 여느 사람들을 가리키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자를 모르거나 한자로는 글을 안 쓰던 여느 사람들은 그저 ‘풀’이나 ‘들풀’로 여느 사람인 이녁 스스로를 가리켰습니다.


  먼 옛날부터 여느 사람들은 말로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여느 사람들이 아닌 지식 있는 사람이나 권력 있는 아주 적은 사람들은 중국에서 받아들인 한자와 한문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엮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름을 여느 사람들 스스로 ‘민초’로든 ‘民草’로든 적거나 나타낼 일이 없습니다. 오늘날도 옛날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한자말을 굳이 쓸 까닭이 없고, 게다가 한자까지 묶음표에 넣어서 써야 할 일도 없습니다. ‘민초’ 같은 낱말을 쓰기 앞서, 이 낱말로 가리키려는 사람들이 어떤 삶이고 넋인지 먼저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까마중이란 놈은 우리 둘레에 나는 가장 흔한 풀이면서도 뛰어난 약으로 쓰던 우리 겨레 들풀이다


‘주위(周圍)’는 ‘둘레’로 다듬습니다. “뛰어난 약효(藥效)를 지니고 있는”은 잘못 퍼진 번역 말투입니다. “약효가 뛰어난”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는 “약으로 널리 쓰던”이나 “약으로 두루 쓰던”으로 손질합니다. “-임에 틀림없다”도 번역 말투입니다. “틀림없이 -이다”와 같은 말투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민초(民草) :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 이름 없는 민초들 / 하늘 아래 구석구석 민초에게도 융숭하옵시거니와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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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 아웃케이스 없음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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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2013



  스파이크 존스라는 분이 만든 영화 〈Her〉가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 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에 마음이 끌리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곁님이 〈Her〉와 〈루시〉를 놓고, 〈루시〉는 죽고 죽이는 끔찍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오니 〈Her〉를 보자고 해서 디브이디를 장만해서 보기로 한다. 나는 바깥일을 보느라 부산을 다녀와야 했는데, 이동안 곁님이 먼저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니 어떠했느냐고 물었는데, 나더러 굳이 보지 말라고 얘기한다. 이러면서 이 영화가 사람들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까닭과 왜 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가만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본다. 오늘날 현대문명 한국 사회에서 ‘큰식구’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하나, ‘다른 어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드물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았어도 아이와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나누는 일이 참으로 드물다. 요즈음 어른은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만 하고, 요즈음 어른들은 ‘더 큰 어른’하고 따로 산다. 도시에서는 위층과 아래층과 옆집이 가까이 맞닿은 채 지내지만 정작 서로 만날 일이 매우 드물고, 만나더라도 깊이 말을 섞지 않는다.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바깥에서 돈을 벌거나 집에서 살림만 도맡는 얼거리로 갈린다. 이동안 저마다 무엇을 할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겨를은 참으로 길지만, 얼굴을 맞대고 한집 식구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조차 드물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집안’이라는 말조차 쓰기 어렵다.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 둘이서 오롯이 죽거나 살거나 붙어서 기나긴 나날을 보내는 얼거리가 된다. 남과 여, 또는 여와 남은 저마다 어떻게 살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둘은 어떤 꿈을 키우면서 어떤 삶을 가꾸는가. 커다란 도시에 사람은 되게 많지만, ‘이웃’이나 ‘동무’뿐 아니라, ‘어버이’와 ‘아이’조차 제대로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갈가리 쪼개져서 따로따로 움직인다. 도시에서 저마다 제 일터를 지키는 부속품처럼 일을 하고 돈을 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고, 마음을 달래거나 보듬을 ‘한집 식구’조차 없다. ‘그 사람’한테만 자꾸 마음이 갈밖에 없다.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힘드니, 서로 힘든 일로 부딪히기 일쑤요, 서로 힘들어서 서로 감싸야 살가울 테지만, 서로 힘들어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처음에는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으로 만났으나 이윽고 갈라선다. 외롭거나 쓸쓸한 몸과 마음은 더 외롭거나 쓸쓸하게 바뀐다. 가상공간이든 현실이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영화 〈Her〉를 보면 좀 나아질까? 영화 〈Her〉는 어떤 실마리를 보여줄까? 소재가 그저 소재로 끝나고 만 영화로구나 싶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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