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다섯 가지 낱말을 알맞게 뜻을 살펴서

즐겁게 두루 쓰는 사람을 

요즈음 들어

거의 못 봅니다.


어른문학에서든 어린이문학에서든

이러한 말을 쓸 일은 

이제 없기 때문일까요.


..


이내·내리·내내·줄곧·줄기차게

→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을 가리키는 낱말 가운데 ‘이내’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잇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내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모습을 가리키는 한편, “잇따라 자꾸”와 “마구”를 나타내기도 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고 할 때에는 ‘내내’라 하고, 어떤 데에서 더 이어지는 모습을 가리키려고 ‘줄곧’을 씁니다. 억세거나 세차게 이어지는 모습을 가리킬 적에는 ‘줄기차다’를 써요. 비나 눈이 줄기차게 내린다면 제법 지칠 만합니다. 비나 눈이 줄곧 내린다면 그칠 낌새가 안 보인다는 뜻입니다. 비나 눈이 내내 내린다면 그야말로 쉬지 않고 내린다는 뜻입니다. 비나 눈이 내리 내린다면 ‘비를 이어 다시 비’나 ‘눈을 이어 다시 눈’이라 할 만큼 자꾸 비나 눈이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내

1. 그때에 더 머뭇거리지 않고 그대로

 - 품에 안으니 이내 잠드는 아이

 - 이내 차분한 목소리가 된다

 - 배불리 먹으니 이내 하품이 나온다

2. 그때 모습이나 흐름이 그대로 이어져

 - 어젯밤부터 이내 곁에서 보살폈어요

 - 지난해하고 올해하고 이내 같은 얼굴이네

3. 가까운 곳에

 - 집 앞에 이내 붙은 텃밭이야

내리

1. 위에서 아래로

 - 물은 내리 흐릅니다

 - 골짝물은 내리 흐르니까 조금 더 올라가 볼까

 - 내리사랑 치사랑

2. 잇따라 자꾸

 - 쉬지 않고 내리 걷기만 하니 다리가 아파

 - 우리 집은 내리 아들인데, 너희 집은 내리 딸이로구나

 - 네가 전화도 안 받아서 아침부터 내리 기다렸어

 - 며칠째 내리 눈이 내려 온 마을이 하얗다

3. 아무렇게나 세차게 (마구)

 - 가만히 지나가는 벌레를 내리 밟으면 어쩌니

 - 이불 빨래를 할 적에는 그렇게 내리 밟지 말고 차근차근 골고루 밟아야지

 - 고비를 하나 넘겼다 싶으니 다른 고비가 내리 찾아드네

내내

: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 너는 내내 잔소리만 하는구나

 - 한 해 내내 따스한 마을입니다

 - 아침부터 내내 싱글벙글 웃는구나

 - 하루 내내 아무것도 못 먹었다니 배고프겠구나

 - 할아버지도 내내 잘 지내셔야 해요

줄곧

: 어떤 일·모습·흐름·끝에서 더 나아가거나 잇거나 따라서

 - 너는 줄곧 집에만 있었구나

 - 내 동생은 줄곧 고구마만 먹어요

 - 오늘은 너희 집까지 줄곧 자전거로 달려 보았어

 - 자면서 줄곧 이불을 걷어차더니 고뿔에 걸렸구나

 - 여러 날 줄곧 내리는 비에 민들레도 꽃봉오리를 닫는다

줄기차다

1. 억세고 세차게 나아가서 조금도 쉬지 않고 이어지다

 - 작은오빠는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이고 줄기차게 쳐요

 - 장대비가 벌써 두 시간째 줄기차게 쏟아진다

 - 우리 땅을 알고 싶어서 해남부터 서울까지 줄기차게 걸었습니다

2. 끊이지 않으면서 몹시 잘 견디거나 붙다 (질기다)

 - 나는 네가 올 때까지 줄기차게 기다렸어

 - 줄기차게 바란 끝에 드디어 꿈을 이루었어

 - 나는 누나 꽁무니를 줄기차게 좇고, 동생은 내 꽁무니를 줄기차게 좇아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우는 삶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이라면, 어른도 함께 배워야 하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두 아이를 돌보며 사는 동안 늘 느낍니다. 아이한테만 가르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 가르치면서 어버이인 나도 아이와 함께 배웁니다. 그러니까, 어른인 나 스스로 즐겁게 배워서 사랑스럽게 삶을 가꿀 이야기를 아이한테 가르치는 셈입니다. 아니, 아이한테 가르친다기보다 ‘물려준다’고 해야 옳습니다. 물려준다기보다도 ‘보여주’거나 ‘함께 나누’거나 ‘나란히 즐긴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는 무엇을 배울 때에 즐거울까요? 삶을 배울 때에 즐겁겠지요. 아이는 옆에서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칠 적에 즐거울까요? 활짝 웃고 노래하는 따사로운 마음으로 가르칠 때에 즐겁겠지요. 졸업장을 거머쥐려는 입시 시험이 아닌 삶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슬기로운 길을 아이와 함께 가르치고 배우면서, 내 보금자리와 우리 마을을 함께 북돋우는 삶이 될 때에, 참다운 배움을 이루리라 느껴요.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모두 ‘배우는 책’입니다. ‘가르치는(교훈) 책’이 아닙니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며 꿈을 배우도록 이끄는 책이 바로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보면서 즐거운 까닭은, 삶과 사랑과 꿈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도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즐겁게 느낀다면, 삶과 사랑과 꿈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새롭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문학을 놓고 ‘교훈’이 있어야 하느냐 없어도 되느냐 하고 다투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어린이문학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문학이 아니지 싶습니다. 어린이문학은 누구나 즐겁게 배우는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도 배우고 나도 배우는 문학이에요. 어린이도 배우고 어른도 배우는 문학입니다.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삶을 즐겁게 배우는 어린이’는 스스로 삶을 짓는 길을 차근차근 헤아립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제 길을 찾아서 걷습니다. 지식을 배우거나 정보를 얻도록 하는 어린이책이 아니라, 삶과 사랑과 꿈을 배우도록 하면서,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서거나 걷도록 돕는 어린이책입니다.


  어린이책을 쓰는 어른은,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어린이책을 아이한테 선물하면서 함께 읽는 어른은,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배우면서 함께 자라려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랍니다. 아이는 몸과 마음이 자라고, 어른은 몸과 마음이 한결 튼튼하게 거듭납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말을 새롭게 배웁니다. 어른들도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어떤 말로 생각을 지어서 아이와 함께 나눌 때에 즐거운가’ 하고 살피면서 말을 새롭게 배웁니다. 삶과 사랑과 꿈도 언제나 새롭게 배우고, 말과 글도 언제나 새롭게 배웁니다. 배움은 고이지 않습니다. 배움은 흐릅니다. 어릴 적부터 어떤 낱말이나 말투가 익숙하다고 해서, 이런 낱말이나 말투를 언제까지나 써도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익숙하지만 알맞지 않거나 올바르지 않은 낱말이나 말투가 있기도 해요. 이때에는 ‘아이가 말을 새롭게 배우’듯이 ‘어른도 말을 새롭게 배워’야 옳습니다. 이제껏 잘못 쓰거나 얄궂게 쓴 낱말과 말투를 내려놓고, 앞으로는 옳고 바르면서 알맞게 쓸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로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자랍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날마다 즐겁게 자랍니다. 어른들도 날마다 즐겁게 자라려 한다면 언제나 새롭게 배우면 됩니다. 이웃이 지내는 삶을 배우고, 내가 나아갈 꿈을 배웁니다.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배우고, 내 꿈을 이루도록 씩씩하게 걸어갈 길을 배웁니다. 아름답게 노래할 말을 배우고, 사랑스레 써서 주고받을 글을 배웁니다.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 그림 읽기

2014.9.9.25. 큰아이―막내를 그리다



  사름벼리가 그림을 석 장째 그린다. 석 장째에는 “음, 누구를 그릴까?” 하더니 “음성 할머니 음성 할아버지 일산 할머니 일산 할아버지 이모 삼촌 큰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보라 나, 그리고 아기도 그려야겠네.” 하면서 하나씩 그린다. 먼저 동글동글 얼굴을 그린다. 그러고는 눈코귀입을 그려 놓고 머리카락을 붙인다. 몸을 그리고 팔다리를 그린다. 마지막에는 사람마다 이름을 하나씩 적어 넣는다. 나날이 우리 그림에 넣을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늘어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09-28 22:28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와 산들보라에게 예쁜 동생이 생겼군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어여쁜 아이들의 모습으로 더욱 즐겁고 행복하실 듯 싶습니다~
새벽에 쓰신 글의, 노들마루가 셋째의 이름인가요~?^^

숲노래 2014-09-28 22:31   좋아요 0 | URL
아직 셋째 이름은 짓지 않았어요.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이 이름도 하나를 지어야 하고,
다른 이름들도 여러 가지를 써야 하기에
차근차근 지어야 해요.

그런 여러 가지 새로 지을 이름 가운데 하나로
`노들마루`를 떠올렸는데,
이 이름은 광주에서 쓰는 곳이 있네요 ^^;;

고맙습니다~~
 

쐐기벌레한테 물린 빨래



  쐐기벌레한테 오른손등을 쏘인 뒤, 오른손등에 물이 묻으면 전기로 지지듯이 몹시 따가우면서 아프다. 살짝 닿아도 아프고, 물에 담그면 참으로 아프다. 그렇지만 굳이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한다. 집일을 도맡아 하니까 물을 만지기도 해야 하는데,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떤 몸과 마음으로 집일을 하셨을까 하고 돌아본다. 어머니는 참말 어떻게 날마다 도시락을 싸고, 집일을 도맡으면서 끼니마다 밥을 챙겨서 먹이며, 부업까지 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머니는 몸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쐐기벌레한테 쏘인 첫 날은 몹시 괴로웠지만, 하루가 지나니 이럭저럭 견딜 만하다. 하룻밤을 더 자면 거의 나을까. 부은 자리는 다 가라앉는다. 부은 자리를 따라 빨간 자국이 아직 있다. 며칠 지나면 빨간 자국도 사라지겠지.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14-09-28 21:30   좋아요 0 | URL
으...쐐기한테 쏘이면...특히 감나무 주변에서 되게 당했죠.쏘인 부위가 무엇에 스치기만 하면 따끔하고요.그 상태에서 일까지 한다면 더 괴롭지요.

숲노래 2014-09-28 22:23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 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 ^^;;

어제 감을 따는데 쐐기벌레가 방긋방긋 인사하려고
오른손등에 내려앉더라구요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86



법이 너무 많은 이 나라에서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3.25.



  법은 나날이 늘어납니다. 온갖 법이 나날이 새로 생깁니다. 이 나라를 가만히 살펴봅니다. 법이 늘어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보다, 끔찍하거나 슬픈 이야기가 자꾸 불거집니다. 법이 늘면 늘수록 온갖 말썽이 새로 터진다는 뜻이요, 법을 자꾸 만든다고 할 적에는 사람 사이에 아름다움이나 사랑이 덜 흐르거나 사라진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하루 빨리 국회를 거쳐야겠지요. 그런데, 세월호 사고를 놓고 특별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온 까닭을 살펴보면, 법이 있건 없건 정치와 사회가 모두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법 테두리를 벗어나서 불법으로 돈을 거머쥐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가 터졌으며, 사고가 터진 뒤에도 법 테두리를 벗어나면서 요리조리 얼토당토않다 싶은 짓이 터집니다. 게다가 특별법을 만들려는 움직임마저 가로막거나 헤살을 놓기 일쑤입니다.



-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나아가 불을 밝히자.’ (13쪽)

- “아카보시는 입은 거칠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18쪽)




  한국에는 참다운 자유나 민주나 평등이나 평화가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에 걸고 목에 걸며 입과 눈과 손에 거는 무시무시한 법이 어엿하게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자유와 민주와 평등과 평화를 모두 짓밟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끔찍한 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을 손에 쥔 이들한테는 국가보안법이 아주 ‘부리기 좋은 전쟁무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이 법을 앞세워서 정치권력을 더 튼튼히 지킬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학교에는 교칙이 있습니다. 교칙은 학생과 교사가 서로 슬기로우면서 아름답게 배우고 가르치려는 삶을 북돋우지 않습니다. 교칙은 학생을 다그치고 어른을 감옥 간수 노릇을 하도록 내몹니다. 교칙은 참다운 배움과 동떨어질 뿐 아니라, 아름다운 삶하고 등집니다.


  머리카락이 1센티미터 더 길면 시험공부를 못 하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할까요? 머리카락이 1센티미터 더 짧으면 시험공부를 잘 하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안 할까요? 학교에서 어른이 아이한테 할 일이란, 교칙이나 규칙으로 삶을 얽매거나 가두는 짓이 아닌, 아이 스스로 삶을 가꾸도록 돕거나 북돋우는 일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 “(애완견) 콜리가 일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노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컨대 그만큼 주인에게는 동물을 관리할 책임이 요구되는 겁니다.” (56쪽)

-“자네가 소리내 웃는 게 신선해서 그래.” “그런가요?” “이 사무소에서 자네의 ‘씨익’ 외의 미소를 보게 될 때가 오다니! ‘아하하’까지 이제 멀지 않았어!” “웃을 일이 없잖아요. 원래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 랏코가 온 뒤로야. 자네 표정이 풍부해진 건.” (62∼63쪽)





  아소우 미코토 님이 그린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에서도 법에 매달리려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법이 아니고는 도무지 매달릴 끈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서 살지만 이웃이 아닌 사람 때문에 괴롭기 때문에 법에 매달립니다. 가까이에서 살지만 서로 이웃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법을 붙잡으려고 합니다.


  지난날에는 어느 나라에도 법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마을을 조그맣게 이루어 오순도순 살던 지난날에는 법이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따로 규칙을 세우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믿고 사랑하며 아끼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규칙이 없습니다. 서로 믿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봅니다. 서로 아끼기 때문에 조용히 기다립니다.


  서로 못 믿을 때에 법이나 규칙이 생깁니다. 서로 안 믿거나 등돌리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기 때문에 법이나 규칙이 생깁니다. 서로 다투기 때문에 자꾸 법이나 규칙을 세웁니다.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은 규칙을 세우지 않습니다. 놀다가 자꾸 싸우거나 부딪히기 때문에 그만 놀이에 규칙을 세웁니다. 즐겁게 놀기보다는 어느 아이가 혼자서 엇나가려 하니, 규칙을 세우지요. 그런데, 엇나가려는 아이가 있어도 더 따스하게 보듬으면서 ‘깍뚜기’를 시키면 규칙이 없어도 돼요. 그냥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린단 말이야. 개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그 공포를 잊을 수가 없어. 게다가 내가 겁먹은 걸 아는지 유난히 개들이 모여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럼 저희 집 주소를 아셨던 건?” “부근에 개를 키우는 집은 전부 파악해 두고 있거든. 무서우니까.” “저야말로 부끄럽습니다. 개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싫다’는 마음에 ‘무섭다’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하고.” (83쪽)




  규칙은 늘 새로운 규칙을 낳습니다. 전쟁무기는 늘 새로운 전쟁무기를 낳습니다. 주먹다짐은 늘 새로운 주먹다짐을 낳습니다. 거친 말은 늘 새로운 거친 말을 낳아요.


  아름다운 삶터를 이루려면 아름다운 생각을 지어야 합니다. 사랑스러운 마을로 가꾸려면 사랑스러운 마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꿈은 꿈을 낳습니다. 웃음은 웃음을 낳으며,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아요.


  미움은 미움을 낳아요. 손찌검은 손찌검을 낳습니다. 그래서,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민다고 했어요. 폭력은 다른 폭력으로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폭력을 끊는 길은 오직 하나,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서로 전쟁무기를 내려놓아야 해요. ‘너부터 내려놓아!’ 하고 바라면 서로 못 내려놓습니다. 남한테 바라지 말고 나부터 내려놓을 노릇입니다. 나부터 전쟁무기를 내려놓고 즐겁게 삶을 가꾸면서 지어야 합니다.



- “게다가, 이건 사카가미 씨에겐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일 재판 결과 인지된다면, ‘인지 재판 확정일’이 기재됩니다. 아이의 호적에.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호적을 보고, 친부가 자신의 인지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자신이 친부가 원치 않은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겠죠.” (109∼110쪽)

- “초등학생 요리 콩쿠르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세상에! 실익을 겸한 취미! 효자네요!” “하지만, 그걸 취미로 만든 건, 지금의 양육 환경인 셈이죠.” (148쪽)



  법이 너무 많은 이 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맞이할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법을 얼마나 알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법을 잘 지키기를 바라나요? 아니면, 아이들이 법을 하나도 모르면서도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나요?


  법이 있어야 아름다운 나라가 되지 않습니다. 법이 없어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삶을 지으면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법이 있어도 아름다움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지 않으며 꿈을 짓지 않으면, 조금도 안 아름답고 말아요.


  하루 빨리 모든 법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하루 빨리 모든 전쟁무기가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하루 빨리 모든 불평등과 전쟁과 다툼이 사라지도록, 우리 마음속에 사랑이 싹트고 꿈이 자라기를 바랍니다.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