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99 : 민초民草



까마중이란 놈은 우리 주위에 나는 가장 흔한 풀이면서도 뛰어난 약효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민초(民草)임에 틀림없다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130쪽


 우리의 민초(民草)

→ 우리 들풀

→ 우리네 들풀

→ 우리 겨레 들풀

 …



  한자를 알거나 한자로 글을 쓰던 지식인은 ‘民草’ 같은 낱말로 여느 사람들을 가리키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자를 모르거나 한자로는 글을 안 쓰던 여느 사람들은 그저 ‘풀’이나 ‘들풀’로 여느 사람인 이녁 스스로를 가리켰습니다.


  먼 옛날부터 여느 사람들은 말로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여느 사람들이 아닌 지식 있는 사람이나 권력 있는 아주 적은 사람들은 중국에서 받아들인 한자와 한문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엮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름을 여느 사람들 스스로 ‘민초’로든 ‘民草’로든 적거나 나타낼 일이 없습니다. 오늘날도 옛날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한자말을 굳이 쓸 까닭이 없고, 게다가 한자까지 묶음표에 넣어서 써야 할 일도 없습니다. ‘민초’ 같은 낱말을 쓰기 앞서, 이 낱말로 가리키려는 사람들이 어떤 삶이고 넋인지 먼저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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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이란 놈은 우리 둘레에 나는 가장 흔한 풀이면서도 뛰어난 약으로 쓰던 우리 겨레 들풀이다


‘주위(周圍)’는 ‘둘레’로 다듬습니다. “뛰어난 약효(藥效)를 지니고 있는”은 잘못 퍼진 번역 말투입니다. “약효가 뛰어난”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는 “약으로 널리 쓰던”이나 “약으로 두루 쓰던”으로 손질합니다. “-임에 틀림없다”도 번역 말투입니다. “틀림없이 -이다”와 같은 말투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민초(民草) :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 이름 없는 민초들 / 하늘 아래 구석구석 민초에게도 융숭하옵시거니와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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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 아웃케이스 없음
스파이크 존즈 감독, 호아킨 피닉스 외 출연, 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 하은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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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2013



  스파이크 존스라는 분이 만든 영화 〈Her〉가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 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에 마음이 끌리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곁님이 〈Her〉와 〈루시〉를 놓고, 〈루시〉는 죽고 죽이는 끔찍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오니 〈Her〉를 보자고 해서 디브이디를 장만해서 보기로 한다. 나는 바깥일을 보느라 부산을 다녀와야 했는데, 이동안 곁님이 먼저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니 어떠했느냐고 물었는데, 나더러 굳이 보지 말라고 얘기한다. 이러면서 이 영화가 사람들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까닭과 왜 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가만히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본다. 오늘날 현대문명 한국 사회에서 ‘큰식구’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하나, ‘다른 어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드물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았어도 아이와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나누는 일이 참으로 드물다. 요즈음 어른은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만 하고, 요즈음 어른들은 ‘더 큰 어른’하고 따로 산다. 도시에서는 위층과 아래층과 옆집이 가까이 맞닿은 채 지내지만 정작 서로 만날 일이 매우 드물고, 만나더라도 깊이 말을 섞지 않는다.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바깥에서 돈을 벌거나 집에서 살림만 도맡는 얼거리로 갈린다. 이동안 저마다 무엇을 할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겨를은 참으로 길지만, 얼굴을 맞대고 한집 식구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조차 드물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집안’이라는 말조차 쓰기 어렵다.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 둘이서 오롯이 죽거나 살거나 붙어서 기나긴 나날을 보내는 얼거리가 된다. 남과 여, 또는 여와 남은 저마다 어떻게 살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둘은 어떤 꿈을 키우면서 어떤 삶을 가꾸는가. 커다란 도시에 사람은 되게 많지만, ‘이웃’이나 ‘동무’뿐 아니라, ‘어버이’와 ‘아이’조차 제대로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갈가리 쪼개져서 따로따로 움직인다. 도시에서 저마다 제 일터를 지키는 부속품처럼 일을 하고 돈을 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고, 마음을 달래거나 보듬을 ‘한집 식구’조차 없다. ‘그 사람’한테만 자꾸 마음이 갈밖에 없다.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힘드니, 서로 힘든 일로 부딪히기 일쑤요, 서로 힘들어서 서로 감싸야 살가울 테지만, 서로 힘들어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처음에는 남과 여 아니면 여와 남으로 만났으나 이윽고 갈라선다. 외롭거나 쓸쓸한 몸과 마음은 더 외롭거나 쓸쓸하게 바뀐다. 가상공간이든 현실이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영화 〈Her〉를 보면 좀 나아질까? 영화 〈Her〉는 어떤 실마리를 보여줄까? 소재가 그저 소재로 끝나고 만 영화로구나 싶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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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라는 게시판에서는 별 다섯을 꾹 눌러서 줄 만한 영화 이야기만 쓰려 했는데,

아무래도 '아쉽다고 느낀 영화' 이야기도 안 쓸 수 없구나 싶어서

따로 게시판을 나누어 본다.


별 다섯 영화만 모으는 자리에

별 하나부터 두서넛을 붙이는 영화를

나란히 놓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느끼는 아쉬움이니,

다른 사람은

즐거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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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2) 중하다重 3


이 선생님은 상추, 들깨 등 재배 채소를 중히 여기고 그것 한 포기 살리기 위해서 주변의 야생초들을 깔아뭉개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데 나는 그것이 못마땅해서 번번이 제동을 걸지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54쪽


 중히 여기고

→ 알뜰히 여기고

→ 살뜰히 여기고

→ 알뜰살뜰 여기고

→ 고이 여기고

→ 높이 여기고

→ 크게 여기고

 …



  어느 것을 크거나 높이 여긴다고 하는 자리에 ‘重히’ 같은 외마디 한자말을 쓰는 분을 곧잘 봅니다. 이 외마디 한자말이 어울린다고 여겨 쓰는구나 싶은데, 크게 여긴다면 ‘크게’라는 한국말을 쓰면 되고, 높이 여긴다면 ‘높이’라는 한국말을 쓰면 됩니다. 나타내려는 뜻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쓰면 됩니다.


  밭을 일구는 모습을 살핀다면, 풀 한 포기를 알뜰살뜰 아끼는 모습이 될 테니 ‘알뜰살뜰’이나 ‘알뜰히’나 ‘살뜰히’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고이’나 ‘곱게’나 ‘소담스레’ 같은 낱말을 넣어도 됩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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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님은 상추, 들깨 같은 남새를 알뜰히 여기고 그것 한 포기 살리려고 다른 풀을 깔아뭉개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데 나는 워낙 못마땅해서 그때마다 막으려 하지


‘등(等)’은 ‘같은’으로 다듬고, “재배(栽培) 채소(菜蔬)”는 “남새”로 다듬으며, “살리기 위(爲)해”는 “살리려고”로 다듬습니다. “주변(周邊)의 야생초(野生草)”는 “둘레에 돋은 풀”이나 “옆에 난 풀”이나 “다른 풀”로 손봅니다. ‘번번(番番)이’는 ‘그때마다’로 손질하고, “제동(制動)을 걸지”는 “멈추게 하지”나 “막지”나 “막으려 하지”나 “막으려고 나서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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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07) 해서 2


야생초 싹들이 줄줄이 얼굴을 내미는 통에 이들을 모두 살리자면 상추를 옮겨 심지 않으면 안 되었단다. 해서 튼튼한 상추 모종들은 모조리 새로 만든 밭에 옮겨 심어 겨우 의도했던 상추밭을 만들게 된 거야

《황대권-야생초 편지》(도솔,2002) 54쪽


 해서

→ 이렇게 해서

→ 그래서

→ 이래서

→ 이리하여

→ 그리하여

 …



  누가 맨 먼저 ‘해서’ 같은 말투를 썼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올바르지 않은 말투요, 틀린 말투이며, 잘못 쓰는 말투인데, 이런 말투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이 말투를 바로잡으려는 사람은 드물고, 이 말투를 그대로 따라서 쓰는 사람이 제법 많지 싶습니다.


  잘못 쓰는 말투도 차츰 길들거나 익숙하면 뿌리를 내린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엉성하거나 엉터리인 말투도 사람들한테 두루 퍼지면 바로잡지 못하거나 고치기 어렵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말버릇이나 글버릇을 가다듬기는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버릇이 되면 손이나 입이나 눈에 굳은 말투일 테니, 이런 말투를 털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할 때에는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한테 익숙한 말투라고 해서 잘못 쓴 말투를 바로잡지 않아도 되는지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말버릇이나 글버릇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이대로 줄기차게 써도 될 만한지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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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싹이 줄줄이 얼굴을 내미는 통에 이들을 모두 살리자면 상추를 옮겨 심지 않으면 안 되었단다. 이리하여 튼튼한 상추싹은 모조리 새로 만든 밭에 옮겨 심어, 겨우 뜻했던 상추밭을 만들었어


“야생초(野生草) 싹”은 “풀싹”으로 바로잡습니다. ‘모종(-種)’은 옮겨 심으려고 가꾼 어린 풀을 가리키는데, 옮겨 심을 만큼 자란 어린 풀이라면 ‘싹’이 난 풀입니다. “상추 모종”은 “어린 상추”나 “상추싹”으로 손질합니다. ‘의도(意圖)했던’은 ‘뜻했던’으로 손보고, “만들게 된 거야”는 “만들었어”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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