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3.26.

숨은책 898


《나츠코의 술 1》

 오제 아키라 글·그림

 박시우 옮김

 학산문화사

 2011.7.25.



  1999년에 처음 한글판이 나온 《명가의 술》이 2011년에 《나츠코의 술》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 나왔습니다. 1999년에는 굳이 술을 들려주는 그림꽃을 읽어야 할까 하고 여기며 아예 안 폈습니다. 2011년에 이르러 문득 폈습니다. 곰곰이 보면 술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글이나 그림꽃이 뜻밖에 적다고 느꼈고, 제대로 다루는 글이나 그림꽃도 드물더군요. 《나츠코의 술》은 나츠코라는 아가씨가 옛술을 새롭게 살릴 뿐 아니라, ‘술로 담그는 쌀’이 무엇인지 밑바닥부터 온몸으로 배우고서 온마음으로 깨닫는 길을 밝힙니다. 모두 열두 자락으로 새로 나온 그림꽃을 마지막까지 덮고서 “아! 책이름에 ‘술’이란 낱말이 깃들 뿐, 이 그림꽃은 ⅔나 ‘논밭살림’을 다루는구나! 겉으로만 보면 안 될 일이었어!” 하고 뉘우쳤습니다. 빈곳에서 손수 빚어서 빛을 이루는 이야기란 눈부십니다. 비운 자리에 사랑이 비추도록 가다듬는 살림길이란 반짝거립니다. 술 한 모금도 밥 한 그릇도 땅에서 옵니다. 모든 마실거리하고 먹을거리는 들숲바다가 베풉니다. 한 방울에 서린 바람을 읽을 적에는 한 톨에 감도는 별빛을 헤아립니다. 더 많이 거두어 더 많이 사고팔아야 넉넉하지 않아요. 오롯이 이슬 같은 눈빛으로 지을 적에 알차면서 아름답습니다.


#夏子の酒 #尾瀬あきら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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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3.26.

숨은책 900


《詩人의 눈》

 조지훈 글

 고려대학교출판부

 1978.4.30.



  요즈음은 예전처럼 한자를 함부로 드러내어 글을 쓰는 사람이 드뭅니다만, 굳이 한자를 밝히는 글을 적는 분이 꼭 있습니다. 한자를 잘 안다면 구태여 한자를 안 씁니다. 영어를 잘 안다면 애써 영어를 안 씁니다. 잘 알기에 누구나 쉽게 맞아들일 만하게 우리말로 풀거나 녹여서 들려줍니다. 얼핏 알거나 가볍게 아는 분들이 자꾸 한자나 영어를 자랑합니다. 두바퀴를 잘 모는 사람은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달리지 않습니다. 두바퀴가 비싸거나 좋다고 자랑하려는 이들이 함부로 달리거나 휘젓습니다. 《詩人의 눈》은 1978년에 나왔고, 그무렵 적잖은 글바치는 한자를 새까맣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무렵에 나온 《뿌리깊은 나무》는 한자를 한 마디도 안 썼어요. 바탕이 한자말이라 하더라도 ‘한글로 적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낱말’을 가려서 쓰던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버스를 ‘bus’로 적어야 글멋이 나지 않습니다. 시도 ‘詩’가 아닌 ‘시’라 적으면 되고, 어린이를 헤아린다면 ‘노래’로 풀 만합니다. 노을처럼 너울처럼 누리처럼 느긋하면서 함께 말놀이를 펴는 ‘노래’입니다. 묵은 글이어도 배울 대목은 있고, 비록 우리글하고 우리말을 등졌어도 노래넋과 노래눈을 익힐 수 있습니다만, 이제는 글결부터 바꿔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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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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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3.25.

다듬읽기 191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2015.5.8.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민음사, 2015)는 책이름처럼 이 나라가 싫어서 떠난 사람이 무엇이 왜 싫었는지를 들려주면서, 먼나라에서는 무엇을 좋아하려고 하는지 적는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싫었던 일을 저 나라에 가서도 똑같이 합니다. 저 나라에서 좋았던 일은 이 나라에서도 똑같이 좋았을 테고요. 가만히 보면 ‘좋은나라·나쁜나라’란 없습니다. 사람이 더 좋거나 나쁘지도 않습니다.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데, ‘바라보는 마음’은 어릴 적부터 배움터하고 둘레에 길들거나 물든 몸짓입니다. ‘버릇대로 좋거나 싫다’고 가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굳이 글(문학)로 길게 짜려고 억지로 줄거리를 붙이는구나 싶고, 이러다 보니 ‘요즘 젊은이 말씨’를 흉내내려는 티가 자꾸 나면서 늘어집니다. “한국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미친서울이 싫어서”이지 않을까요? ‘미친서울’ 못잖게 ‘미친시골’도 수두룩하겠으나, 서울 언저리에서 맴돌 적에는 ‘고요시골’도 ‘조용시골’도 못 봅니다. 글쓴이가 서울을 훅 떠나 고즈넉한 시골에서 여러 해쯤 살아 보았다면 글도 줄거리도 확 달랐을 테지요.


ㅅㄴㄹ


인천공항에서 공식적으로 헤어졌지

→ 인천나루에서 씩씩하게 헤어졌지

→ 인천나루에서 환하게 헤어졌지

9쪽


“너무 부실하게 먹지 말고” 하는 레퍼토리를 세 번이나

→ “너무 모자라게 먹지 말고” 하는 얘기를 세 판이나

→ “너무 두루뭉술 먹지 말고” 하는 말씀을 석 벌이나

9쪽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 무슨 내치자는 짓도 아니고

→ 무슨 도리도리도 아니고

→ 무슨 끊기도 아니고

11쪽


반찬은 간소하게 두세 가지만 먹을 건데 내가 직접 만들 거야

→ 곁밥은 단출하게 두세 가지만 먹을 텐데 내가 손수 할래

→ 곁거리는 가볍게 두세 가지만 먹을 텐데 내가 지을래

14쪽


상추 같은 작물을 텃밭에

→ 상추 같은 남새를 텃밭에

15쪽


서울은 1년에 한 번만 올라와

→ 서울은 한 해에 하루만 와

15쪽


비실비실거리면서 아흔 살이고

→ 비실비실하면서 아흔 살이고

→ 비실거리면서 아흔 살이고

16쪽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 내가 어떤 일터에서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 내가 어떤 일터에서 곁거리가 되었다 해도

19쪽


그래도 나름 규모가 있는 회사다 보니까

→ 그래도 그 나름대로 큰 일터다 보니까

→ 그래도 꽤 큰 일터다 보니까

21쪽


근무조를 바꿔 주긴 하더라

→ 일때를 바꿔 주긴 하더라

→ 일모둠을 바꿔 주긴 하더라

22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자뻑의 길을 택하는 거지

→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거드름길을 고르지

→ 어찌해야 할지 발동동이다가 겉멋으로 가지

25


개인적으로 쇼킹했던 뉴스가 또 있었는데

→ 내가 놀란 일이 또 있는데

→ 난데없는 얘기가 또 있는데

27


이 나라에서는 자동차가 좌측통행이라는 사실을 잊고 왼쪽만 흘끗 살핀 뒤

→ 이 나라에서는 쇳덩이가 왼길인 줄 잊고 왼쪽만 흘끗 본 뒤

→ 이 나라에서는 부릉길이 왼쪽인 줄 잊고 왼쪽만 흘끗댄 뒤

31


보디랭귀지가 왜 이렇게 매력적이야?

→ 몸짓이 왜 이렇게 멋있어?

→ 몸놀림이 왜 이렇게 달콤해?

31


추워지면 손가락과 발가락 속에서

→ 추우면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33


고개 까닥까닥거리면서 싫대

→ 고개 까닥거리면서 싫대

→ 고개 까닥까닥하현서 싫대

36


혼자 꽃단장하고 나왔다 싶더라니. 유부녀가 말야

→ 혼자 꽃차림하고 나왔다 싶더라니. 아줌마가 말야

→ 혼자 꽃꾸밈하고 나왔다 싶더라니. 핫어미가 말야

39


연식이 좀 되는 분인가 보네

→ 나이가 좀 되는 분인가 보네

→ 좀 늙은 분인가 보네

47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 우리나라 꽃나래가 몇 째고 하는 일은 몰라

→ 우리나라 늘기쁨이 몇 째칸이고는 마음 안 써

61


내가 거지인 줄 알아? 적선하냐?

→ 내가 거지인 줄 알아? 동냥하냐?

→ 내가 거지인 줄 알아? 베푸냐?

83


네 결심에 대해서 말이야?

→ 네 뜻 말이야?

→ 네 다짐 말이야?

109


보증금도 받을 수 없다고요?

→ 밑돈도 받을 수 없다고요?

→ 밑천도 받을 수 없다고요?

126


오늘의 스페셜 메뉴는 갈릭 새우와

→ 오늘 꽃밥은 마늘새우와

→ 오늘 꽃차림은 마늘새우와

130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봤어

→ 나는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어

→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 봤어

152쪽


따뜻한 열대지방으로 떠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 따뜻한 곳으로 떠나려 하지만 늘 쓴맛이야

→ 더운땅으로 떠나려 하지만 언제나 그르쳐

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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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19 : 1년에 한 번만 올라와



년(年) : (주로 한자어 수 뒤에 쓰여) 해를 세는 단위

번(番) : 1. 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 2. 일의 횟수를 세는 단위 3.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



일본말씨에 물들어 잘못 쓰는 버릇 가운데 ‘올라가다·내려가다’가 있습니다. ‘상경·하방’을 이처럼 잘못 옮기더군요.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서울밖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울에서 평양으로 ‘올라가지’ 않아요. 평양에서 서울로 ‘내려갈’까요? 아닐 테지요. 마을하고 마을 사이에 위아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도 위아래란 없습니다. 서로 갑니다. 서로 옵니다. 오가며 만납니다. 한 해에 하루를 만나더라고 ‘오갈’ 뿐입니다. ㅅㄴㄹ



서울은 1년에 한 번만 올라와

→ 서울은 한 해에 하루만 와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민음사, 20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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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075 : 황홀 -의 춤 시작되면



황홀(恍惚/慌惚) : 1.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거나 화려함 2. 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뜸 3. 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움 4.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함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하늘 가득 곱게 사랑춤을 폅니다. 밤하늘에 반딧불이가 꽃비가 내리듯 사랑춤을 짓는다고 합니다. 여름밤에 불빛춤을 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꽃비나 별비가 흐드러지는구나 하고 느낄 만합니다. 온누리 어디에서나 이제부터 반디춤을 만나면서 사랑빛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하늘 가득 황홀한 사랑의 춤이 시작되면

→ 하늘 가득 곱게 사랑춤을 펴면

→ 하늘 가득 꽃비처럼 사랑춤이 내리면

《반짝반짝 반딧불이 춤춘다》(아드리앵 드몽/나선희 옮김, 책빛, 20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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