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8.

오늘말. 엄마말


수수하게 쓰는 말이란, 수더분하게 쓰는 말이면서, 숲을 품는 말입니다. 쉽게 쓰는 말이란, 수월하게 가다듬고 풀어낼 줄 안다는 뜻이면서, 서로 부드럽게 잇는다는 뜻입니다. 늘 쓰는 말이라면 뿌리말입니다. 스스로 깃들어 밑동을 이루는 곳에서 쓰는 말이요, 엄마한테서 물려받고 아빠한테서 이어받은 말이에요. 온누리 모든 말은 처음에는 시골말이자 숲말이고, 사랑말이면서 살림말입니다. 이 대목을 읽는다면, 쌈지만 채우는 돈길로는 말빛을 못 살리는 줄 알 테지요. 이 대목을 안 읽는다면, 아무리 주머니가 두둑하더라도 글빛이 못 사는 줄 모를 테고요. 얼거리가 탄탄하더라도 알맹이가 없으면 덧없습니다. 글짜임이 대단하더라도 이야기를 담지 않을 적에는 부질없습니다. 살림살이를 가꾸는 자리에서 돌고돌기에 즐거운 돈이요, 살림하고는 먼 곳에서 움켜쥐거나 거머쥐기만 한다면, 밑천도 밑돈도 아닌 돈줄과 돈힘으로 윽박지르는 셈입니다. 우리 삶을 이루는 말과 마음을 살펴봐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말을 마음에 담는지 생각해요. 나란히 어깨동무하면서 숲을 노래할 줄 아는 말을 혀에 얹으면 어느새 별이 빛다발처럼 반짝반짝 깨어납니다.


ㅅㄴㄹ


돈·돈붙이·돈주머니·돈줄·돈힘·밑돈·밑천·쌈지·주머니·살림·살림살이·살림붙이·꽃·별·빛·큰별·큰빛·빛꽃·빛다발·빛보따리·빛꾸러미·사람·큰사람 ← 재산(財産)


글짜임·글얼개·글얼거리·글틀·글월틀·틀·틀거리·얼개·얼거리·짜임·짜임새 ← 문형(文型)


말·밑말·바탕말·뿌리말·사람말·수수말·쉬운말·투박말·늘말·노상말·여느말·나란말·숲노래·어머니말·엄마말·삶말·살림말·숲말·사랑말·시골말 ← 자연언어, 자연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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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60 : 냄비 것 준비



커다란 냄비 (뚜껑이 잘 닫히는 것으로 준비)

→ 커다란 솥 (뚜껑이 잘 닫혀야 한다)

→ 커다란 단지 (뚜껑이 잘 닫혀야 함)

《알사탕 제조법》(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 3쪽



‘냄비’는 일본말입니다. ‘なべ’라는 일본말이 소리가 조금 바뀌어 스몄을 뿐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솥’으로 크고작은 살림을 가리켰고, 이웃나라 살림이 들어올 적에 ‘단지’라는 낱말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아궁이에서 불을 지펴도 솥이고, 돼지코에 꽂아서 써도 ‘솥’입니다. ‘준비’도 일본말입니다. ‘챙기다·차리다’나 ‘갖추다·마련’으로도 풀고, 아예 털기도 하고, ‘하다’로도 풉니다. ㅅㄴㄹ



냄비(なべ) : 음식을 끓이거나 삶는 데 쓰는 용구의 하나. 보통 솥보다는 운두가 낮고 뚜껑과 손잡이가 있다 ≒ 남와

なべ(鍋) : 1. 냄비 2. ‘鍋料理’의 준말, 냄비 요리(= 鍋物) 3. 하녀를 일컫는 말. (= おなべ)

준비(準備) : 미리 마련하여 갖춤

じゅんび(準備) :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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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61 : 절대 무리 것



절대로 무리하지 말 것

→ 너무 힘쓰지 말자

→ 억지로 하지 말자

《알사탕 제조법》(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 6쪽



무늬는 한글이되 일본말인 ‘절대’하고 ‘무리’입니다. 적잖은 분들은 이 일본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이제는 말끔히 털어내기를 바랍니다. 다만 억지로 털어내려고 하면 오히려 힘듭니다. 우리가 어떤 말씨로 이 삶과 살림을 그렸는지 가만히 헤아리면서 다독이면 어느새 털어냅니다. 말끝을 “(무엇)할 것”으로 맺는 결도 일본말씨예요. 우리말씨로는 ‘마시오’나 ‘말자’나 ‘맙시다’처럼 맺습니다. ㅅㄴㄹ



절대(絶對) : 1.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아니함 2. 비교되거나 맞설 만한 것이 없음 3. 어떤 대상과 비교하지 아니하고 그 자체만으로 존재함 4. [철학] = 절대자 5. = 절대로

ぜったい(絶對) : 1. 절대 2. 비교·대립의 대상이 없는 것 3.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제한이 없는 것 4. 절대자 5. 결코 6. 단연코, 반드시, 꼭

무리(無理) :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남

むり(無理) : 1. 무리 2. 도리가 아님, 이유가 없음 3. 억지, 강제 4. 곤란 5. 무릅쓰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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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62 : 가지고 있는 중 편안


가지고 있는 잠옷 중, 가장 편안한 옷을 입는다

→ 가장 헐렁한 잠옷을 입는다

→ 가장 느슨한 잠옷을 입는다

《알사탕 제조법》(백희나, 스토리보울, 2024) 20쪽



“가지고 있는”하고 “잠옷 중 편안한 옷을 입는다”는 옮김말씨이면서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를 잊으면 군더더기를 자꾸 붙이느라 늘어집니다. 입기에 가장 나은 잠옷이라면, 가장 헐렁하거나 느슨하겠지요. ㅅㄴㄹ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편안(便安) : 편하고 걱정 없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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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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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18.

그림책시렁 1390


《멸치 다듬기》

 이상교 글

 밤코 그림

 문학동네

 2024.2.28.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멸치를 다듬는 일은 안 싫었습니다. 비록 ‘국물멸치’는 못 먹을 뿐 아니라, 멸치로 우린 국물은 몸에 안 받기도 했지만, 하루 내내 숱한 집안일로 바쁘면서 고단한 어머니 손을 거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릴 적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우리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합니다. 한밤에 집에 술손님을 데려오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어머니하고 둘이서 곁밥으로 땅콩하고 멸치를 손질해서 올려야 했고, 내내 술심부름을 했습니다. 이제 잔멸치는 살짝 먹기는 하지만 그리 쳐다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멸치 다듬기》는 아이랑 아버지가 집일을 조금 거드는 듯한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싶습니다. 이런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살림길을 헤아려 본다면, ‘멸치 다듬기’는 ‘딸과 어머니’가 하고, ‘밥짓기·빨래하기·쓸고닦기’는 ‘아들과 아버지’가 하는 얼거리로 글그림을 여미면 훨씬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멸치 다듬기’에 집일을 도맡아야 했다면, 요새는 집일을 안 하는 이가 그나마 멸치라도 다듬거든요. 시늉이 아닌 온몸으로 바꾸는 길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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