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음에서 온다. 너한테서 나한테 오는 사랑이 아니고, 나한테서 너한테 가는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오직 나한테서 나한테 오고, 너한테서 너한테 온다. 1993.4.6.


사랑 2

사랑을 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말을 오늘 비로소 느낀다. 우리 아름다운 동무가 사랑을 하니 이 아이 얼굴이 빛날 뿐 아니라, 이 아이 몸 둘레로 환한 빛줄기가 퍼진다. 거짓이 아니다. 나는 이 아이한테서 뿜어져나오는 빛줄기를 두 눈으로 보았다. 동무하고 술잔을 부딪히며 한마디를 한다. “야, 너, 사랑을 하니까 사람이 참 아름답다. 눈부셔. 너한테서 빛이 나와. 나 말야, 너한테서 나오는 빛을 봤어.” 1995.8.7.


사랑 3

가만히 눈을 바라보면 반짝반짝하면서 별처럼 초롱초롱한 물이 흐른다. 사랑이란 이렇구나. 모든 사랑은 스스로 태어나지만, 내가 너를 보면서 너한테서 흐르는 사랑을 눈으로 볼 수 있구나. 내가 스스로 짓는 사랑이라면, 너는 틀림없이 내 눈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사랑이란 어떤 춤결인가를 바로 알아챌 수 있겠구나. 2019.3.12.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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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

순위표는 사람을 사람 아닌 숫자로 깎아내리면서 갉아먹는다. 숫자를 하나씩 매겨서 줄을 세우는 짓은 사람들 마음에 사랑이 아닌 시샘하고 미움이 자라도록 씨앗을 심는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책이 그토록 많이 팔렸는데 사람들 마음이 어떠한가? 아름다운 삶이며 사랑이며 살림을 적었다고 해야 할 만한 훌륭한 책이 그렇게도 많이 팔리고 읽혔다면, 이런 책을 읽은 사람들이 슬기로운 사람으로 우뚝 서서 아름답고 밝고 따사로운 손길로 이 땅을 어루만지는 길을 갈 노릇 아닌가? 다시 말해서, 우리는 순위표를 읽을 뿐, 정작 글을 읽지는 못한 셈이다. 우리는 줄세우기를 받아들일 뿐, 막상 살림짓기를 읽지는 않은 셈이다. 2004.7.23.


줄서기

아이들을 이끌고 서울마실을 하든 혼자 바깥일을 보려고 서울마실을 하든, 시외버스를 내려서 전철로 갈아탈 적마다 으레 끼어드는 사람을 본다. 저절로디딤돌을 먼저 타려고 그냥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새치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전철에서 내릴 사람이 아직 안 내렸는데 먼저 밀고 들어오는 이들이 참 많다. 요새는 퍽 줄기는 했으나 줄기는 했다뿐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아이들하고 전철을 갈아타면서 짐수레를 저절로디딤돌에 세워서 올라가려고 긴 줄을 기다리는데 또 옆에서 새치기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꽤 크게 소리를 내어 “멈추세요. 뒤로 가세요. 사이에 끼어들지 말고 줄을 서세요.” 하고 딱부러지게 말했다. 2019.3.18.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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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5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헌책집에 가서 책을 사읽었다고 하니 중대장이며 소대장이며 행보관이며 분대장이며 아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본다. 지오피 수당이며 담배값이며 알뜰히 모았지. 왜 모았느냐 하면, 군대에서 글 한 줄 읽을 수 없이 지낸 내 머리가 썩지 않도록, 바보가 되지 않도록, 짧은 휴가라 하더라도 이때에 헌책집에 파묻혀 마음을 새롭게 북돋울 책을 만나고 싶었다. 군인옷을 입고 헌책집에 가서 책을 읽었다. 단골로 드나들다가 반 해 넘게, 때로는 거의 한 해 만에 찾아온 젊은이를 본 헌책집 아저씨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반긴다. “군인이 무슨 돈이 있다고 책을 사러 와?” 하시면서 책값을 안 받으시기도 한다. 몇 아름 장만한 책을 짊어지고 인천집으로 돌아가는 전철길. 책을 펴서 얼굴을 가린다. 헌책에 눈물자국이 흥건하다. 1996.9.19.


헌책 6

군대를 마치기 앞서 ‘열 해 앞그림’을 그렸다. 이 가운데 하나는 “헌책방 사랑누리”라는 모임을 새로 여는 일이다. 바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면서 시끄럽다. 그런데 그럴 만하지 않나?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는 책이란 으레 베스트셀러 빼고 없잖은가? 아름답고 알찬 책이 아닌, 잘 팔리는 책만 소개하고 다루는데, 그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은 한때 반짝일 수는 있으나 두고두고 마음에 씨앗으로 깃들 만하지는 않다고 느낀다. 이제는 ‘책 읽히는 운동’이 아니라 ‘책을 새로 보는 길’을 마련하고 이야기할 노릇이지 싶다. 책을 책답게 바라보는 길이란, 껍데기 아닌 줄거리를 바라보는 길이다. 공공도서관이며 대학도서관은 해마다 책을 엄청나게 버리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책은 대출실적이 적은 책이다. 아무리 알차거나 훌륭한 책이라 하더라도 대출실적이 없으면 그냥 버린다. 헌책집을 다니다 보면 출판사나 신문사나 공공기관에서 버린 엄청난 책을 꽤 쉽게 만난다. 고작 스무 해밖에 안 된 책이어도 ‘낡았다’면서 그냥 버리더라. 한국에는 자료조사부라고 할 만한 곳을 영 못 두는 출판사이자 신문사라고 느낀다. 그래서 “헌책방 사랑누리”라는 모임을 열려고 한다. “헌책방 소식지”도 낼 생각이다. 이레마다 하나씩 내려고 한다. 이레마다 “헌책방 소식지”를 낸다고 해도 한 해에 고작 쉰네 가지밖에 안 된다. 고작 쉰네 곳밖에 안 되는 헌책집을 알리니 터무니없이 적지만, 헌책집 길그림을 그려서 뿌리고, 헌책집 소식지를 찍어서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모임사람을 이끌고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전국 여러 헌책집을 찾아다니려고 한다. 눈을 틔우고 생각을 깨우며 사랑을 속삭이는 책은 바로 헌책집지기가 먼지구덩이에서 땀흘려 캐낸 헌책 하나에 있다는 뜻을 펴려고 한다. 1998.1.6.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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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1
오카이 하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책으로 삶읽기 447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1》

 오카이 하루코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8.15.



“네가 죽고 반년밖에 안 됐는데, 이 녀석들을 데려온 내가 밉지 않아? 난, 절대 널 잊은 게 아니야. 그저, 네가 없는 하루하루가 쓸쓸해서.” (74쪽)


‘이 여자랑 사귀기 시작한 뒤로, 내 존재감은 희박해져 갈 뿐. 생각할수록 정말 맘에 안 들어!!’ (128쪽)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1》(오카이 하루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읽는다. 사람들하고 말을 섞는 고양이는 제 나름대로 여러 말썽거리를 풀어내고, 스스로 바라는 대로 나아간다. 때로는 스스로 바라는 대로 가지 않는다든지 더 꼬이거나 고단한 길이 드리우기도 한다. 사람하고 말을 섞지 않는 ‘수수한(?)’ 고양이였어도 이러한 길은 비슷하게 걸었을 테지. 어떤 재주가 있느냐라든지, 어떤 삶을 타고났느냐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 어떤 재주가 있건 없건 스스로 뜻을 세워서 제 길을 갈 수 있으면 될 노릇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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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bat



배트(bat) : [체육] 야구·소프트볼·크리켓 따위에서, 공을 치는 방망이

배트(vat) : 바닥이 얕고 평평한 사각형의 사기그릇. 사진의 현상이나 정착(定着), 화학 실험, 요리 따위에 쓴다 ≒ 수반

bat : 1. 방망이, 배트 2. 박쥐

バット(bat) : [야구] 배트; 타봉(打棒)



  영어로는 ‘bat’라면, 한국말로는 ‘방망이’입니다. 이때에는 거꾸로 헤아리면 됩니다. 한국말 ‘방망이’를 영어로 어떻게 옮기겠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vat’라는 영어도 ‘배트’로 옮겨서 실어 놓습니다. ‘그릇·접시’로 풀어내면 될 영어이니, 이런 낱말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ㅅㄴㄹ



마쓰이 히데키 선수는 야구 배트를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100만 엔을 벌어들이지만

→ 마쓰이 히데키 선수는 야구 방망이를 휙 휘두르면서 100만 엔을 벌어들이지만

《청춘을 읽는다》(강상중/이목 옮김, 돌베개, 2009) 230쪽


부정적 발언하면 배트로 엉덩이 맞아

→ 나쁜 말 하면 방망이로 엉덩이 맞아

《은빛 숟가락 15》(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9) 1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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